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떼쟁스키가 전학와서 새로운 학교에 전학온지도 어언 4개월에 접어 들었어요.

워낙 어릴적부터 꼬박 꼬박 전세 만기되는 2년에 한번씩 이사를 다녀서 어린이집이며 유치원이며 많이 옮겨다녔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별 어려움 없는 성격이라 알고 있어 전학와서도 별 말 없이 학교에 잘 갔어요.

그냥 저냥 잘 적응하는가보다 하고 저도 큰 걱정하지 않았고요.

근데 오늘 하교하고 와서는 "엄마!! 학교가기 싫어요!!" 라고 폭탄 선언을 하는 겁니다.

혹시나 친구가 없어 외로운가? 왕따? 선생님께 혼났나? 오만가지 생각에 손은 떨리고 가슴은 쿵쾅거리는데 최대한 침착하게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이유를 물었더니....

글쎄....ㅡ.ㅡ;;;;;

급식이 기존 학교에 비해 별로라고 하는 거에요.

매일같이 올라오는 급식 사진을 봤을때 전에 다니던 학교와 비슷한 수준이라 어떤 점이 별로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가관이네요.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저학년은 급식실에 가서 밥을 먹었기 때문에 학년 전체가 다 함께 밥을 먹어서 맛있는 반찬이 나오면 영양사 님께 애교부리면 뷔페마냥 얼마든지 퍼묵 퍼묵 할 수 있었는데 새로운 학교에서는 교실에서 밥을 먹기 때문에 급식 카트에 반찬이 떨어지면 더 먹을 수가 없다는 거에요.

어쩐지 기존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보다 영양사님이랑 더 다정하더라니...ㅡ.ㅡ^

게다가 급식실에서 먹을 때는 일렬로 쭈~욱 앉아서 먹었기 때문에 맛없는 반찬이 나오면 선생님 눈을 피해 살포시 처리하기가(?) 좋았는데 지금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식판에 있는 건 남김없이 먹도록 지도해 주신다는 거에요.

전 편식없이 식사하도록 지도해주시는 지금 학교가 너무도 좋은데 떼쟁스키는 맘껏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과 맛없는 반찬까지 다 먹어야 하는 것이 너무 싫었나봐요.

결국 학교 등교 거부까지해서 당황했어요.

결국 먹고 싶은 반찬이 있는데 더 못 먹으면 제가 집에서 똑같이 만들어 주기로 약속하고 먹기 싫은 반찬은 조금만 담아서 다 먹는 걸로 잘 이야기 하고 보냈는데 아이에게는 급식이 이렇게나 중요하네요.^^;;;

앞으로 목표 학교 정할 때나 목표 직업 정할 때 어떤 다른 것 보다 급식과 구내식당이 잘 나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떼쟁스키에게는 백마디 진로 상담 보다 식사가 잘 나오는 구내 식당 사진을 쫘르륵 모아서 보여주는 것이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겠다 싶어요..^^;;;

부디 앞으로도 이 열정이 그대로 이어져서 급식이 엄청나게 잘 나오는 학교에 진학하고 무지 무지 구내식당에 잘 된 곳에서 일하면 좋겠네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 심각하게 고민하는게 공감도 되고 웃기기도 해서 한참 웃었어요.

학교 가기 싫다고 했을 때 심장 내려 앉았다 피식 웃음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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