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대학입시 칼럼

올 수능 보는 수험생들! 수시 모집 환상(?)을 완전히 지워버리기 바랍니다.
원서를 접수하고, 자기소개서를 끝내고, 서류까지 마감하고 나면 합격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10명 뽑는데, 500명이 와서 50:1이라고 해도 나보다 더 쎈 놈이 없을 것이라는 환상!
그 환상을 수시모집 환상 또는 자기소개서 환상이라고 합니다.
이 환상에서 얼마나 빨리 탈출하느냐가 올 입시의 성패가 결정됩니다.

 

이런 얘기를 듣고 필자에게 욕을 하고 싶다면,
아직도 환상에서 탈출하지 못한 것입니다.
경쟁률 2 :1, 수시 모집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낮은 경쟁률입니다.
이것도 뚫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실력이 비슷비슷한 사람 100명이 달려서 50등안에 든다는 것. 쉽지 않습니다.
만약 10:1이면 100명이 달려서 10등안에 들어야 합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수시모집에서 합격하기

 

1. 최후의 보루는 수능입니다.

비록 수시 1차 논술이 있다하나 더 중요한 것은 수능입니다. 수능 성적에 의한 우선 선발 최저학력기준 안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수시 합격 가능성이 몇 배 이상 높아집니다. 우선 선발에서 미달되는 학과도 있습니다. 논술을 망쳐도 합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 입시의 성공과 실패는 바로 수능에 달려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가 단기 방학에 들어갑니다. 8일을 자기 계획대로 쓸 수 있는 시간입니다. 언어는 50문제, 수학은 30문제, 영어는 50문제, 탐구는 40문제 이상 풀고 한 15분 정도 쉬는게 좋습니다. 쉽게 말해서 90분 공부하고 좀 쉬라는 얘기입니다. 90분짜리 공부를 오전에 3개, 오후에 3개, 저녁에 4개 정도 하면, 하루에 15시간 정도 공부하는 셈이 됩니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에서 공부를 제일 많이 하는 학생 그룹에 들어갑니다.

 

2. 수시 1차에 지원한 수험생은 기출문제를 꼭 풀어보자!

필자는 대학 논술시험 출제에 몇 차례 참석해보았습니다. 한 주일정도 대학교수님들이 합숙을 해가면서 외부와 두절된 상태에서 출제합니다. 이 때 교과서는 기본이고 시중 논술 문제집도 모조리 점검하면서 출제합니다. 기존 문제집에 있는 지문은 거의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교과서 내용을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즉, 논술의 출발은 교과서라는 얘기입니다. 인문계는 사회문화, 윤리, 경제 등의 교과서를 많이 참고하고, 자연계는 수학, 물리, 화학, 생물 교과서를 많이 참고합니다. 서울대와 연세대는 지구과학 교과서도 중요하고요. 즉,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을 출발점으로 하여 지문의 수준을 한 단계씩 높여 간다는 것입니다. 논제에서 또 한 단계 높이고요. 논술 시험보기 전에 이들 교과서 중 자신이 취약한 부분을 한번 점검하고 가라는 것입니다. 비록 수능 시험에서 선택하지 않았다 해도 2학년 대 배운 경험을 되살려서 꼭 읽고 시험장에 가세요.

교과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기출문제입니다. 대학에서 논술 출제 위원님들은 거의 큰 변동이 없습니다. 서로 안들어 가려고 합니다. 즉, 작년에 출제하셨던 분들이 올해도 출제한다는 것입니다. 작년 논술문제, 모의 논술 문제, 그 시험의 결과 등을 종합해서 올해 문제를 출제합니다. 기출 문제를 풀다 보면 올해 시험이 어떻게 출제될지, 어떻게 써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2년간 기출 문제, 모의 논술 문제를 꼭 풀어보고 시험장에 가세요.

 

 

수험생들은 여기까지만 읽고 빨리 공부하세요!!

지금부터는 대학입시에 대하여 궁금한 점이 많으신 분들만 읽으세요.

 

요사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하여 말이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4대강 만큼 말이 많아질 것 같은데,
현장에 있는 교사로, 현장에서 20년 넘게 대입진학과 씨름한 사람 입장에서 사정관제 전형을 생각해봅니다.

 

대입에서 전형 요소라는 것이 있습니다.
학생부교과성적(내신성적), 학생부비교과성적(서류성적), 수능성적, 논술시험성적, 면접시험성적, 적인성시험성적 등과 같이 합격자를 구별할 때 쓰이는 성적을 전형요소라고 합니다.

 

사정관제 입시 이전까지는 내신점수와 수능점수, 논술점수로 총점을 만들어
석차를 낸 뒤 정원 만큼 딱 자르고 나머지 수험생은 버립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 처럼보이죠.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 보면 공정하거나 공평하지도 객관적이지도 못합니다.

 

우선 내신 점수....전국에 2040여 개의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서울과학영재고나 대원외고부터 한 학년에 2개반, 전교생이 150명 밖에 안되는 종합고등학교도 있지요.
내신 7등급이 수능 1등급인 학교도 있고, 내신 1등급이 수능 7등급인 학교도 있습니다.
내신 점수는 공정한 점수가 아닙니다.

 

수능점수...한날 한시에 똑같은 시험 문제로 치르니까 상당히 공정한 시험인 것 같이 보입니다.
그러나 이 시험의 가장 큰 약점은 인간의 진정한 능력을 측정할 수 없는 시험이라는 것입니다.
이 시험은 지적인 능력이 우수한 학생이 반복적으로 공부하면 성적이 잘 나오는 시험입니다.
인간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어도 지능만 우수하면 좋은 점수를 받고,
한번이라도 더 반복한 재수생이 유리하고,
개인교습이나 학원에서 선행을 하여 한번이라도 더 반복을 시켜주면 유리해진다.
독학으로 자발적으로 무진장 고생해서 공부를 했어도 그 과정이 점수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또 당일 컨디션에 좌우되는 시험이며, 운이 작용하는 시험입니다.
특히 여학생의 경우 1/4정도는 그날 컨디션이 정상이 아닐겁니다.
수능 역시 공정한 시험이 아닙니다.

 

논술 점수....대학에서 지원자의 수준에 맞추어 출제하기 때문에 공정한 시험이라고 보는 이도 있습니다.
논술의 가장 큰 문제는 학교 공부로 해결하기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대학마다 수준이 다르고 출제 방식이나 채점기준이 다르죠. 전국적으로 통일이 되지 않았습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는 고등학교 수준을 넘는 문제가, 또는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자주 출제되지요.
2040개 고등학교가 있다고 했는데, 이들 고등학교에 공평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공평하지 못한 점수로 기계적으로 합격자를 내는 것이 현재의 일반 전형입니다.
농협에가면 감자를 고르는 기계가 있는데, 무게에 따라 특상품, 상품, 중품, 하품으로 나누는 기계입니다.
썩은 감자도 무게만 좋으면 특상품이 됩니다. 현재 일반 전형이 이 기계와 다를게 별로 없습니다.

 

이에 반하여 사정관제전형은 수작업으로 합격자를 가립니다.
사람이 일일이 감자의 무게도 달아 보고, 모양도 보고, 흠집도 봐가며 특상품을 고르는 것입니다.
무게가 좀 덜 나가도 모양이 참 좋고 흠집이 없다면 특상품으로 쳐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사정관제 전형에서도 점수를 쓰기는 하지만, 똑 같은 점수라고 해서 똑같게 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과정을 중시하고, 잠재력이나 성장 가능성을 보는 전형입니다.

예를들어 IBT 115점!
영어권에서 받아온 점수, 국내에서 받은 점수, 지방에서 독학으로 받은 점수를 달리 보겠다는 것이지요.

수능 500점!
지방고등학교 기숙사에서 혼자 어렵게 공부해서 받은 500점도 있고
서울 한 복판에서 과외와 학원교습으로 공부하기 싫어 하는 아이를 억지로 공부시켜 받은 500점도 있죠.

대학의 사정관이 만약 전자를 불합격 처리하고 후자를 합격처리한다면 그 대학은 손해를 보는 겁니다.

 

너무 기계적이어서 불공정했던 입시를 사정관제 전형을 통하여 공정한 입시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정관제 전형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합니다.
선발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공정하지 못하다면 수험생이나 교사들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사정관들이 대필한 자기소개서를 골라내지 못한다면 그 대학의 교문은 더러워질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대학 등록금이 2번째로 비싼 나라라고 합니다.
이렇게 비싼 교육비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들어갈려고 하는 것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인데
남의 꿈을 짖밟고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장점이 많은 사정관전형 전체가 폐기 처분될 수 있습니다.
입학사정관뿐만 아니라 수험생, 학부모, 교사들이 사정관제 전형의 참 뜻을 이해하고 장점을 살려야 할 것입니다.

 

4대강정비사업처럼 MB정권이 추진한다고 해서 무조건 단점이나 약점을 들어
사정관제 입시를 공격할 일도 아닙니다.
사정관제전형은 이미 2005 입시부터 도입되었습니다.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 아주 중요한 일이니, 다른 방식으로 평가해보고자 도입된 것입니다.
매년 수백억씩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 올해도 340억의 국가 예산이 들어 갔습니다.
70만 수험생에게 1인당 5만원씩 나누어 줄수 있는 돈입니다. 엄청난 돈입니다.
이 많은 돈을 정부는 왜 쓰고 있는 것일까요?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이 그 많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공평하게 평가해서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간의 능력을 어떻게 평가해야,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아가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비용입니다.

 

말이 참 길어 졌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