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공사다망해서 스마트폰으로 가끔 눈팅만 하다가 오랜만에 컴으로 접했네요.

얼마 전에 아들녀석이 중간고사를 치뤘습니다.

많은 부모님들께서 마음 졸이시고 뒷바라지에 고생이 많으셨겠지요.

저희 집은 아이 엄마가 아이의 공부를 도맡아 책임지는 식이라

저는 이런 저런 이야기만 해주는 편입니다.

"공부 잘 되냐. 힘들면 일찍 자라. 공부도 좋지만 하루 6시간은 무조건 자라."

"평소에 헛되이 보내는 시간에 집중해서 공부하면 잠 충분히 자도 성적 나올 녀석은 나온다."

"시간이 없어서 공부 못 했다는 소리 하지 마라."

"네 인생 네가 책임지는 거고 엄마 아빠는 거들어주는 거다."

하여튼 나름 성실히 준비하는 듯하더니 중간고사를 3일동안 치뤘습니다.

시험 마지막날, 제게 아들녀석이 문자가 왔더군요.

"수학이 87점이 나왔네요. 도덕은 91. 망할 자신감 때문에 보는 것도 외우는 것도 소홀히 하고 시험 전날에도 졸고.. 너무 후회가 되는데 돌이킬 수가 없네요."

뭐라고 답장을 보낼까 하다가

"지나간 일은 마음에 두지 말고 오늘 하루는 푹 쉬어라. 앞으로 약점을 보강하고 더 신중히 공부하면 된단다. 고생했다 아들. 사랑한다 많이." 하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저녁에 집에 오니 아이 엄마가 하는 말,

"자기 방에 들어가더니 이불 뒤집어쓰고 펑펑 울었어요. 당신도 오늘은 아무 이야기 하지 말아요."

...

아이 방에 들어가보니 웅크린 채 땀까지 흘려가며 잠이 들어있더군요.

안쓰럽고 마음이 안됐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어서 살며시 나왔습니다.

.............

아들녀석의 이번 중간고사 성적은

국어 96 / 영어 100 / 수학 87 / 과학 94 / 역사 100 / 도덕 91 입니다.

수학은 연결되어 푸는 문제에서 앞쪽의 답을 잘못 구해서 줄줄이 틀려버린 케이스이더군요.

다음 날 저녁,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운 게 아니길 바란다.

자신의 노력 부족을 부끄러워하는 눈물이길 바란다.

실수든 뭐든 결과는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아들이 자기 합리화 하지 말고 냉정하게 성적을 보길 바란다.

시험 치느라 고생 많았다. 아부지가 너 많이 사랑한다."

..............

A4 용지 한 장에

"중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수학 87"이라고 매직으로 크게 적고 테이프로 책상에 붙여놓았더군요.

이런 저런 경험을 해가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아들이 되길 바랍니다.

욕심만 많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물론 모든 부모님들의 바램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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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피아노 곡 하나 올립니다.

Kevin Kern - le jar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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