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올해에도 개학을 하고 났더니 학원가야 하니까 청소 빼달라는 엄마들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하네요. 아예 말없이 도망가는 애들도 많다고 하고요. 그렇다보니 매번 동일한 일부의 아이들만 남겨져서 힘들게 청소를 한다고 하는데 참 가슴아프고 답답합니다.

모 교장선생님은 아예 입학식, 개학식, 학부모총회에서 '학원가야 하니까 청소나 보충수업 빼달라'는 이야기를 절대 하지 말라고 큰 소리 쳤다가 엄청난 항의를 받았다라는 이야기도 있고요.
우리 애들은 공부해야 되니까 청소는 선생님들이 해주면 안되냐?!라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하는데 어쩌다 우리나라가 학교와 선생님들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학교가 먼저인지.... 학원이 먼저인지....
인성이 먼저인지.... 성적이 먼저인지.... 에휴~~~!! 


요즘 학교 선생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항상 소주 한 잔 마시고 나오는 하소연 겸 화풀이가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원에서 선행을 하고 왔기에 수업시간에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딴 일 하기 바쁘고 그렇다보니 어쩔 수 없이 선행한 아이들에 맞춰서 선행진도로 나가면 선행 안 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사교육 부추긴다고 항의하고.... 한 반에 30명이나 되는 아이들 입맛을 다 맞추려니 죽을 맛이라더군요.

그런데 부모님들은 이런 상황은 전혀 생각지 않으시고 학교가 학원만 못하다라는 이야기만 하며 욕만 하신다고.... T_T

학원은 등급별 분반 수업이고 한 반 인원도 적고 수업료가 비싸서 예산이 많다보니 가능한 것인데 어떻게 학교에서 학원과 동일한 수준을 바라는지 참 답답하다고 합니다. 막말로 학원에는 돈 많이 냈으니 가능한 것일 뿐이지 학교에 그만큼은 커녕 그 절반만 내도 학원 못지 않게 가능할텐데 들이는 비용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원한다고요.


게다가 얼마전 중고등학교 졸업식 때 사고가 터지자 '도대체 학교에서 아이들 인성교육을 어떻게 시켰기에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냐'며 학부모들이 학교와 교사들을 향해 거친 욕설을 내뱉었는데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샌다'고  가정교육부터 제대로 시켜서 학교에 보내줬으면 좋겠다더군요. 도대체 어른을 공경할 줄을 몰라서 아이들한테 선생님 말이 씨가 안먹힌다고요.

학교에서 한가닥 한다는 학부모의 아이를 혼을 냈더니 아이가 눈을 부릅뜨며 '선생님 짤리고 싶어요?'라고 대들지를 않나, 그 말에 너무 화가 치밀어서 체벌을 했더니 수업 중에 그 엄마가 교실로 뛰어들어와 교사를 폭행하지 않나...... 수많은 학교에서 매해 학년 초면 아이들과 교사들의 힘겨루기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진다더군요.
(엄마들은 전후 사정 확인도 안하고 아이가 하는 말만 무조건 믿고 따지며 항의할 뿐 선생님 이야기는 듣지도 않는다고 하고요. 다짜고짜 '교장 나와라! 교육청에 신고하겠다'라고 외치며.. 애들이 자기 유리한대로만 왜곡시킨 이야기를 근거로 대며 따지니 난감한거죠.)

올해부터 교원평가제가 시행되면 이래도 욕 먹고 저래도 욕 먹을테니 욕 먹기 전에 학교 그만두고 학원으로 옮겨야겠다라는 분들도 많아지고요. 이러다 오히려 학원으로 언제든 옮길 수 있는 능력있는 선생님들은 점점 빠져나가고 학교에는 섭섭한 선생님들만 잔뜩 남아서 공교육이 더 부실해지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수업분위기 흐트리는 아이들이 공부 못하는 하위권 아이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수업분위기 흐트리는 아이들이 학원에서 선행하고온 상위권 아이들이라고 하더군요


공교육... 공교육.... 참으로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과연 공교육을 망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분명 공교육에 계신 선생님이 모두 다 훌륭하신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선생님이라는 자리는 존경받아야할 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군사부일체라고 선생님도 존경하지 않는 아이가 과연 부모는 존경할까요?!


공교육이 바로 서는 길, 어쩌면 공교육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것 부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1명이 좋아합니다.

poby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