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 병동에서 있었던 일이다.

본래 중환자 병동에는 갑작스런 사고를 당하거나 오랜 입원 생활 끝에 조만간 죽음을 맞이하게 될 환자들이 들어가 있기 마련이다.

또 병동 주위에는 중환자의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환자의 상태를 매 시간 주시하고 있다 보니 암울한 분위기가 감돈다.

자원봉사자들도 중환자 병동에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

그런 중환자 병동에 아주 심한 화상을 입고 생사의 기로를 헤매는 십대 초반의 어린 소년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처음 병원에 자원봉사를 나온 대학생 한명이 모르고 중환자 병동에 들어왔다.

병원 담당자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대학생은 이 소년의 기록을 보고 나이를 확인한 다음 중학교 2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영어 문법 동사 변화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

​물론 소년이 제대로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이 순진한 대학생 자원봉사자는 며칠 동안 어린 소년을 열심히 가르쳤다.

그런데 너무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회복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고 판정을 받았던

소년의 상태가 조금씩 회복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담당 의사의 말에 따라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있던 가족들도 새삼 희망을 갖고 소년의 경과를 바라보게 되었다. 한주, 두주 지나면서 부터는 위험한 고비를 넘기게 됐을 뿐만 아니라 정상으로 회복돼가는 신호를 보이기 시작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

​이 같은 사태 변화에 놀란 건 의사나 가족만이 아니었다.

병원 관계자들과 중환자 병동 근무자들도 모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 동안 이런 일은 한 번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들 이 소년의 회복 원인에 대해 궁금해 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그 날이 다가왔다. 마침내 얼굴의 붕대를 푸는 날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소년에게 회복의 원인이 무엇인지 물었다.

​

​소년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사실은 저도 가망이 없다고 스스로 포기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대학생 형이 들어와서는 다음 학기 영어 시간에 배울 동사 변화를 가르쳐주지 않겠어요?

처음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 형이 ‘네가 나아서 학교에 돌아갈 때쯤엔 이것들을 알아둬야 해. 그래야 학과 진도에 뒤떨어지지 않을 거야’ 하는 거예요.

그때 저는 확신했죠. ‘아, 의사 선생님들이 내가 나을 수 있다고 판단했나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나에게 다음 학기 동사 변화를 가르쳐줄 리가 없지.’

그때부터 마음이 기쁘고 소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생사를 알 수 없던 한 소년을 살려낸 건 다름 아닌 한 순수한 대학생의 지혜로운 봉사였던 것이다.

​

​그것이 곧 사랑의 힘이다. 사랑의 봉사, 사랑의 헌신이 보여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