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중학생 딸이 가출했습니다.

쪽지에 "엄마는 나 없어도 되잖아. 다른 딸들 많으니까" 딸랑 이 한마디 적어놓고요.

아...언젠간 사건이 터질것 같더니만...생각보단 센 가츨이었지만요.

이 소녀의 모친되는 사람은..길거리 방황하는 비행소녀들 주워오는게 취미입니다.

가출또는 여러가지 이유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을 전전하며 다니는 아이들을 그냥 보고 지나치지 못해서 현재 데리고 있는 아이들만 13명이네요.

그 외 하룻밤 재우고 아침 먹여 보내는 아이들은 셀수도 없구요.

그 아이들 다 건사할 정도로 경제가 빵빵한것도 아니고 주택 전세 삽니다.

처음엔 창고용도로 쓰는 방에 하나둘씩 재우다가 인원이 늘어나자 안방을 내어주고 부부는 거실에서 잠을 자고 나중엔 딸아이 방도 서너명이 지내게 되었답니다.

그 동네에선 그 부부가 그러는 걸 알고 제과점이나 반찬가게 에서 그날 재고 남은 음식과 빵들을 원조해준다고 하네요.

그리고 부부는 구청이나 센터등을 돌면서 구제옷 등을 구하러 다니기도 하고요.

제가 몇번 건의를 했었답니다. 청소년 쉼터같은 곳에 아이들 인계해주는게 어떠냐고.

반대하더군요. 그런 곳을 믿을 수가 없다면서.

그 아이들은 당장 밤이슬 피할 곳이 되어주니까 그 집에서 머물고 있기는 한데 수틀리면 당장 떠날 아이들입니다.

진짜 정을 주기 시작한 아이들도 있지만, 어떻게 하면 이용할수 있을지 머리 굴리는 애들도 있어요.

돈 훔쳐서 도망가는 아이들도 있고요.

오죽하면 그랬겠냐, 일정금액은 일부러 가져가라고 눈에 띄는 곳에 둔다고 합니다.

저는 그 사람들의 취지는 좋았지만 그 방법에 100% 찬성은 하지 못하겠더라구요.

데려온 아이들 신경쓰느라 자신의 딸은 뒷전~

딸아이도 사춘기이고 엄마의 손길이 한참 필요한 시기인데.

같이 방에서 지내는 소녀들이 방 구석구석 다 뒤져보고 만지고 여러가지 모아둔 것들 다 털어가고.

그런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데 엄마에게 말하면 인상쓰면서

"넌 애가 왜 그렇게 이기적이니? " 한다고..

한번은 저한테 울면서 말하더군요.

엄마는 자기가 언제 초경을 했는지도 모를꺼라고.

엄마는 하나 밖에 없는 딸이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고 배려라는걸 배웠으면 좋겠답니다. 딸이 투정하는건 아직 이기적이고 자기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렇다고.

어떻게 보면 측은지심 보다는 자기만족을 더 우선시 하는 것 같아서 몇마디 더 할려고 했다가 사이 틀어질뻔 하고 더 이상 참견을 하지 않았습니다.

딸이 가출하고 이틀까진 신고도 하지 않고 찾지도 않았답니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쌈하는 것도 아니고.

버티다 버티다 들어오겠지, 지가 뭐 어쩌겠어. 이런 생각이었다 합니다.

담임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도 딸에 대한 괘씸한 마음만 들어차서 들어오기만 하면 가만 안두겠다는 다짐만 했는데 이제야 좀 슬슬 걱정이 되나봅니다.

남의 집 가출소녀들은 그렇게 안쓰러워 두고보질 못하면서 정작 자기 딸은 왜 방치를 했는지.

남편이 얘기를 듣더니 TV 안녕하세요, 동상이몽 같은 프로그램에 나올 일이라 하네요.

경찰서에 이런 일을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하더라구요. 가출한 아이들이 쉽게 접하고 잘 모이는 장소들부터 훑는다고 하는데 빨리 찾아야 할텐데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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