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저희 반 학부모와 상담한 얘길 들려드렸는데요..(얌전하고 내성적이지만 지극히 평범한 울반 남학생이 오랜 시간 (거의 학대와 폭력 수준의)따돌림을 당해오면서 그 학생 부모님께서도 마음 고생이 많으시단 얘기요..)
고민고민하다가 그 학생과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착하고 듬직한 친구에게 슬며시 부탁을 했습니다. 다 괜찮은데 자신과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 반대할거라며 곤란해하는 그 듬직한 친구를 설득해 나머지 친구들의 양해를 얻기까진 채 이틀이 걸리지 않더군요^^ 어제와 오늘 식당에서 모두가 어울려 밥을먹고 하교도 같이 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결 놓였습니다. 물론, 아이들 마음이 또 금세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일이라 어머니껜 아직 전화를 드리지 않았고요.. 대신 직접 어머니께 친구들이 생겨서 같이 다닌다는 말씀을 드리라고 당부했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무리지어 다니다보면 사회성도 길러지고..무엇보다 못된 놈들한테 폭행을 당하는 일도 없어질테죠..그러길 간절히 바랍니다.
해마다 3월 초가 되면 꼭 이렇게 친구를 만들어줘야 하는 일이 생기네요. 올해는 남학생이었지만 대개는 여학생에게 그렇게 해줄때가 많습니다. 1학년때부터 같이 지내온 무리 중 같은 반이 된 아이들과 모여 4~8명 정도의 팀을 만드는데 1주일이 채 안 걸립니다. 한번은 혼자 다니는 여학생 한 명을 너네 팀에 좀 끼워달라 부탁했더니(팀을 재빨리 파악해 문제없게 조정하는 게 담임이 갖춰야 할 중요한 능력 중 하나랍니다 ㅎㅎ) 걔를 끼워주면 홀수가 돼서 안된다고 거절하더군요. 홀수면 왜 안돼냐고 물었더니 롯데월드로 소풍갈 때 같이 앉지 못하는 애가 생겨서랍니다. 체육시간 줄 설땐2명 또는 4명. 밥 먹을때 여섯 자리를 채워야하니 4명 또는 6명이 가장 좋은 숫자라고요.
제가 학교다닐 때 역시 입시 지옥에 시달렸던 건 마찬가지였는데..그래도 그 땐 서로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진정한 우정이 있지 않았던가요?..우정이고 뭐고 같이 다니기 위해서 필요한 친구만들기라니.. 참 씁쓸합니다. 실제로 친구가 없는 아이들끼리 모여 짝수가 되면 그 해는 너무 잘 지내고 그 다음해엔 또 서로 아는 척도 안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리 하루가다르게 각박해지는 세상이라지만 우정은 우리의 삶..그리고 행복에 꼭 필요한 요소 아닌가요?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어떨 땐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지곤 하네요...
친구 만들기가 필요한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