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공부비법

■ 구조적 학습의 필요 (2) - 구조적 암기

 

앞의 글에서는 구조적 이해가 필요한 수학과 영어 과목의 예를 들어 중학교 공부와 달리 고등학교 공부에서 요구되는 구조적 학습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구조적 학습의 또 한가지 중요 축인 구조적 암기를 알아보자.

 

사회과목을 예로 들자. 사회를 많은 시간을 들여 여러 번 공부할 수 있는 학생은 별로 없을 거다. 중학교 때는 시간이 비교적 많기 때문에 단순암기를 할 여유가 된다. 또 내용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단순 암기로도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부터는 사회 과목의 분량이나 과목의 개수가 많아진다. 그리고 사회 말고 다른 과목들도 엄청나게 분량이 늘어난다. 따라서 사회 과목을 단순 암기하고 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 대부분 시간에 쫓기며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공부한다. 이런 과목일수록 암기하기가 어렵다. 몇 번 못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과목은 이해를 바탕으로 구조화 된 암기를 해야 여러 번 공부하지 않고도 오랫동안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한마디로 왜 그런 사회 현상이 생겼을까를 잘 이해해두면 쉽게 전체 구조를 외울 수 있다는 거다.

 

두 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사회 현상의 원인(a)을 이해하여 암기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일이다.

두 번째는 이렇게 이해한 내용들을 연결 지어 전체 구조(b)를 만드는 구조적 암기가 필요하다.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이슈였던 근대화의 요구에 대한 우리민족의 대응을 통해 이해해보자.

 
1) 암기의 연결고리 만들기

 
[ 우리 민족은 19세기 후반 주권 수호를 위한 쇄국과 근대화를 위한 개방의 기로에 서 있었다. 또한 쇄국을 한다면 봉건제도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봉건제도는 없앨 것인가도 대립했다. 쉽게 말하면 외국이 우리나라에 문호를 개방할 것을 요구하는데, ‘개방을 할거냐 말거냐’ 의 의견차이, 그리고 개방 안하면 ‘옛 지배체제를 유지할거냐 말거냐’ 의 의견차이(a)가 있게 된다.

 

당연히 대부분 사람들은 문호 개방에 대해 두려움을 가졌을 것이고, 쇄국에 찬성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지배층인가 아니면 피지배층인가에 따라 지배층은 지금 이대로 좋으니까 봉건제도의 유지를, 피지배층은 지금이 너무 싫으니까 봉건제도에 대한 반대를 주장했을 것이다. 지배층의 논리에 기초한 것이 위정척사 운동이다. 바른 것을 지키고 사악한 것을 배척한다는 말뜻처럼 전근대적이며 전통적인 정치, 사회적 질서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성리학을 신봉하는 보수세력이 중심이 된다.

 

반면에 피지배층의 논리에 기초한 것이 동학 운동이다. 반외세 이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위정척사 운동과 달리 민중들과 저항적 지식인들이 주축이 된다. 봉건적 질서에 반하였음은 자명하다.

 

이와 달리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개방을 주장하며 근대화를 바랬다. 당연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거나 학식이 높을수록 개화를 바랬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다만 지나치다 보면 외세에 굴복하기 쉬웠을 테고 나중에 일본이 한반도를 제패할 때 친일파로 흘렀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

  
 
2) 내용 연결 지어 전체 구조 만들기

 
이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와 같은 배경을 이해하고 구조를 머릿속에 넣어두면 사실 암기할 것도 별로 없다.

(b) 주권보호하자! -> 당연히 쇄국, 반외세 ->우리는 제도 유지하고 싶은데! 위정척사 (봉건제도 유지)

↗ ->우리는 다 맘에 안든다구! 동학 (봉건제도 반대)

↘ 근대화 합시다! ->당연히 개방 ->다 바꿔서 잘 살아보자구요! 개화세력->친일가능성 高

 
그러나,

위정 척사 :  반침략, 반외세, 성리학 고수
동학 :  반봉건, 반침략, 민중운동
개화 세력 :  근대화 추구, 개방
 

과 같이 중학교 식으로 결과만 요약해서 마구잡이로 달달 암기하려고 하면 몽땅 암기할 것들로 넘쳐날 것이다.

 

 

다음 두 개의 문제의 차이를 봐도 중학교식 암기와 고등학교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구조적 암기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가)와 (나)의 입장을 가진 세력에 대한 설명 중 옳은 것을 <보기>에서 모두 고른 것은? [3점] - 2005학년도 고등학교 수학능력시험 기출문제 (근현대사)

(가) 저 교활한 오랑캐는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우리와의 교역을 노리고 있습니다. 저들이 험악한 골짜기와 구렁텅이를 싫어하지 않음은 우리나라를 속국으로 만들려는 것이고, 우리 강산을 자신들의 재물(財物)로 만들려는 것이며, 우리 백성을 짐승으로 만들려는 것입니다.

(나) 밖으로는 널리 구미 각국과 신의로써 친교하고, 안으로는 정치를 개혁하여 어리석은 인민을 문명의 도(道)로써 가르쳐야 합니다. 또한 상업을 일으켜서 재정(財政)을 확충하고 군사를 길러야 합니다.

 
<보 기>
 
ᄀ. (가)는 흥선 대원군의 통상 수교 거부 정책을 지지하였다.

ᄂ. (나)는 반봉건․반외세적 성향이 강하였다.

ᄃ. (가)는 성리학적 가치관 수호를, (나)는 근대 국가 건설을 지향하였다.

ᄅ. (가)는 위로부터의 개혁을, (나)는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추진하였다.
 
① ᄀ, ᄂ② ᄀ, ᄃ③ ᄂ, ᄃ④ ᄂ, ᄅ⑤ ᄃ, ᄅ

 
☞ (가)를 읽고 그것이 반외세임을 알 수 있다. (나)는 개화를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ㄴ.에서 (나)가 반봉건-반외세라고 설명한 것은 일단 옳지 않다. ㄹ.은 (가)가 개혁을 원하지 않는 세력의 의견임을 알 수 있기에 역시 틀렸다. ㄱ.은 반외세 세력의 의견인 (가)의 내용상 맞는 것으로 보인다. ㄷ.은 (가)가 성리학에 기반 한 보수 세력의 의견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옳고 (나)가 개화를 원하는 세력의 의견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역시 옳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를 전체적으로 볼 때 단순 암기할 내용은 별로 없고, 위에서 기술했던 개화세력과 반외세의 보수주의 세력, 마지막으로 문제와는 직접 관련 없다. 그러나 반봉건-반침략을 주장했던 동학 세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구조적 암기가 있다면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문제이다.

 
그러나 중학교 문제를 살펴보면 차이가 있다.

 
다음 내용과 관계 깊은 시기를 고르면? (중학교 국사 자습서 문제 예시)

{ 전라도와 충청도 각지에서 동학 교도들이 집회를 갖고,

동학 신앙의 자유와 외세의 배척 등을 요구하였다.}

 
1) ㄱ 2) ㄴ 3) ㄷ 4) ㄹ 5) ㅁ

 
☞ 전라도 삼례집회와 충청도 보은 집회를 설명하는 것으로 각기 1892년, 1893년에 있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맞추려면 정확히 그 집회들이 몇 년도에 일어났는지를 알아야 한다. 단순 암기를 요구하는 것이며 년도만 외우면 별다른 생각 없이 답이 4번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