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어느 곳에서 하느냐? 보다 어떤 자세로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말은 의지가 매우 강한 극히 일부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일 뿐,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주변 분위기에 잘 휩쓸려 다니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자랄수록 엄마들 머리 속에서는 학력이 좋은 학군으로의 이사에 대한 열망이 점점 커지게 되지요. 경제적인 부담이 가중될 것을 뻔하게 예측하면서요.

그러나 이런 고민을 아빠들이나 주변 엄마들에게 이야기 하면 '극성 엄마다'라는 핀잔을 듣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뭘 얼마나 대단하게 키우겠다고 그렇게 유난을 떠느냐?', '나 봐라. 그 동네에서 안 컸어도 잘만 컸다'라는 식의 핀잔이 날아오지요. 지역에 따라서 이러한 핀잔이 집단화 되기도 하고요.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는 당연시 되는 고민을 강북 엄마들 사이에서 이야기 했다가 극성엄마로 낙인 찍히는 것 같은 식으로요.

그런데 교육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지역별 교육여건 및 아이들의 학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가지고 지역별 학력을 분석해보면 이러한 내용을 여실히 알 수 있지요. 예를 들어 100위(전체 587개교) 안에 드는 학교가 15개나 있는 자치구가 있는 반면, 자치구 내 21개 초등학교 중 12개 학교가 500위(전체 587개교) 이하인 지역도 있거든요. 그리고 이러한 학력격차는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더 크게 벌어집니다. 초등학교는 1등 학군과 꼴찌 학군의 보통이상 학생비율 차이가 14.9%(88.5% vs 73.6%)에 불과하지만, 중학교는 1등 학군과 꼴찌 학군의 보통이상 학생비율 차이가 24.9%(78.4% vs 53.5%)로 급증하지요.

(위 수치는 2010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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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생의 노력'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선수도 실력있는 코치의 지도 아래 적절한 환경에서 훈련하지 못하면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의 지도 아래 학업분위기가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지 못하면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 대치동 소재 모 아파트에 게시된 안내문 >

'대치동에서는 시험철에는 개도 안 짖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치동의 교육 분위기는 정말 엄청납니다. 대치동이 대한민국 최고 학군이라고 불리는 진정한 힘은 대치동 학원들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녀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높은 열의와 지역의 교육 협조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대치동 학부모들의 뜨거운 자녀교육 열의와 지역의 교육 분위기가 누군가에게는 극성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러한 교육열의와 분위기가 아이들의 전반적인 학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고등학교를 선택하실 때에는 주변 학교들의 학업 분위기 및 진학지도 능력과 같은 공교육 여건, 실력있는 학원이 있는가와 같은 사교육 여건 그리고 자녀교육에 대한 지역 부모들의 관심도와 같은 지역적 교육 여건까지 다양한 부분을 검토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우리 아이를 아무리 잘 가르치려고 해도 지역의 교육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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