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 슈퍼사장님이 우리집은 대가족인줄 알았다고 하신다.
남편, 나, 울 딸아이...달랑 세명인데 사가는 양과 종류가 장난이 아니라는 말씀....
울 집, 그야말로 엥겔계수가 하늘을 찌르는 집중 하나다.
먹는거에 너무나 관심이 많고, 즐기고, 그만큼 잘도 드신다.셋 다....

주말에 행여 한끼라도 허술히 넘어가면 모두들 서운해하고 큰일난다.
끔찍님처럼 가지각색 손수 준비해주는게 귀찮기도 하고 능력도 딸려서
아침상만 거하게 차리고 늦은 점심은 찜해놓은거 먹으로 나간다.
그렇다고 저녁을 거르느냐....천만의 말씀...
9시쯤이면 아무리 3~4시에 배터지게 먹고 왔어도 두분이 한마디씩 하신다.
너무나 죽짝이 잘 맞는 울 남편과 내 딸아이....
입맛도 나름 발달되어 라면이나 짜파@#로 때우는 법이 없다.
조개가 듬뿍 든 칼국수라던가, 입맛도는 매운탕이라던가,간단하게  명란크림스파게티로 하자는 둥.
도무지 간단하게 되지않는것들을 주문하시고는 나가자고 하면 귀찮은듯 나를 불쌍히 보시고...
결국 그 야밤에 육수를 낸다던지 명란젓을 바른다던지 하는 내가 있다.

평일에도 울 남편 두번 차린건 쳐다도 안 보시고, 울 아이는 자기 주문 따로 하시니
아침상도 한식과 아메리칸 두 종류다.여기가 호텔이야?.....
처음엔 요리도 좋아하고 잘 먹으니 기분도 좋았으나 가끔 무지 바쁠때라던가 내 몸이
피곤할때, 특히 내가 배가 전혀 안 고플때는 내무덤 내가 팠다고 나 스스로를 원망하곤 한다.
딸아이는 특히 밤 자기전에 내일 아침 메뉴를 꼬옥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고
학교 급식은 거의 손도 안 대신다고 한다.맛이 밍밍하다나 뭐라나....
한때는 너무 짜증스러워서 짜증도 몇번 냈는데 그래도 기쁘게 먹는 모습보면 또 이쁘기도 하고...
내가 출근하기 전에도 새벽에 준비하고 하던 버릇이 결국 이 사태를 불러들인 것이니 누굴 탓하리...

얼마전 남편이 심한 감기와 비염으로 거의 한달을 고생하고
울 딸은 장염으로 일주일 많이 아팠다.
그때 처음? 느낀것 같다.
잘 먹어주는것도 정말 엄마로써. 아내로써 큰 복이었구나...하고.
입맛을 잃고 기운없는 두 내 보물들을 보니 정말 나도 기운 빠지고 재미도 없고 힘도 안 났더랬다.
내가 조금만 더 부지런을 떨거나 맛집탐방을 해두면 이리도 모든 가족이 행복한 것을...
식욕있는 가정에 의욕 있다고 누가 그랬지...

모두 가정의 건강을 위해 조금씩 야채위주로 먹는 시대지만 울 집은 당분간 힘들것 같다.
다이어트한다고 평일엔 생선만 먹여대는 울 딸을 위해, 그리고 요즘 힘들어 평일엔 좋아하는
약주한잔 잘 안 하는 울 남편을 위해 주말에는 당분간 심하게 망가지셔야하니....
먹고싶은거 가고싶은 식당 많은 울 가족...좀 미련해뵈기는 하지만
인간의 원초적 욕망에 너무도 충실한 울 가족의 행복을 위해 내일도 일찍
한 상 차려드려야쥐여.....................맛있는 가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