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제가 참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외국에 있는동안 철저하게 계획해서 공부시켰고
수학이나 한자이런것도 다 준비해가서 하나도 흐트러짐없이 유학생활내내 거의 목표한대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갔고 돌아와서도 일등하는딸....너무나 자랑스럽고 우린 끄떡없이 다 잘할거라고
스스로 대견하게도 생각했었나봐요.

이틀전에 아이가 학교청소에 꼭 간식갔고 와달라고 하도 신신당부를 하기에 밝은 맘으로
학교를 갔죠.
애들이 돌아가고 선생님과 면담아닌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울 담임선생님, 중2아들과 울 딸애와 동갑인 초4딸아이를 키우는,,밤에는 대학원에서 아동심리학도
배우시는 아주 호탕하고 성격좋은 인기짱 선생님이세요.
게다가 우리가 캐나다 가기전에도 반년동안 울 아이 담임선생님이셔서 울 아이를 참으로 잘
알고 계셨죠..
근데 그 선생님이 뜻밖의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세림이가 요즘 너무 달라져서 참 당황스러워요.예전에는 어리고  그래서인지 참 털털하고
성격좋은 아이였는데 요즘은 두배로 잘 하면서도 항상 만족을 못하고 성적에 너무 연연하고
저번에도 단원평가에서 한개를 틀렸는데 그걸 너무 신경쓰고 꼬치꼬치 묻고, 또 묻고...
아이가 너무 성적에 부담을 느끼는가봐요.그리고 세림인 엄마이야기를 아주 많이 해요.
좋아하기도 하지만 아마 공부를 더 잘해야겠다고 느끼는게 엄마를 더 기쁘게 할수있다고 믿는가봐요.
같은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입장에서 세림이가 너무 안 됐어요.세림이에겐 너무 안 어울리는 모습이라
요즘 제가 좀 당황스럽고 어머니께 이 말씀 꼬옥 드리고 싶었어요...."

너무 급작스러우신 말씀이라 당황스러우면서도 눈물이 마구 쏟아지는거에요.
슬프기도 하고.억울하기도 하고....그러나 이해가 가고 세림이가 갑자기 너무 불쌍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어릴때부터 참으로 부잡했던 아이를 잘 키워보겠노라고 엄마는 더욱 열심히 공부를 시켰고
엄마가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라 공부시킬땐 목소리도 무섭고 아이에게 한치의 여지도 주지않고...
게다가 인권침해적인 발언은 어찌나 심하게 했던지요.
아이도 더 잘하려고 있는힘을 다하는데 그걸 몰라주는 이 매정한 엄마는 보듬어주기는커녕 항상 더
잘할수있다고만 매질을 가하듯이 했으니 아이는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그걸 또 잘 모르던 이 무식한 엄마는 아이가 점점 꼼꼼해지고 욕심이 생겨나고 있다고 이날이때까지
뿌듯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다니, 이런 이상한 엄마가 어디 있을까요.
게다가 순하고 착한 내 딸은 한번 대드는거 없이 때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그 많은 분량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해 내면서도 칭찬은 별로 듣지도 못하고 틀린거, 부족한거만 자꾸 지적당했으니
가끔씩 엄마가 얼마나 밉고 원망스러웠겠어요.
아이는 아직 11살인데 엄마는 아이가 마치 111살이나 된듯이 대하고 말이죠...
그 모든 기억들이 순식간에 지나쳐가고 집에 와서도 한참을 멍하다가 담임선생님께 감사의 문자를
보냈어요. 이 어리석은 엄마가 지나칠뻔했던 가장 중요한것을 깨닫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요.
그리고 앞으로 아이의 맑은 모습 지켜주면서 행복한 아이로 키워가겠노라고....
담임선생님도 금새 답장을 주셨어요. 자기도 자기아이는 힘들다고....오해할수있는 말이라 조심스러웠는데 이해해주셔서 감사하다고까지 해주셨어요.
오히려 너무 감사한건 저인데 말이죠.

공부는 계속 열심히 해나갈꺼에요.그러나 앞으론 아이얼굴을 유심히 보려구요.
힘들어하면 그만 시키기도 하고 아무리 많이 틀려서 뚜껑이 열려도 가슴에 상처주는 말은 절대
안 할꺼라 다짐해보아요. 목표도 당분간 안 세울꺼고 실수하고 아깝게 틀려와도 같이 속상해하는
엄마가 되어야지...하고 다짐해보아요.
참 하나만 아는 엄마였다...라고 이 이틀동안 많이 힘들었는데 오늘 제 친구를 만나서 다 이야기하고
스홀 친구들에게도 다 고백하고 나니 한결 맘이 나아지네요.
이렇게 대대적으로 공언했으니 꼭 지켜야겠죠?^^
오늘도 방긋웃으며 뛰어들어와 안기는 저희 딸아이가 너무 이쁘고 측은합니다.
힘들었을 아이가 원래 가진 아름다운 천성을 잃어가기전에 제가 다시 저를 돌아보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들어요. 작은거 얻는대신 큰걸 잃을뻔했어요.그쵸?
쫌 창피하기도 한데 용기내어 쓰고보니 평온이 오네요.감사해요...여러분.....좋은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