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방을 정리하다가 책꽂이 구석에 쳐박아놓은 시집을 발견했어요.

학교 문학창작동아리에서 올초부터 동아리 아이들과 써낸 글들을 묶어 책으로 낸 것인데

두권을 가져와선 우리에게 보여주지도 않고 아무렇게나 쳐박아 놨더라구요.

글이나 시를 써서 상을 타게 되면 꼭 조잘조잘 하면서 얘기해주던 녀석인데

시집이 나왔는데도 말도 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그간 아들이 제 할일을 너무 등한시 하면서 동아리에서 책 낸다고 그일에만 너무 신경쓰고 정신을 쏟아 불만이 많았었고 잔소리도 많이 해왔기에 나름대로의 복수? 서운함의 표출?인것 같아요.

아들의 시는 총 4편이 실려 있었는데

그 중의 한편을 소개해봅니다.

                      아버지 어깨

우리 아버지는 집에 오시자마자

사각 팬티를 파자마인 양 자랑스럽게 입으시곤

한 손에 리모콘을 쥐신 채 풀썩 쓰러지신다

밖이 어두컴컴해질때까지 일하시고

이제야 오신 아버지의 몸에서는 땀냄새가 폴폴 풍겼다.

텔레비젼을 보시면서

이리저리 뒤척거리시던 아버지는

어깨를 주물러 달라신다.

나는 투덜거리며 두 손을 올리고는

그동안의 잔소리에 복수라도 하듯 어깨를 꽉 쥐었다.

아버지는 아이고 아프다 하시고

나는 씨익 웃으며

몸에 좋은 건 괴로운 법이에요

주물주물 손을 움직인다.

그러다 문득

아버지 어깨가 동아줄로 보였다.

우리 집을 튼튼히 묶어

영차 끌고 가는 굵은 동아줄

겉으로는 괜찮은 척

속부터 썩어 들어가는 괴로운 동아줄

무겁고 힘든 서글픈 가장의 동아줄

아버지 어깨에서 슬픈 냄새가 났다.

아빠와 숱한 갈등을 겪고 원망, 반감까지 가졌던 아들이

이제 아빠를 좀 이해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저는 좀 뭉클했어요.

남편도 약한 감동이나마 느껴보라고 보여줬더니....

버럭 !!!

내가 언제 사각팬티만 입고 있었어???  한포인트 어긋난 반응을 보여줍니다.

이래서 늘 아들하고 엇나가나봐요.ㅡ.ㅡ

(사실, 집에서 사각팬티를 반바지처럼 입고 다니는건 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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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쌤!!,열정셋,스터디홀릭,작업중♥♥,막내별,아들바라기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