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둥이 우리 아들~ 작년까진 멋을 부릴줄 몰랐습니다.
철따라 날씨따라 옷을 입을줄도 몰라서 상하의 코디해서 머리맡에 두지 않으면 옷장 문을 열고 제일 처음 눈에 띄는 옷 주워입고 돌아다녔어요.
한겨울에 얇은 바람막이 점퍼 입고 나가기도 하고 한여름에 기모바지와 후드티셔츠 입고 나갔다가 땀 뻘뻘 흘리고 들어오는건 기본.
운동화 밑창이 절반 이상 떨어져서 걸을때마다 뻐금뻐금 입을 벌리는 데도 말을 하지 않아서 몰랐고,
메이커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여름옷은 시원한게 장땡이고 겨울옷은 따뜻한게 장땡이라는 애어른(?)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기에 옷 사입히는데 애를 먹지도 않았죠.
머리도 삐쳐서 정수리에 안테나를 세우고도 그냥 생각없이 나갔더랬죠.
딴집 아들들은 너무 멋부리고 외모에 치중을 해서 곤란하단 말을 들을때면 저는 오히려 부럽기까지 했답니다. 우리 아들은 너~~~무 외모에 관심이 없어서 멋좀 부렸으면 하고...
그냥 그렇게 아무데나 지낼때가 좋았다는걸 요즘 새삼 느끼네요.
작년 겨울부터 슬슬 발동이 걸리더니 요즘..그동안 무관심했던 외모 가꾸기에 올인(?)중입니다.
핑크색 휴대용 도끼빗을 구입해서 아주 자는 시간 외에는 손에서 떼어놓질 않아요.
문제 풀면서 한손은 빗질 하고 있고 밥먹으면서 빗질, 똥싸면서도 빗질, 양치질 하면서도 빗질...
그런데 제가 볼때는 헤어스탈이 완전 개떡같아요.
너무 보기 싫고 추저분하고..-_-
그런데 친구들은 멋있다고 한다네요.
이제 옷도 제가 골라주지 않고 스스로 골라입는데 메이커 사달라고 말은 안하지만 사주면 은근히 그것만 입고 다니고 또 브랜드로고가 소심하게 숨어있는 디자인 보다는 큼지막~~하게 가슴팍에 떡! 하니 박혀있는걸 좋아하네요.
올봄 아직 찬바람 쌩쌩하게 불때 위에는 긴팔티셔츠에 긴팔 점퍼를 입고 아래는 반바지를 입고 다니더라구요. 드러난 종아리를 보면 제가 다 춥더라구요.
제가 보기엔 옷이 너무 언밸런스하고 대체 저게 뭔가 싶었어요.
남편도 보기 싫어서 옷 그렇게 입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들은척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친구들은 또 간지난다, 세련됬다면서 칭찬을 했다네요.
교회나오는 아들 또래 애들에게도 물어보니 아들스타일이 보기 좋다는 거에요.
이쯤되니 아들 세대에 비해 제가 케케묵은 안목의 소유자가 되었다는 기분이..OTL
옛날 열광하던 연예인들이 입는 스타일을 보고 주변 어른들이 혀를 차던게 이해가 안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 입장이 뒤바뀌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