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유게시판 > 선배들의 조언
공부와 입시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
LV6 a.p.c.
2016-10-04 오전 11:44:03 | 조회 : 8261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이곳에 방문하게 되네요.
서울에서 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지방에 공대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입시라는 현장에서는 졸업했지만 간간히 교육자로서 현장에 다시 들어가기도 하고, 사촌동생들이 줄줄이 영재고, 과학고에 가는바람에
아직도 떠난 것같지 않은 느낌이 드네요.
두서 없이 제가 느낀 것을 적도록 하겠습니다.
1. 무엇보다 중요한건 대학입니다
요즘은 외고,과고에 영재고 자사고 국제고에 지역 명문고 까지
고등학교부터 대학입시를 미리 경험하는 기분일듯 합니다.
그러한 입시를 준비하는 것은 학생에게 경각심과 긴장감을 주고 좋은 경험이 되겠지요.
하지만 ‘진학’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턱걸이로 그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좋은 것은 대학입니다.
절대 고등학교가 아니에요.
고등학교 3년해서 대학 가야 합니다.
기적을 이루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고등학교 첫 성적이 고3까지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이 노력을 한다구요, 그 학교 대부분의 학생이 그만큼의 노력합니다.
현 입시에서 정시에’만’ 올인하는 것은 도박이고,
결국 냉정하게 그 학교에 진학했을 때 어느정도 위치에 있을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좋은 경쟁상대로서 동기와 잘나가는 선후배 좋죠.
잘하는 선배들은 대학 진학 후 우수한 실적으로 도움을 주지만,
잘하는 동기들은 당장은 성적표상에서 내 등수를 내리는 경쟁자입니다.
명심할것은, ‘**고-서울대 동창회’는 본인이 서울대에 갈 수 있을 때 가능한겁니다.
2. 학생이 공부만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본인얘기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학생들이 공부에’만’ 집중하면 좋겠지만 방해물들이 많습니다.
본인 스스로 이외의 것에 관심이 있을 수 있지만, 최대의 적은 주변 환경입니다.
특히나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 주변에는 뭐든지 잘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데 예쁘고 꾸미는 것도 잘하고 어디서나 돋보이는 여학생,
키도 크고 운동도 잘하고 게임도 잘하는 남학생.
우리는 이런 학생을 소위 ‘사기캐릭터’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더욱이 특목고나 명문고에 가면 이런 ‘사캐’들이 꼭 있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꼭 집안까지 완벽한 경우가 많더라구요.
저 또한 과학고에서 봐왔고, D외고, M자사고 등 이런류의 친구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그 여러개가 한번에 가능한 친구들입니다.
심지어 그 친구들은 자기 하고싶은거 하고 연애도 하고 해야 공부를 더 잘하기도 합니다.
이런 학생은 많은 학생의 우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본인도 저래도 된다는 안심을 넘어서, 그 학생들 처럼 잡다한것에 관심이 있어야
그 학생들처럼 공부를 잘하게 될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학생도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이에 속하지 않아요.
황새가 뱁새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집니다.
본인의 능력을 직시해야합니다.
3. 12년의 입시준비기간은 감사한 시간입니다.
요즘은 초등학생부터 입시를 준비한다고 하죠.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이러한 긴 준비기간은 불안함과 부담감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이 긴시간은 감사한 시간입니다.
이렇게 가정해볼까요?
모든 학생들이 11년동안 무조건 같은 교육을 받고,
단 1년만 입시에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고 칩시다.
입시 결과 어떻게 될까요?
머리 좋은 순으로 대학에 들어갈겁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11년의 시간이 있어요.
많은 학생들은 머리가 뛰어나고 타고나게 시험을 잘치는 그룹보다는
평범한 그룹에 속합니다.
그 평범한 학생들이 반란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것은 11년이라는 감사한 시간이에요.
제 경험을 말해보자면 과학고에서는 정말 머리가 좋은 친구들이 많습니다.
고입전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면서도 많이 봐왔지만,
일반 학생들이 5의 능률을 보이고, 일반적인 과학고 학생들이 7,8의 능률을 보인다면
그중 몇몇 학생들은 10,20의 능률을 보입니다.
이런 친구들이랑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하는건 상대할 수 없어요.
과학고에서는 그동안 열심히 돈과 시간을 들여서 쌓은 실력을 무색하게 하는 친구들이 많이 보입니다.
몇몇 학생들은 맨날 놀고 공부도 안하는 저친구가 본인과 성적이 비슷한 것에 분개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태어난 걸 어떡하나요.
거꾸로 그나마 중학교 때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과 동일 선상으로 평가받는 것입니다.
우리는 선행학습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잘 활용해야 합니다.
대입 이후에는 이런 불평등한 경쟁이 더욱 심화됩니다.
평가 받는 기간이 더욱 짧아지고 각자의 다른 기회가 아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집니다.
대학에서 학점을 받는것 생각해보세요.
매 학기마다 이전에 전혀 접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배우고 4개월마다 평가받습니다.
미리 준비할 시간이라고는 방학의 두달이 전부고, 미리 공부할 수 있는 자료와 기회도 적습니다.
정해지지 않은 교육을 학기중에 그때 그때 받고 한정된 시간에서 평가받게 될 때,
더더욱 더 좋은 머리가 더 좋은 성적을 만들게 됩니다.
12년의 긴 시간을 단순히 부담스럽고 마냥 긴 시간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잘 활용하여 각자의 반란을 일으키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보고서가 아닌 긴 글을 쓰려니 힘드네요.
제가 하고싶은 말이 잘 전달되길 바라고 단 한명이라도 도움되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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