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재밌는 소설같아 읽기 시작했다. 흔히 요즘에 나오는 남는거 없고 시간 잘 가는 그런 소설... 살인사건의 뒷 이야기가 중심내용이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머리에 남는건 살해당한 아이의 아빠였다. 교정...이란 이름으로 가족을 학대하고 자기 성질에 안 맞거나 규칙을 어기면(그 규칙도 자기 맘대로 만든..) 너무나도 혹독한 매질과 폭언을 일삼아, 끝내는 자식과 부인을 굴복시키고 공포에 떨게 하고 마침내 죽음에 까지 이르게 한 아버지.. 놀라운 것은 그 아버지 조차 자기 나름의 사랑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었고 나름의 잣대로 스스로는 올바르고 주변사람들이 항상 문제거리이며 루저 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 자식또한 무조건적인 사랑의 대상이 아니라 손봐주어야할 교정대상이고 고쳐주어야할 루저였던 것이다.   상황은 다르지만 책을 읽는 내내 너무나 맘 아프고 눈을 뗄수없었던것은 공포에 떨며 점점 소극적, 내성적으로 변한 그 딸아이...아빠앞에서는 눈조차 제대로 맞추지못하고 맘에도 없는 말을 해야만했던 그 딸아이 때문이었다. 아빠는 그를 사랑과 지도라고 말하지만 그런 사랑, 그런 지도로 그 아이는 병들고 결국 원치않는 죽음에 까지 이르게 된것은 아닐까. 하루에도 몇번씩 사랑한다 말하지만,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네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아이를 채찍질하고 경쟁을 부추기고 슬쩍 누군가와 비교하고 ,,허덕이며 열심히 하고 있는 아이에게 좀 더 해보라고 더 잘할수있다고 말하는 나는 과연 올바른 부모일까... 착한 아이가 대꾸도 안 하는것을 수긍이라고 혼자 이해하고 아이의 말문을 닫아버리고 마치 성적이 떨어지면 이 세상의 루저이며 아무것도 해낼수없는 인간이 될것처럼 과대포장해서 아이를 현혹시키는것은 어찌보면 다른 이름의 학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남편이 나를 나보다 더 나은 누군가와 매일 비교한다면 만약 아이가 나를 나보다 나은 친구엄마 누구와 매일 견준다면 그래서 더 부지런할것과 더 요리를 잘할것과 더 고상할것과 더 집을 이쁘게 꾸밀것을 요구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결국 엄마의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어떡하지..... 부모는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끝없는 사랑을 주는 존재라고 했던가. 과연 나는 언제나 한결같이 무조건 믿고 사랑했던가 말이다....... 이 책 끝에 또 다른 숙제가 숨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