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의 메시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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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올해 수능을 본 어느 고등학생입니다. 어제까지 저는 안녕했습니다.

대학입시라는 벽을 마주하여 다른 일은 모두 제쳐 두고 저 혼자서는 안녕했습니다. 어른들께 간간히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스스로를 위안했습니다. 신문은 수행평가를 위해서만 펼쳐 들었으며 뉴스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밀양 송전탑 사건 당시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걱정을 하면서도

저희는 안녕했습니다.

교학사에서 국사 교과서 왜곡을 했다고 했을 때도 국사가 필수과목이 아니었던

저희는 안녕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을 때에 우리 머리가 자란 양 떠들어 대면서도

저희는 안녕했습니다.

연예인들의 스캔들이 잇달아 터지는 것을 보며 ‘무슨 일이 있긴 한가보다’ 하면서도

저희는 안녕했습니다.

수험생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창피합니다.

수능이 끝난 지 30여 일이 넘게 지나면서까지 안녕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혹여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어머니께 꾸지람을 듣지 않을까, 선생님께도 혼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여나 이 일 때문에 이제 시작인 나의 대학생활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개 고등학생이 무엇을 아냐며 손가락질을 받을까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에 저 스스로 철없던 시절의 일이라며 후회하진 않을까 고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생 언니, 오빠들의 글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어느 글에서처럼 ‘하 수상한 시절’에 제가 좋은 대학을 가 많은 스펙을 쌓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고등학생 친구들과 동생 여러분은 안녕들 하십니까?

-충북에서 어느 여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