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시키려고 베란다와 현관문을 열어두었어요.

남편이 있을때는 하루종일 열어놔도 불청객(?)이 오지 않는데 저혼자 있을땐 잠시만 열어놔도 불청객이 꼬여서 문을 잘 열지 않는데요.

잠시 10분만 열어놓자 했는데 문 열어놓은지 2분이 채 안되어 불청객이 오셨네요.

종교 포교하는 사람들이요.

저도 교회를 다니고 있고 전도활동을 다니기도 합니다.

타 종교에서 와도 매몰차게 거절하지 않고 좋게 얘기해서 보냅니다만,

한 남자가 현관 너머에서 계십니까~ 하고 부르더군요.

누구시냐고 하니까 절에서 왔는데 너무 갈증이 나서 목이 따갑다며 물 한잔만 달라고 하더군요.

몇년전에도 물 한잔만 달라고 집안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해서 그때가 37도 웃돌던 폭염이었던 때라 물 한잔이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물 가지러 들어온 사이 허락도 안했는데 세명이 우르르 거실에 들어와 자리잡고 앉아서 무대뽀로 나가지 않았던 일이 있습니다.

나가달라고 해도 나가지않고 자기들 할 말을 다 해야 나간다고 고집부려서 결국 경비아저씨 불러 쫓아냈었지요.

떠오르는 추억(?)에 멈칫, 했더니 절대로 현관 문지방을 넘지 않을테니 물좀 달라고 그 정도는 들어주실수 있지 않으냐고 하더라구요.

좀 찜찜했지만...제가 침이 잘 분비되지 않아 늘 입안이 건조해요.

목이 마른데 물이 없으면 정말 고통스럽거든요.

그 사람이 나같은 증상은 아니겠지만 목마르다 하니 차마 어쩔수 없어서 망설이고 망설이다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냈는데요, 분명히 차가운 물 한잔 달라 해놓고 따뜻한 물 달라는 거에요.

짜증이 나서 네? 했더니 한술 더 떠서 커피나 녹차로 달라고 하네요.

죄송하지만 그냥 돌아가세요 했더니 아니라고 그냥 찬물 주셔도 됩니다.-_-

물 한컵 가지고 나갔더니 현관문지방 절대 안넘는다 해놓고 어느새 신발장 앞까지 들어와있더라구요.

옆에 숨어서 안보이던 일행이 하나 더 늘어난채로.

제 표정이 안좋으니 뒤에 들어온 사람이 이걸로 나눠마시면 되요. 걱정마세요.

둘이서 물을 나눠마시고 컵을 돌려받는데 뒤에 들어왔던 늙수그레한 여자가 갑자기 팍 주저 앉으면서

아이고 무릎이야 갑자기 움직일수가 없어!

그러자 남자가 저를 보면서 우리 보살님이 갑자기 몸이 안좋아서 조금만 쉬었다 가야겠다고 합니다.

이것들이 장난하나..

이것들이 누굴 바보천치로 아나...

조용히 나가실래요? 아니면 경비나 경찰을 부를까요?

그랬더니 남자가 물한잔 주는것도 복이고 아픈 사람 보살피는건 더 큰 복인데 그 복을 걷어차실 겁니까?

하면서 어거지를 쓰더라구요.

앞에서 112 누르고 통화 시도 하니까 그제서야 나갔어요.

환기고 뭣이고 현관문 닫으면서 보니까 무릎아파서 꼼작 못하겠다던 여인 아주 씩씩거리며 잘 걷습디다.

절을 사칭한 사기꾼이나 사이비 같아요.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사람들이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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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꿈,섬기는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