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래, 결정했니?"

아들의 대답.
"네."

"어디로?"
"oo고등학교요."

...
살짝 예상 밖이었지만 화답해주었습니다.
"그래, 잘 했다. 역시 우리 아들 현명하다."


아들에게 최종적인 학교 선택을 맡겼었습니다.
나름 많이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겠지요.

상대적으로 내신 관리가 쉽고 집에서 가까운 ss학교와, 집에서 꽤 떨어져 있고 내신 경쟁이 치열하고 남녀공학이라 수행평가조차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는 oo학교.

두 학교를 두고 어제 저녁엔 ss에 기운 듯하더니 최종적으로는 다른 학교를 선택한 겁니다.

물론 어느 학교를 선택하든 제가 할 말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래, 잘 했다. 역시 우리 아들 현명하다."

태어나서 스스로 한 결정 중에 가장 큰,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될 결정을 내린 아들에게 잘했다고, 현명하다고 칭찬해주는 일 외에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할까 싶었습니다.

이제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아들.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인생을 노력과 인내로 갈고 닦아 나가길 마음으로 바랍니다.


아내가 잡니다.
감기 뒤끝이라 저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일찍 잠자리에 들까 합니다.

좀 전에 아들녀석 방에 가보니 책상에 앉아 머리를 쥐어 뜯으면서 무슨 문제를 풀고 있더군요.
안 자고 같이 있어줄 수도 있지만 저희는 졸리면 잡니다.
심지어 아내는 드라마까지 시청합니다.
물론 볼륨은 최소한으로 줄여서 아이에게 들리지 않게 해서 말이죠.

아이가 부모의 인생을 살 수 없듯이, 우리도 아이의 인생을 살 수는 없습니다.
마음으로 안쓰럽고 애가 달아 해주고 싶은 것이 많아지긴 하지만 말이죠.

하지만 그게 다입니다.
자기 공부는 자기가 완성하는 것.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 공부에 부모가 꼭 깨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편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