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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했던 고객이 학부모로 나타났어요.
2015-06-20 오후 8:40:15 | 조회 : 2705
재작년 50대의 남자분이 공사를 의뢰했었습니다.
우리 아파트와 멀지 않은 곳에 조립식 건물을 세우고 도배,조명,배관등의 설비를 부탁하더라구요.
보통 공사가 끝난 날에서 일주일 이내 대금을 결제해주는데 차일 피일 미루더니 잠수를 타더라구요.
입금약속을 열번이 넘게 어긴 후 어느 날 전화를 하니 짜증을 내면서 몇푼 안되는 돈 갖고 자꾸 쪼지 마라고 하더군요.
그 몇푼 안되는 돈 본인은 왜 자꾸 버티고 안주는지.
200만원 조금 안되는 금액인데 본인에겐 몇푼 안되었는지 몰라도 아직도 빚을 갚아가고 있는 우리에겐 큰 금액이었어요.
두어달 후 우리가 공사했던 곳은 실내포장마차 같은 술집과 고기집을 겸한 가게?로 개업을 했어요.
그때는 전화를 하면 받지 않고, 가게로 찾아가면 늘 사장은 없는(?) 이상한 상태였어요.
그러기를 일년이 다 가도록 반복하고 남편은 그 사람에게 돈 받기를 포기했어요.
그 가게는 지금도 한창 장사가 잘 되고 있어요.
그 가게앞을 지나다닐때마다 울컥울컥 속에서 욕이 한다발 나올려는걸 참았지요.
그리고 남편이 몇달전에 우연히 알던 남학생을 마주쳤었거든요.
아파트 놀이터에서 대여섯명의 머스마들이 소주병나발 불면서, 담배 피면서, 욕설 해가면서 떠들고 있는걸 지나가면서 한번 쓱 쳐다봤는데 그중에 두명이 낯익은 얼굴!
걔들이 초등학교 다닐때 남편 주일학생들이었던 거에요.
어? 늬들 ###.### 맞지?
걔들이 당황하면서 벌떡 일어나 횡설수설~
혹시 ###아니냐고 물어봤으면 시침 딱 뗐을건데 너무 확신을 가지고 부르는 바람에 얼결에 그랬다네요.
어릴때 교회 선생님이어서 함부로 못하고 어버버 하는 사이 전화번호 교환되었고, 주소 다 불었고.
속으로는 아,이게 아닌데,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후회를 해도 이미 상황은 끝났고.ㅋㅋ
그 후 남편의 끈질~~긴 전화,문자,카톡 등에 지쳐서~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서 피자먹고 돼지국밥 먹고 하더니~
처음엔 남편이 저녁 사줄께 애원을 해도 시간없다, 약속있다 튕기고 마지못해 나왔는데 5개월쯤 지나니까 토요일 오후가 되어도 남편이 연락을 안하면 자기들이 먼저 쌤 오늘 저녁메뉴 뭐에요? 문자가 오더군요,
걔들이 무늬만 학생이에요. 학교 출석만 해놓고 막 돌아다니고 학교에선 아예 내놓고, 그냥 사고만 치지 말고 이대로 지내다 무사히 졸업만 해다오~ 이런 입장이었는데, 그중 한명이 제대로 남은 학교생활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은거에요.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수다떨다 한마디씩 했던게 마음을 모두 적셨나봅니다.
그것도 첨엔 정색하면서 쌤,그런 말 하려면 연락하지 마세요. 우리한테 잔소리 하지 마세요
이랬던 애들인데 점차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다가 아유 쌤, 1절만 하세요. 밥좀 먹읍시다 이렇게 순(?)해졌어요.
아직도 나머지 애들은 늘하는 소리지 뭐, 이렇게 흘려듣는데 한명이 딱 얻어걸렸네요^^
남편도 얼마나 좋아했는지 그날 집에 와서도 계속 흐뭇해했어요.
그리고 오늘 그 아이 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남편을 한번 만나고 싶다고.
그 아이가 남편에 대해 좋게 말한 모양이더라구요.
남편한테 인사도 하고 싶고 아이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듣고싶기도 하고..
토요일마다 애들이랑 저녁먹는다던데 오늘 자기가 다같이 저녁 쏜다고 해서 만났는데 두둥!
이쯤에서 다들 눈치채셨죠?
그 아버님이 재작년 공사대금 먹튀하고 잠수탄 분!!
허허...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주칠지 모른다더니...
죄짓고 살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을 하게 되네요. -ㅁ-
서로 푸근한 마음을 품고 만났는데 얼굴 보고 얼마나 당황+어색했을지 생각만 해도 웃기네요
그 분은 더 했겠죠? 우리한테 돈 안줄려고 온갖수를 다 쓰고 전화하면 10+8=? 욕도 많이 했었는데 말이죠,
순식간에 을에서 갑(?)이 된 남편과 갑에서 을(?)이 된 그분은 원만하게 대화를 풀어나가고 사과도 받았고 무엇보다 중요한!! 먹튀대금도 받았답니다. ^^v
지갑을 척 열어서 바로 수표를 착착 꺼내는데 백만원권, 십만원권, 오만원권 수표+지폐가 빵빵하더랍니다. 만원,오천원,천원권들은 보이지도 않더랍니다.
돈이 없는것도 아니면서 안줄려고 그렇게 *랄 했었냐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옵디다.
어쨌거나 끝이 좋으니 다 좋은건가요?
하지만 저는 별로 좋지 않네요. 오늘같은 일이 없었으면 그 사람은 여전히 먹튀한 재수없는 놈으로 남아있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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