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원 폐업했나 모르겠네요.

갑자기 생각나서 여기에 적어봅니다.
지금은 캐나다에 있는 한 국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딩이에요.
추억거리 적는 거니까, 유익한 정보 원하시는 분들께서는 그냥 지나가 주세요 ^^

밀러영어어학원 이라고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신로에 위치한 그냥 이름없는 영어학원 이었는데.
원장님 한 분이 홀로 운영 중이신 영어 어학원인데, 원장님 제외하면 선생님들이 많아야 2명이었어요.

이 학원은 좀 특이한 게...
이 학원에서 만났던 선생님들이 전부 외국인들이었어요. 한국인이 한 명도 없다는 게 달랐다고 해야하나?
영어만 잘 하면 되겠지 하니까 별 생각을 안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문제가 많은 어학원이었어요.

교재: 이 학원에서 내어주는 교재는 진짜 다 인터넷에서 짜깁기 한 교재에요.
교재를 통해서 가르쳐주는 수준이 정말 북미에서 국제고등학교 다니는 데 도움이 하나도 안 되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영어 어학원 다닌다고 북미만큼 영어 된다는 보장이 거의 없다는 것은 알겠는데, 여기서 배우는 영어로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유치원생들과 말을 그나마 섞을 수 있을까 말까 해요.

진짜 아무것도 몰랐던 저 때는 제가 공부하던 책을 선생님들이 만드신 줄 알았어요.
그 학원을 떠날 즈음에 알게 된 게, 그 책들 선생님이 만드시는 게 아니고 그 학원 원장님이 만드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가끔은 자기들이 돕는데, 그거 돕는 건 자신이 할 일도 아닌데 원장님이 시키는 거라고... 불평이 많았어요.

대화:
대화가 진짜 안 통해요. 이 학원 다닐 때는 대화가 너무 안 통해서 내 문제인 줄 알았어요.
한 마디라도 더 잘 해 보고 싶은데, 말할 준비가 되면 어느 새 시간이 다 흘러가서 내가 왜 이렇게 부족할까 그런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책 안 만든다고 말해준 쌤이 "한국에 살면서 한국어를 잘 하는 것이 좀 더 알맞는 말 같니 아니면 한국에 살면서 영어를 미국인처럼 잘 하는 게 맞는 말 같니? 너가 상상했을 때 이 사람은 미국인이다 싶은 그런 사람들이 너처럼 한국어를 잘 할까 아니면 영어를 잘 할까?" 라고 말하더라고요.

자기가 되려 번역기를 써서 너에게 이렇게 말해야 되는 게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그 진짜 똑똑한 쌤도 얼마 안 지나서 그 학원 떠났음.

지금 국제학교 다니는데, 그 쌤 말대로 대화가 처음에는 안 통하는 게 맞더라고요.
학원 시간 끝나면 어딜 돌아다녀도 한국말만 들리는 데 영어가 늘리가.
여기 국제학교요...? 영어는 그냥 생존의 문제에요. 차원이 달라져요. 서울이 아닌 먼 지역에 사는 외국인에게 한국어가 안 되면 살아남기가 힘들듯이, 여기서 영어가 안 되면 일단 살아남는 게 문제에요.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았던 영어학원에서 어떻게 국제학교 갔을까 하시는 분들 계실 거 같은데...
제가 밀러 떠난 이후에 다른 비싼 영어 학원 먼저 갔어요^^ 그리고 국제학교 왔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점이 이랬어요.
내가 정말 필요할 때, 도움을 받기 위해 어떻게 표현하면 될 지 알게 되는 거랑... (비싼 영어학원)
대화도 안 통하는데 무작정 영어를 배운다는 생각에 외국인 쌤이랑 공부부터 하고 본다는 거랑... (밀러)

하나는 내가 표현하고 싶을 때 표현하는 영어를,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지 이해하게 되고 할 줄 아는 거고
(이건 국제학교에서 공부하는 데 기억나는 게 있어서 도움이 그나마 되었어요)
다른 하나는 영어 공부를 한답시고 그냥 시간 때우기용으로 쌤이랑 앉아서 주어진 책이나 읽고 땡 하는 거죠
(이건 다른 비싼 영어학원에서 입학 조건으로 외국인이랑 대화를 해보는데, 진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차이가 엄청나게 컸어요.

웹사이트:
진짜 놀랐던 게 이 부분이었어요.
웬만한 학원은 다 웹사이트가 있는데, 이 학원은 웹사이트가 없다는 게 신기할 정도.
정말 눈 씻고 찾아봐도, 후기 사이트에 이름이 적혀있기는 한데... 웹사이트가 아예 없어서 이 지역에 사는 대다수 사람들도 이런 학원이 있는지조차를 모름. 도대체 다른 애들은 어떻게 알고 오는 건지 진짜 모르겠어요.

암튼 시간이 지나서 이래저래 생각해보니, 이런 수준 낮은 학원도 있었다는 걸 기억한 거고...
그나저나 이 학원 아직도 있는 지 아니면 폐업했는지 모르겠네요.

만났던 친구들은 그럭저럭 좋은 친구들이라 지금도 가끔 대화하는데, 아무도 그 학원은 안 가더라고요.

암튼 추억 소환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