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캉쌤과 함께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을 하고 왔어요.

워낙 건강에 신경을 못 쓰고 살다가 여기 저기 아프기 시작하니 요즘들어 급 관심을 갖게 되네요.

 

저는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 모두 난생 처음으로 하는거라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특히나 대장 내시경은 2~3일 전부터 식단 조절이 들어가고 검사 전날 아침, 점심만 먹고 그나마도 오후 5시 부터 금식에 들어가야 하거든요. 

5시 이후로는 장 비우는 약이랑 물만 먹으며 장 청소를 하거든요.

더 힘들었던 건 검사 당일 아침부터는 물도 못 마시게 하는 거에요.ㅠㅠ

난생 첨 하는 내시경 검사인데다 언제 또 하랴 싶어 진짜 시간도 딱딱 맞춰서 먹고 용량도 1ml의 오차 없이 그대로 지켰어요.

 

근데 밥 못 먹는 건 그렇다쳐도 물도 못 마시니까 어질 어질하고 정말 힘들었어요.

오늘따라 검진센터에 무슨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스키 형제들 보내놓고 병원에 9시쯤 도착해서 이런 저런 기초적인 검사를 받으며 한참 차례를 기다리다가 기다리던 내시경은 12시가 되어서야 검사실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배고파 쓰러지는 줄...ㅠㅠ)

 

캉쌤은 다행히 별 이상이 없는데 저는 용종이 있어 하나 제거했다고 하는 거에요.

내시경 검사를 끝내고 1시쯤 검사실을 나섰는데 저는 용종을 제거했기 때문에 바로 물도 못 마시고 1시간이 지나서야 물 한모금 마실 수 있고 3시간 지나 5시가 되어서야 미음을  조금 먹을 수 있다는 거에요.

두두둥!!!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

 

너무 배고프고 기운이 없어서 검사 중간 중간 계속 누울 수 있는 편한 자리만 나오면 기대서 누웠는데 검사 끝나고 바로 먹을 수 있는게 아니라니 충격 그 자체였어요.

얼렁 뭐라도 먹고파서 검사 끝나자마자 회복실에서 누워 쉬지도 않고 후다닥 옷 갈아입고 서둘러 나왔거든요.

 

검사 끝난 캉��은 아무 이상 없다고 바로 식사해도 된다며 식권을 주는데 저만 안 주는 거에요.

저만 식권 안 준다는 사실에 엄청나게 서럽고 배가 고파서 간호사 선생님께 저도 식권 달라고 떼를 썼어요. 

수면 마취 덜 풀린 멍~한 상태라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배고프다고 징징 거리면서 말이죠.ㅠㅠ

 

바로 뭔가를 먹으면 피가 나올 수도 있고 뭐라 뭐라 설명을 하시는데 귀에 하나도 안 들리고

그냥 밥 달라고 징징징~~~

 

7살 손탄스키가 배고프다고 하는 것 처럼 징징징~~~

결국 식권을 손에 쥐고 캉쌤이랑 밥 먹고 집으로 올 수 있었어요.

도저히 어지러워서 4시간 공복을 채울 자신이 없더라고요.

비도 오고 집으로 가는 길도 험난한데 공복으로는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간호사 선생님의 당부를 듣고도 그저 본능에 충실했네요.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나름 저 배아플까봐 신경써서 그런건데 왜 그랬을까 부끄럽고 창피하고 그러네요.

 

평소 저는 의사 선생님이나 간호사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정말 시간, 분까지 딱딱 지키는 엄청나게 고지식한 사람인데 공복이 이렇게나 무섭네요.

공복과 수면 마취의 휴유증으로 이성을 잃었나 봅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