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터디홀릭 강명규쌤입니다.

대학입시가 한참 진행 중인 가운데 고교 배정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고교등급제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네요. 그래서 이번 주 방송주제는 <특목고, 자사고 대입실적의 비밀 - 고교등급제>로 준비해봤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KBS 1라디오 ‘생방송 정보쇼’를 통해 2019년 1월 12일(토) 오후 4시 45분부터 약10분간 방송된 방송원고 초안입니다. 생방송인 관계로 실제 방송 내용은 아래와 차이가 있습니다. 

-> 외고나 국제고, 자사고는 1월 초까지 발표가 완료됐고, 일반고는 1월 말에 발표됩니다. 그래서 1지망으로 외고, 국제고,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아이들이 요즘 걱정이 많습니다. 올해부터는 고등학교 배정방식이 바뀌어서 외고, 국제고,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일반고 배정 시 순위가 뒤로 밀리거든요. 2순위부터 배정받을 수 있게 되서요. 특목고 떨어진 것도 슬픈데 일반고마져 원하지 않는 학교에 배정될까봐 걱정되는거죠. 처음부터 일반고에 지원한 분들도 어떤 고등학교에 배정될지 조마조마하고요. 어느 고등학교에 가느냐가 어느 대학에 갈지 결정할 정도로 고등학교가 대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까요.

-> 그렇지 않습니다. 대입전형만 놓고보면 일반고가 훨씬 유리하거든요. 최근 대학입시의 중심은 내신이 중요한 수시모집에 맞춰져 있으니까요. 수시모집 비중이 전체의 70%가 넘거든요. 일부 학과는 아예 수시에서만 뽑는 대학도 있고요. 그래서 내신관리가 쉬운 일반고가 대입전형 상으로는 대학가기에 훨씬 유리합니다.

-> 그게 와전된 내용입니다. 3불정책이라고 해서 본고사, 기여입학 그리고 고교등급제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특목고에서는 내신 3,4등급도 명문대에 합격하는데 일반고에서는 1,2등급도 떨어지는 애들이 있으니 ‘대학이 고등학교를 차별하는거 아니냐’, ‘고교등급제가 있는거 아니냐’라는 의혹이 생겨난거죠.

-> 대입 전형 때문입니다. 대입 수시모집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눠집니다.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그리고 특기자전형인데 논술전형이나 특기자전형은 내신 반영비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래서 특목고나 자사고에서 내신이 안좋은데도 합격했다는 애들을 보면 대부분 논술이나 특기자 전형으로 합격한 애들이지요.

-> 학생부 전형은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으로 나뉘는데 같은 학생부전형이어도 평가방식이 다릅니다.

먼저 학생부 교과전형은 내신을 정량평가합니다. 학생부에 써있는 숫자를 그대로 반영하지요. 그래서 학생부 교과전형에서는 특목고가 아니라 특목고 할아버지가 와도 일반고를 못 이깁니다. 실력만 보면 특목고 2등급이 일반고 1등급보다 공부를 잘하지만 학생부 교과전형은 내신을 숫자 그대로 반영하니까 일반고가 절대적으로 유리한거죠.

하지만 학생부 종합전형은 성적을 정성평가 합니다. 내신성적이 조금 부족해도 소위 말하는 스펙이 좋으면 그걸 인정해주는거죠. 그래서 특목고 아이들은 내신을 극복하려고 수상경력같은 스펙관리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내신이 안좋으니 뭐라도 하나 더 채워넣으려는 겁니다.

즉, 특목고라 유리한게 아니라 특목고 아이들이 준비를 더 많이 해서 합격하는거죠. 일반고에서도 스펙관리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거든요.

-> 상위권 대학 학생들을 보면 특목고나 자사고 출신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생긴건데 이것도 오해입니다. 대학은 특목고나 자사고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러면 일반고를 좋아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그냥 공부 열심히 하는 애들을 좋아할 뿐이지요. 그런데 공부 열심히 하는 애들이 마침 특목고나 자사고에 많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일부로 특목고나 자사고를 뽑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뽑아놓고 보니 또 특목고, 자사고더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거죠.

-> 그것도 오해입니다. 고등학교들이 대입실적 발표할 때보면 재수생이나 중복합격자 실적을 포함시킵니다. 그래서 실적이 몇 배로 뻥튀기되죠. 특히, 의대 실적이 있는 학교일수록 뻥튀기가 심해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수시모집에서 서울대 의대부터 시작해서 6개 의대에 합격하고 서울대 의대에 최종등록했다고 가정해보시죠. 그럼 이걸 실적발표할 때 어떻게 하냐면 서울대 의대 1명이라고 발표하는게 아니라 서울대 1명, 연세대 1명, 고려대 1명 이런 식으로 중복합격한 6개 대학 이름을 모두 씁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의대 6명이라고 또 쓰지요. 실제 대학에 간 학생은 1명인데 대입실적은 12명으로 뻥튀기되는 겁니다. 여기에 재수생 실적까지 포함시키고요. 그런데 진학률을 발표할 때는 재학생수만 가지고 나누니까 못가도 연고대라는 오해가 생긴거죠.

그런데 특목고나 자사고의 대학진학률은 생각만큼 높지 않습니다. 공부 잘하는 학교일수록 대학진학률은 낮은 편이거든요.

-> 공부 잘하는 학교일수록 눈높이가 높아서 그렇습니다. 특목고나 자사고 애들은 최상위권 대학 아니면 원서도 안 쓰거든요. 성적이 잘 안나오면 대학을 낮추는게 아니라 그냥 재수해버리죠. 그래서 특목고나 자사고는 재수비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의대를 가장 많이 보내는 학교가 전주에 있는 상산고등학교입니다. 수학의 정석으로 유명한 홍성대 이사장이 설립한 전국단위 자율형사립고지요. 그런데 작년 상산고 학생들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42.8%에 불과합니다. 10명 중 4명만 대학 가고 6명은 재수한거죠. 대학 간 학생보다 재수한 학생이 더 많은 겁니다. 참고로 상산고가 위치한 전주시 완산구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이 67.5%니까 상산고 대학진학률이 전주 완산구 평균보다 25%나 낮은거죠.

그러니 특목고에서는 못가도 연고대라는 말은 연고대 이상을 목표로 하겠다는 말이지 실제로 그만큼 대학을 잘 간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리고 특목고도 다 똑같은 특목고가 아니기 때문에 학교 유형만 가지고 막연히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서울대를 한 해에 40~50명씩 보내는 외고가 있는 반면에 한 명도 못 보내는 외고도 있거든요. 특목고나 자사고 내에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요. 강남 일반고보다 못한 특목고나 자사고도 많으니까요.

-> 우스개 소리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일반고에서는 선생님이 애들 깨우려고 고생하는데 특목고는 재우려고 고생한다고요. 기숙형 특목고들 중에는 밤이 늦으면 기숙사 전기를 끊어버리는 학교도 있을 정도입니다. 애들이 너무 늦게까지 공부하니까 건강 해칠까봐 억지로 재우는거죠. 그래서 특목고에는 화자(!)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화장실 자습을 줄여서 화자라고 부르는데 밤늦게 불을 켤 수 있는 곳이 화장실이니까 애들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변기 뚜껑 내려놓고 그 위에서 공부하는 겁니다. 특목고 애들이 대학을 잘 가는 것은 대입전형이 특목고에 유리하게 짜여져서 그런게 아니라 내신불이익까지 극복할만큼 정말 독하게 공부하기 때문이지요.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학부모님들에게 ‘대입전형 덕분에 대학 잘가서 좋겠다’고 이야기하면 정말 기분 나뻐합니다.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이 얼마나 힘들게 공부하는지 모르니까 하는 소리죠.

-> 당연합니다. 특목고여서 대학 잘 가는게 아니라 열심히 공부해서 잘 가는거니까 일반고 애들도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습니다. 오히려 내신관리가 쉽기 때문에 일반고에서 특목고처럼 공부하면 대학가기가 훨씬 쉽습니다.

특목고나 자사고 아이들을 보면 정시로 대학가는 애들이 많은데 정시가 대학가기 쉬워서 그런게 아니라 내신관리가 너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수능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거든요. 역으로 일반고의 정시실적이 안좋은 이유는 내신관리가 쉬우니까 굳이 수능공부까지 할 필요를 못 느껴서 그런 것이고요. 그래서 일반고 3학년 2학기 교실에 가보면 학업분위기가 아주 엉망입니다. 어차피 나는 수시로 갈거고, 내가 지원한 대학은 수능 최저도 적용안 하니까 수능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거죠.

그래서 일반고에서 정시로 대학 가려면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능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옆에서 친구들이 놀고 있어도 정신 바짝차리고 공부해야 되지요. 특목고 애들이 수능을 얻는 대신 내신을 잃었다면 일반고 애들은 내신을 얻는 대신 수능을 잃은 겁니다.

즉, 특목고나 자사고 같은 선발형학교와 추첨으로 배정하는 일반고는 명확한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게 중요하지요. 남의 손에 있는 무기를 부러워하기 보다, 내 손에 있는 무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면 어디서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요.

그러니 특목고에 간다고 자만해서도 안 되고, 일반고에 간다고 실망하지도 마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될 놈은 어디서든 되는 법이니 내 아이를 믿고, 내 아이의 상황에 맞춰 준비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그럴 수 있도록 제가 열심히 도와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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