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나 읽으라던 책 다 읽었어. 나 나간다아” 손에 애지중지하는 레이싱카(당시에는 레이싱카가 유행)들고 뛰어 나가는 초1아들을 아내가 잡습니다. “잠깐, 이리 와봐!” 불만투성이의 아들을 거실소파에 앉혀 놓고 아들이 읽었다던 책을 가져와서 아내는 질문을 합니다. “홍길동이가 세운 나라이름은?........ 길동이는 왜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못불렀어?........” 어서 책읽기 숙제 후다닥 해치우고 나가서 레이싱카놀이하는 생각이 가득차서 건성건성 읽었던 아들녀석이 대답을 못하자, 그 순하던 제 아내는 돌변하여 너 거짓말까지해? 하면서 아들의 죽도를 가져다가 매타작을 시작하는데 , 한두대 때리고 끝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구요. 그 날 우리 아들 완전히 초죽음이 되도록 혼줄이 났고 그 날 이후 한동안 이런 질의 응답은 지속되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질의 응답이 계속될까 은근히 걱정했었는데,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더군요. 아이가 동기야 어찌되었던 책을 집중해서 읽기 시작하니 곧 아이도 독서 삼매경이라는 것을 경험하게되고 독서의 재미도 알게 되니 그 다음부터는 굳이 책 읽으라는 얘기 안해도 읽고,굳이 책읽는 시간을 정해 주지 않아도 편한 시간이 되면 손에 책을 쥐게 되더군요 그 이후로는 아들에게 책 읽어라 뭐해라 이런 얘기를 해 본적이 없이 그냥 잊고 살았습니다.

그런 아들이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기숙사로 가출하여 집에 안돌아온지 벌써 12년째입니다. 나이 15에 가출했으니 이제 3년만 지나면 우리가 데리고 살았던 날보다 나가서 혼자 살았던 날이 많아지네요. 아들은 박사과정 전문연구요원으로 근무중입니다. 서울공대 연구실과 자신의 회사연구실을 오가며 매주 2-3일은 연구실에서 밤새야 할 정도로 고된 생활이지만 (군대 안가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일을 맘껏 하며 월급 두둑히 받아가면서 일을 하니 몸은 피곤하지만 맘은 넉넉하다고하니 제 맘도 편합니다 .

얼마 전에 아들녀석의 초대로 연남동을 다녀왔습니다. 맛집으로 소문난 중국집인데 자신도 먹어 보니 너무 맜있어서 아버지 어머니 꼭 모시고 대접하고 싶었답니다. 그 마음 고맙고 마침 지가 타고 다니던 차도 새 차로 바꾸었다고 시승겸해서 지가 우리 데리러 분당까지 왔기에 아들 차 타고 연남동엘 가는데,조수석에 앉아 있던 제 눈에 조수석과 중앙콘솔사이에 얇은 책이 끼어 잇는 것이 보였습니다. 꺼내보니 시집이더군요. 아들이 자기가 읽는 책이랍니다. 매일 밤샘하며 컴퓨터와 씨름하며 유체역학 공식 등으로 머리가 번아웃되었을 때 자신의 맘을 따듯하게 해주는 시집이 있어서 좋답니다.

이래서 옛사람들이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맞아 가면서(?) 책을 읽기 시작햇지만 그게 버릇이 돼서 아직도 책과 함께, 그리고 앞으로도 쭈욱 책과 함께 할 아들이 대견해 보이기도하고 제게 도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도 뭔가를 하기로 했지요. 그리서 평소 생각했던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기로하고 학점은행에 등록해서 공부를 시작햇습니다. 저도 책을 싫어하지는 않지만 이제 더 많이 봐야할 것 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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