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안 가고 집에서 놀기만 하는 초4 아들에게 이번 달에 있었던 고1 9월 모의고사 영어 기출문제를 풀어보게 했어요.

실제 시험이랑 동일하게 시간 내에 풀어야 한다며 간단한 시험 규칙을 알려주고 실전처럼 시험을 보게 했지요. 그랬더니 10분만에 벌써 몸을 비비 꼬며 딴짓하기 시작하네요. ㅠ_ㅠ

그러고는 70분짜리 시험을 40분만에 끝내는 거예요. 그래서 시간이 아직 30분나 더 남았으니까 다시 한 번 풀어보라니까 이미 다 풀었는데 왜 또 풀어야 하며 짜증을 내네요. 하.. 이 시키가 진짜... ㅠ_ㅠ

그래서 이번 시험은 망했구나 싶었는데 의외로 75점이나 받았어요. 저희 아이는 2학년 여름부터 영어학원을 안 다니고 있고, 집에서도 수학 공부 시키느라 작년 가을부터 영어 공부는 완전히 손을 놓아서 다소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집에서 영어책 많이 읽고, 영어만화도 많이 봐서 어느 정도 점수가 나오면 좋겠다고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왔어요. 60~70점 정도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듣기평가에서도 2문제가 틀렸네요. 집에서 매일 2~3시간씩 영어만화를 보고 있어서 듣기평가는 다 맞을 줄 알았는데 이 부분은 조금 아쉬워요.

아이를 앉혀놓고 어떤 부분이 어려웠냐고 물어보니 일단 모르는 단어가 여러개 있고, 지문을 읽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대요. 수능이나 모의고사는 영어실력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문장이해력이나 사고력, 배경지식도 요구하다 보니 초4한테는 버거웠나 봐요.

그런데 고1 9월 모의고사를 풀어보니 실제 수능 기출을 풀어보면 어떨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과자 한 봉지로 꼬셔서 오늘은 작년 수능 영어 기출문제를 풀어보게했어요. 작년은 영어가 쉽게 출제됐기에 작년 기출문제를 풀게 했지요. 2020 고1 9월 모의고사 점수가 75점이니까 2019 수능 기출은 65점 정도 나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요.

사실 수능 기출은 초4가 풀기에는 많이 이른 감이 있지만 자기가 아는 영어가 전부가 아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어려운 문제도 풀어야 한다는 걸 가르쳐주려고 도전시켜본 거예요. 저희 아들은 학원을 안 다니다 보니 비교 대상이 초2 동생 밖에 없어서 자기가 영어를 엄청 잘하는 줄 알거든요. 전형적인 우물 안 개구리인 거죠.

그런데 의외로 2020 수능 기출문제에서 점수가 더 높게 나왔어요. 79점이 나왔거든요. 2점짜리 6문제, 3점짜리 3문제로 총 9문제를 틀렸어요. 듣기평가는 다 맞았고요.

아이한테 듣기평가는 점수를 주려고 낸 문제니까 틀리지 않게 정신 바짝 차리고, 시험시간도 남기지 말고 70분을 다 써서 여러 번 풀라고 주의를 준 게 효과가 있었나 봐요. 오늘은 찍신도 강림해서 몇 문제 찍은 것도 맞았고요. ㅋㅋㅋ

2020 수능에서 영어는 90점 이상 1등급 비율이 7.43%, 80점 이상 2등급 비율이 16.25%니까 79점인 저희 아들은 등급으로는 3등급, 누적 백분율로는 약 25% 정도 되겠어요. 상대평가로 따지면 4등급이네요.

이번에 아이에게 모의고사와 수능 기출문제를 풀어보게 하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어요. 

1. 영어는 단어암기가 기본이다.

2. 영어는 꾸준히 해야 한다.

3. 수능 영어는 배경지식이나 사고력도 중요하다.

4. 시험도 경험이 필요하다.

5. 영화나 만화, 드라마도 영어 듣기에 도움이 된다.

수능 영어는 단순히 영어실력만 물어보는 게 아니어서 다양한 독서를 통해 문장 이해력 및 배경지식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그러기 위해 단어암기부터 해야 하고요.

그동안 수학 공부시킨다고 영어는 손 놓고 있었는데 언어는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만큼 앞으로 영어도 신경써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초4~5에 이미 수능 영어 1등급을 받는 애들도 있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역시 타고나는 애들은 따라가기 힘드네요. 황새 따라 다 다리 찢어지지 않게 저희 아이 수준에 맞춰 천천히 전진해봐야겠습니다.

추신 1. 초4 형아가 컴퓨터로 문제 푸는 게 부러웠는지 초2 둘째가 자기도 해보고 싶대서 고1 영어 모의고사를 풀어보게 했더니 35분만에 풀고 35점(7등급) 나왔네요. 얘는 한글로 써있는 단어도 이해를 못하더라고요. ‘아빠, 언급이 뭐예요? 일치가 뭐예요? 우천 시가 뭐예요?’라며 계속 물어보네요. 그래도 찍은 게 잘 맞았는지 35점이나 받았어요. 5지선다형이라 20점 나올 줄 알았거든요. ㅋㅋㅋ

추신 2. 확실히 시험은 경험이 필요하네요. 풀고난 후 다시 검토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둘째가 자기도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해서 방금 올해 고1 6월 모의고사 영어를 보게 했더니 57분만에 채점하고 57점(5등급) 나왔어요. 첫시험은 35분만에 채점하고 35점이었는데 신기하네요. 다음에는 70분만에 채점하고 70점을 노려봐야겠어요. ㅋㅋㅋ

추신 3. 점수가 올랐으니 이건 치킨 먹을 일이라며 치킨 시켜달래요. 시험 또 보겠다고 한 게 치킨 때문이었나 봐요. 그나저나 둘째는 영유만 2년 반 다니고 영어학원은 다녀본 적이 없어요. 하루종일 거실 바닥을 굴러다니며 TV로 영어 만화만 볼 뿐이지요. 요즘은 만화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반복 중이에요. 거의 외울 정도로 보고 또 보고 있네요. 영어는 여러가지를 보는 것보다 하나를 외울 정도로 반복해서 보는 게 훨씬 효과적인가 봐요.

추신 4. 2008년부터 스홀을 무료사이트로 운영하느라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못해서 아이들을 일반유치원에도 보낼 여유가 없었어요. 그래서 유치원을 보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우리 스홀 회원이셨던 영유 원장님의 도움으로 일반유치원 비용만 내고 두 아이를 모두 영유에 보낼 수 있었어요. 

사실 영유를 보내기 전에는 영유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한글을 가르치는 게 먼저지 영어를 일찍 배워봤자 아무 소용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와서 결과론적으로 보니 영유를 보낸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스홀 가족들이 책을 많이 물려주신 덕분에 한글책도 많이 읽어 영유 출신인데도 한글을 깨우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요. 한글책, 영어책, 온갖 교구 등을 아낌없이 물려주신 우리 스홀 가족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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