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많이 읽는 게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죠?
독서의 중요성이야 언제나 강조되어 왔던 것이고요~

특히나 어렸을 때의 풍부한 독서 경험은 학습 능력과도 연관되어
어린 자녀를 둔 맘들은 독서 지도에 많은 신경을 쓰실 거예요.

아이들 독서 지도,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책 읽기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알려지는 만큼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도 높아져
일찍부터 다양한 독서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학습지에서 하는 독서 논술, 프랜차이즈 학원들, 속독 학원, 집 근처 동네 독서 논술 학원
집으로 선생님이 방문하는 논술 수업 등등 교육 매체도 다양합니다.

책을 읽는 방법과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능력들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매체의 이름뿐 아니라 교육 방법이나 목표, 방향도 가지각색인데요,
대학 시절부터 여러 독서/논술 학원에서 일을 해 본 결과, 책 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진정한 효과는 꽝! 오히려 아이를 책에서 멀어지게 하고, 아이에게 독이 되는 독서 교육이
아무 문제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에게 독이 되는 독서 교육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합니다. 
 우리 아이가 받고 있는 독서 교육, 제대로인가?  한 번 점검해 보세요.

책 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참 많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학습 능력과 직결되는 효과가 있으니, 바로 독해력입니다.
독해력의 중요성은 입시 전형, 교과서의 중요성을 설명한 이전 글에서도 충분히 설명드렸는데요,
꼭 제 설명이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부모님께서 알고 계실 거예요.
우리 아이의 독해력이 너무 낮아 고민이라는 어머님들의 상담을 참 많이 들었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해력의 중요성은 커지고, 독해력의 차이에 따른 학습 능력의 차이도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학습 능력의 차이는 시험 성적과 직결되기 때문에,
고등학생이 되어 "왜 어렸을 때 책을 안 읽었는지 모르겠어요. 이제와서 독서를 해도 소용없겠죠?
도대체 어떻게 해야 독해력을 기를 수 있나요."라고 호소하는 학생들도 많답니다~

따라서 독해력은 꼭 챙겨놓아야 하는 효과 중에서도 으뜸인 특 효과입니다.
그런데 이 독해력을 기르는 것을 방해하는 교육이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누구를 위한 퀴즈인가, 독서 퀴즈

저는 국어 교육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대학교 재학 시절 다양한 독서 논술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답니다.
독서 논술 학원계에서 꽤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 학원들에서도 일을 했는데,
어떤 학원이든지간에 공통적으로 학원장이 교사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었으니
반드시 결과물을 보여라!! 였습니다.

독서 감상문이든 독서 퀴즈든, 편지 쓰기든 어떤 형식으로든 책을 읽었다는 증거와 결과를
학부모 눈에 보이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을 한다? 선생님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아니요~ 그냥 말로 하는 토론은 보여지는 결과물이 없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습니다.
나누어야 하는 이야기를 교재의 원고지 칸에 글로 적는 교육을 시키지요~

학원에 와서 어떤 책을 읽었는지, 책을 읽고 나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부모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결과가 반드시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학원에 가서
무언가를 했다는 것, 뭔가를 배우고 있다는 것, 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한 후
계속 학원에 보내기 때문입니다.

이 보여주기를 위한 결과물 제작 중 자주 활용되는 것이 독서 퀴즈입니다.
책을 읽고 난 후 책을 얼마나 제대로 읽었는지, 책의 내용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
테스트하는 시험인데요. 주로 이 시험 점수를 통해 책에 대한 집중도와 이해도를 평가합니다.

"책 읽는 능력이 얼마나 늘었나 독서 퀴즈 한 번 봐보자!"

"정말 제대로 읽었니? 그럼 한 번 확인해 보게 이 문제 좀 풀어보렴!"

"이번 달에는 독서 퀴즈를 통해 독서왕을 선발할게요~"

독서 퀴즈를 통해 독해력이나 이해력을 측정하고,
때로는 독서왕의 선발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인데..
혹시 아이들의 독서 퀴즈 문제를 직접 풀어 보신 맘, 계신가요?

제가 독서 퀴즈를 처음 접해 본 것은 중학교 1학년 국어 시간이었는데요,
어린왕자를 읽어 오는 것이 숙제였습니다. 숙제 검사로 독서 퀴즈를 풀었는데, 
처참한 점수를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항상 도서관에 처박혀 책읽기를 좋아하던 저를 너무도 당황하게 했던 그때의 시험 문제 중
아직도 기억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다음 중 어린왕자가 살던 소행성을 고르시오.

    1)   B 600           2)  B 615            3) B 612             4) B 617

어린 마음에 어찌나 당황했던지....
어린왕자가 살던 소행성 주소를 꼭 외워야만 어린왕자를 제대로 읽은 것인가요? 
그냥 세 개의 화산이 있고 바오밥나무가 있으며 사랑하는 장미가 있는 별이라고
기억해서는 안 되는 걸까요? 

한동안 잊고 있던 이 기억은 아이들의 독서 퀴즈 문제를 보는 순간 되살아났답니다.
주인공이 친구를 처음 만난 장소가 어디인지, 복잡한 친구의 이름이 무엇인지,
부분부분에만 집중한 문제들이 한가득 담겨 있습니다. 
제가 읽은 책의 문제를 제가 직접 풀어보아도 틀리는 문제가
꽤 많은 것이 아이들 독서 퀴즈 문제였답니다.

국어 교육을 전공하고 매년 200권이 넘는 책을 읽어 제끼는 독서광인 저조차
백점을 받기 힘든이 독서 퀴즈를 아이들에게 풀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학원에서 일을 하던 시절, 아이들에게 독서 퀴즈 공지를 하면 아이들은
즉각 빈 종이 한 장을 꺼내 듭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책의 내용 중 문제에 나올 만한 것들의 예상 답안을 적기 시작합니다.
B612, 바오밥나무, 장미꽃, 여우, 소행성 326호 와 같이 책에 등장하는 중요한
장소나 사물, 친구 이름을 적어가며 책을 읽는 것입니다. 
그래야 퀴즈의 답을 제대로 고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꼭 종이를 꺼내들고 적는 열혈 대비를 보여주지 않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문제에 자주 출제되는 세부적인 내용 하나하나에 집중해 책을 읽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입니다.
정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제대로 읽지 않았어!!"라는 평가를 듣게 될 테니까요.

그런데 이런 독서로는 절대로 독해력을 기를 수 없습니다.
고등학교 시험, 대학 수능 시험, 논술 시험 등의 입시에서 요구하는 독해력의 첫 단계는
긴 글의 중심 내용을 파악해 핵심 내용만을 뽑아내는 것입니다.
보통 입시 시험에서는 아주 어렵고 긴 글이 제시되는 데요, 제시된 글을 읽고
각 문단의 중심 내용을 정리하고 글의 제목을 찾는 문제(수능 언어영역),
짧은 분량의 글로 요약하는 문제(논술시험)가 항상 출제되는 문제 유형입니다.
이런 문제는 다른 심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첫 단계가 되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가장 기본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문제랍니다.

이런 문제를 정확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다양하고 많은 책을 읽으며
책의 기승전결에 따라  중요한 내용들만을 남겨 정리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독서를 통해 독해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지요~
한 권의 책 안에는 수많은 단어와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이 내용을 모두 정확하게 기억한다는 것은 천재가 아닌 이상 당연히 불가능한 일 ! 
일반적인 사람들의 머리라면, 자연스럽게 덜 중요한 내용,
글의 전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세부적인 내용은 지워 버리고
중요한 내용들만을 남겨 두게 되지요.
이러한 과정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인데, 권위있는 누군가가 등장해
자꾸만 덜 중요한 내용, 시시콜콜한 세부 내용을 질문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중요도에 따라 내용을 선별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빠르게 전환 !! 
물어볼만한 세부적인 내용에 보다 집중하고 그러한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애를 쓰게 됩니다.  중요한 사건의 흐름이나 전개, 전체 줄거리는
더이상 관심 영역 안에 들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뇌의 용량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독서 퀴즈를 통한 평가를 자꾸 받게 되는 아이의 책 읽기 자세가 어떻게 될지,
굳이 더 설명드리지 않아도 되겠죠?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글의 전체적인 맥락이나 핵심 내용은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일부분의 한 문장에만 콕 박혀 제대로 된 사고를 전개하지 못하는 경우를 참 많이 봅니다.
아주 간단한 글인데도 불구하고 중심 내용을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아요~
그러한 원인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잠재하고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독서 퀴즈의 부작용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입니다.

모든 독서 퀴즈의 문제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아이의 기억력을 측정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책의 내용에 대한 이해력이나 사고력,
독해력과는 무관한 문제들이죠~
하지만 요즘 대입 시험과 사회가 원하는 능력은 기억력이 아닌
독해력, 이해력, 사고력이에요.
암기 능력이 뛰어나도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든 것이 수능 시험, 대학별 고사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육 매체에서 독서 퀴즈를 통한 평가와 검사를 시행하고,
심지어 학교나 교육청 등의 단체에서도 독서 퀴즈를 활용한 행사를 여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뿐입니다.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 다수의 학생들을 평가하기 위한 편의의 방법으로  
비판적인 사고나 고찰없이 그저 편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아이들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어른들이 꺾어 놓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금 돌아보고, 반성하게 됩니다.

 요즘은 출판사나 여러 교육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독서 퀴즈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더군요. 이러한 문제를 다운받아 아이들 독서 지도 방법으로
활용하시는 부모님들을 많이 봅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세요! 정말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일지,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되는 교육은 아닐지요~

보다 많은 고민 속에 보다 적절한 방법이 탄생하고, 보다 나은 교육을 통해
보다 훌륭한 아이로 성장할 거예요 *

 쓰다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졌어요~ 독서 퀴즈에 대한 이야기만 하려 했던 것이 아닌데요;;
독서 교육이나 지도 방법에 대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아직도 많은데,
너무 길어지는 글이 부담으로 다가올까 싶어 이번 글은 이만 마치도록 할게요~
다음에 오늘 못 다한 이야기를 계속 나눌게요 !  

 + 덧붙이는 말 +

독서 퀴즈가 100% 나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랍니다.
아이가 책을 잘 읽고, 전체적인 흐름과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고,
독서 퀴즈를 문제없이 잘 해결한다면 재미삼아 놀이삼아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안 좋은 독서 습관을 줄 수 있으니
자녀의 수준과 상태를 고려하여 판단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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