[대입] 의/치/한 대학 정보

의대 입시에서 ‘최선의 대안’으로 평가받는 다중미니면접(MMI, Multiple Mini Interview)의 비중은 2024학년 19.8%(598명)에 그쳤다. 2022학년 13.4%(406명)보다 2년 새 상승한 규모지만 일반면접조차 진행하지 않는 전형은 2022학년 57.5%(1732명), 2024학년 57.1%(1721명)로 개선된 바 없다. 특히 ‘학폭’ 조치사항조차 반영하지 못하는 정시가 40%까지 확대되며 전문직인 의사 입시에 제대로 된 인성검증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중미니면접(MMI)은 ‘여러 개로 구성되는 면접’이다. 2008학년 강원대 의전원이 도입했다. 보통의 면접이 면접실 1곳에서 진행된다면, 다중미니면접은 소규모 면접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구조다. 상황에 대처하거나 제시문을 분석하는 식이다. 일반면접이 10분 내외로 종료되는 것과 달리 다중미니면접은 30분 내외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심지어 60분에 걸쳐 면접을 진행하기도 한다. 한 지원자를 여러 개 면접으로 다각도로 오래 관찰하는 것을 통해 인성평가를 보완하는 셈이다.

의대가 입시에서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하는 이유는 의사의 덕목으로 중요시되는 ‘인성’ 때문이다. 특히 정시 확대로 ‘성적 줄 세우기’ 입시가 확대되며 짧은 면접이라도 진행하는 학종과 달리 최소한의 인성 확인도 없이 입학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2022년 동아리원 성추행/불법촬영 사건, 2020년 강제추행 사건, 2017년 집단 성희롱 사건 등은 성적 중심으로 이뤄지는 의대 입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키웠다. 게다가 2011년 집단 성추행 사건 가해자가 제적을 당하고도 다른 대학에 다시 입학한 뒤 의사 면허를 취득해 문제 의식은 더욱 확대됐다.

의사가 되려면 의대를 졸업하고도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하지만, 95% 이상 합격률로 사실상 의대 입학이 곧 의사자격증 획득으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일회적인 평가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해 입학전형에서의 인적성평가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의대에 진학하면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 의사로서의 인적성을 평가할 실질적인 기회가 없다. 일회적인 평가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기에 입학전형에서의 인적성평가 도입은 전문직 양성 과정 개선의 최소조건으로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별 2024전형계획을 살펴보면 2024의대 모집인원 3016명 중 다중미니면접 실시 비율은 19.8%(598명)에 그쳤다. 23.1%(697명)은 일반면접을 실시, 면접 미실시 전형은 수시/정시 합쳐 57.1%(1721명)나 된다. 성적만으로 차기 의료인재를 선발하는 셈이다. 특히 정시가 40%까지 확대된 상황 속 정시에서 다중미니면접을 시행하는 대학은 울산대와 인제대, 올해 추가된 경북대뿐이다. 모집인원 역시 69명뿐이다. 다중미니면접 외 일반면접을 진행하는 경우도 201명뿐이다. 아직 2024요강이 발표되지 않은 시점에서 구체적인 면접 시행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대학에서 공개한 2024전형계획과 2023요강을 바탕으로 의대 인적성평가 면접 등을 살펴본다.


2024대입에서 의대 모집인원 3016명 중 면접 미실시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57.1%를 차지, 과반이다. 면접을 실시하는 전형 중에서도 의사 선발의 ‘최선의 대안’으로 평가받는 다중미니면접은 19.8%(598명)에 불과했다. /사진=울산대 제공

<의대생 선발 57.1% ‘인성평가 전무’>
올해 전체 의대 모집인원 3016명 중 면접 미실시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57.1%로 과반이다. 96개 전형 1721명이다. 정시 수능전형이 874명(29%)으로 가장 많고, 수시 교과전형 611명(20.3%), 학종 120명(4%), 논술전형 116명(3.8%)이다. 면접 실시 전형은 수시가 44개 전형 1025명, 정시가 13개 전형 270명이다. 비율로는 42.9%다.

전 정부가 정시40%를 강제하며 의대의 정시선발 비중도 늘어났다. 수능위주전형인 정시 특성상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의대 블랙홀’ 속 인성검증의 필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전문직 양성 과정 개선의 최소조건으로서 면접이 진행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시 확대와 통합형 수능 시행이 맞물리며 원래도 정시 선발 비중이 높았던 의대 입시에서 정시의 입지가 더욱 강화됐다. 의대의 자연계 블랙홀이 확대된 상황에서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열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만큼 무분별한 선발을 막을 수 있도록 인적성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시 전 전형에서만이라도 인성면접 전면 도입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한다는 조언도 따른다. 올해 수시에서 교과전형 43개 전형(611명)은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부, 면접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전형을 진행하는 학종에서도 12개 전형(120명)이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다. 논술전형의 경우 인성검증 수단이 전무, 전 전형이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다. 인성을 확인할 방도 역시 없는 셈이다.

<인성평가 ‘최선의 대안’ 다중미니면접>
의대 입시에서 인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성적 중심 의대 입시에 제동이 걸린 결정타는 최근 몇 년간 계속돼 온 의대생 범죄다. 집단 성희롱, 동기 성추행, 불법촬영, 성추행 학생의 타 의대 입학 사건 등이 불거지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된 것. 생명을 다루는 직종임에도 인성검증을 거치지 않고 단순히 성적 순으로 입학시킨 데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의료법상 의료인의 결격사유로 성범죄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인적성평가를 진행하는 대학 역시 공통 매뉴얼이 없고, 자체적으로 정한다 해도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의대 신입생의 인성을 평가하기 위한 최선의 대안으로는 다중미니면접이 있다. 다중미니면접은 여러 면접실을 정해진 시간에 따라 돌며 제시문을 분석하거나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상위 선호도로 정평이 난 서울대 의대 역시 2013학년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한 이후 수시에서 꾸준히 활용하고 있다. 도입목적은 ‘의사소통 능력과 라포르(Rapport, 의사와 환자의 심리적 신뢰) 형성 능력이 있는 지원자를 선발하고, 공부만 잘하는 지원자를 걸러내기 위한 시도’라는 점에서 도입 취지를 확인할 수 있다. 성적 중심의 입시 대신 다각도 인성검증을 위한 심층면접을 도입해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현재 서울대 성균관대 울산대 가톨릭대 건양대 경북대 경희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아주대 인제대 한림대 등이 다중미니면접을 운영 중이다. 정시에서는 인제대와 울산대에 이어 경북대가 새롭게 추가됐다. 면접은 짧게는 10분, 20분 내외로 진행되며 30분 내외와 60분 내외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의학을 전공하는 데 필요한 자질 적성 인성 등을 평가하며 상황/제시문 활용 면접과 서류 기반 면접을 복수의 면접실에서 진행하는 형태다.

<‘정시 확대’ 속 의대 블랙홀 확대.. N수 가속화>
전문가들은 의대 블랙홀을 강화시킨 최대 정책적 요인은 정시 확대라고 입을 모은다. 4년 예고제도 무시해가며 밀어붙인 정시 확대는 의약 열풍에 재수/반수는 물론 대학 재학생과 직장인까지 유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미 자연계 블랙홀로 자리잡아 반도체 인재 양성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고 있다. 더군다나 수학에서 이점을 얻는 통합수능까지 도입돼 수학에서 강점을 지닌 자연계 최상위권의 ‘의대 재도전’을 양산하는 최적의 조건이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입시 안정성을 이유로 정시40%를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밝혔다. 윤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과 전면 대립하는 대입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셈이다.

N수생의 증가와 반수를 위한 이탈 역시 매년 증가세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이 교육부를 통해 확보한 ‘2020~2022학년도 의대 정시 합격자 현황’을 보면, 정시 합격자 중 N수생 비율은 78.7%까지 늘어났다. 자료를 제출한 18개교 기준 전체 합격생 1879명 가운데 N수생이 1478명, 재학생은 380명(20.2%)에 그쳤다. 정시로 의대에 합격한 학생 10명 중 8명이 N수생인 것이다. 의약계열 중도탈락자 역시 최근 3년새 급증하고 있다. 대학알리미의 ‘의치한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2022년 의치한수 중도탈락자는 총 1196명이나 된다. 2020년 357명, 2021년 382명, 2022년 457명의 추이다. 최초 합격자의 이탈로 인한 정시 충원율 역시 2022학년 42.5%에서 2023학년 44.1%까지 상승했다. 의약계열에 합격하고도 의대 진학을 위해 이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