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에서 각 대학들에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권고하면서 고등학생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네요. 그래서 이번 주 방송주제는 ‘수능 최저학력폐지가 불러올 입시환경 변화’ 로 준비해봤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KBS 1라디오 ‘김홍성의 생방송 정보쇼’를 통해 2018년 3월 31일(토) 오후 4시 47분부터 약 11분간 방송된 방송원고 초안입니다. 생방송인 관계로 실제 방송 내용은 아래와 차이가 있습니다.

1. 대입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어진면서요?

-> 교육부에서 대학들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안내하면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래서 대입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정말 폐지되는 것 아니냐라는 논란이 지금 일어나고 있지요.

2. 교육부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강제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대학들에게 권고만 한 것이면 앞으로 계속 유지될 가능성도 있겠네요?

-> 교육부에서는 대학에 권고했다고 하지만 대학은 이것을 강요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란 것은 대학이 고등학교 교육을 내실화하고 학생/학부모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입학전형을 바꿀 경우 교육부에서 2년 동안 입학사정관 인건비나 입학전형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거든요. 즉, 교육부가 정부지원금을 가지고 대학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택은 네 자유지만 말 안들으면 돈 안 줄거야’라는 상황이지요. 그래서 재정이 튼튼한 일부 사립대학들은 ‘지원금 안 받아도 괜찮아. 우리가 알아서 할거야’라며 독자행보를 걸어갈 수 있지만, 국공립대학이나 재정이 안 좋은 사립대학들은 교육부의 권고를 무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3. 교육부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려는 이유가 뭔가요?

-> 대입은 크게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으로 나눠집니다. 정시에서는 수능 성적으로 줄을 세워 선발하고, 수시에서는 학생부나 논술, 특기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지요. 그런데 일부 대학들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라는 항목으로 수시모집에서도 수능성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수능으로 학생을 뽑는 정시모집에는 아예 지원할 생각조차 없는 학생들도 수능 최저학력기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능공부를 해야 되지요. 그래서 이런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기위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겠다는 것입니다.

4.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대학도 많지 않나요?

-> 교육부에 따르면 2018학년도 대입 기준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한 대학은 125곳이고 이를 통해 합격한 학생들은 모두 68,944명입니다. 2018학년도 수능시험 총 지원자수가 약 59만 3천명이니까 수능 지원자의 약 11.6%만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적용되는 대학에 입학한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대학들이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상위권 대학들이라는 것입니다.

5. 상위권 대학들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이유가 뭔가요?

-> 학교별로 학력 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내신을 신뢰하지 않아서 그런 것입니다. 내신은 교내등수를 기반으로 등급을 산출하기 때문에 내가 공부를 안 해서 점수를 50~60점 밖에 못받아도 내 친구들이 공부를 더 안해서 나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으면 불과 50~60점으로도 1등급을 받을 수 있거든요. 내신은 학교의 학력수준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학업분위기가 안좋은 학교일수록 내신은 더 잘 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안전망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지요. 내신이 아무리 좋아도 우리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은 선발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6. 대학에서 적용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 대학마다 천차만별입니다. 그런데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점수가 아니라 등급으로 반영하고, 그 기준만 충족하면 더 이상 평가요소로는 활용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 지역균형선발전형의 경우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국어, 수학, 영어, 탐구라는 4개 영역 중 3개 영역 이상에서 2등급 이내를 받는 것입니다. 1등급이 상위 4%, 2등급이 상위 11%까지니까 최소한 3개 영역 이상에서는 전국 11% 이내에 들으라는 것이지요. 그러면 전국 1%로 기준을 통과했든 11%로 통과했든 더 이상 평가에는 반영하지 않습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이 정도는 돼야 우리 대학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라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 뿐이니까요.

7.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이면 전교 1등 학생이 교장추천서를 받아서 지원하는 전형인데 전교 1등한테 2등급 3과목 이상 받아오라는 것은 상당히 쉬운 기준 아닌가요?

->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전교 1등이면 자기 학교에서 1~2% 안에 드는 최상위권 학생이니까 전과목도 아니고 딱 3과목 이상만 전국 11% 안에 들으라는 것은 상당히 쉬운 기준일 수 있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지원자의 약 40%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불합격하고 있습니다. 전국 고등학교의 약 40%는 전교 1등이 전국 11% 안에도 못 든다는 것이지요. 전국의 고등학교 숫자가 약 3천 개, 서울대 모집정원이 약 3,400명이니까 이론상으로는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에서 서울대 등록자를 1명 이상 배출해야 되는데 2018학년도 서울대 합격생 배출 학교수를 보면 885개교 밖에 안 되거든요. 지역균형선발전형이라고 해서 내신관리가 쉬운 일반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전형을 만들어줬는데도 전국 고등학교의 약 70%가 서울대 합격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고등학교들의 학력격차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지요.

8.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애면 지방 학생들의 대입실적이 크게 좋아지겠어요.

->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동안 수능 최저학력기준 때문에 상위권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느꼈던 지방 일반고 최상위권 학생들은 대입에서 엄청난 혜택을 입을 수 있지요.

하지만 모든 일에는 그림자가 생기듯이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가 불러올 부작용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에 고3 학생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 반대 및 학생부종합전형 축소 청원을 올렸는데 1주일만에 8만 명 정도가 참여했을 정도로 반발이 큰 상황입니다.

9.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의 부작용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 대표적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시모집 축소효과입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는 대학들을 보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불합격되는 인원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수시에서 학생들을 다 선발하지 못하면 그 인원만큼 정시로 이월되지요. 그렇다 보니 정시모집은 모집요강에 나온 정원보다 더 많이 선발하는 대학들이 많은데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사라지면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급감하게 되서 결국 정시모집 축소효과가 발생합니다. 수능을 통한 아이들의 재도전 기회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지요.

10. 두 번째는 뭔가요?

-> 두 번째는 내신 부담 증가입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사라지면 내신성적 등 학생부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교육부에서는 학생부의 수상경력 항목 삭제 및 자율동아리 기재 금지 등 학생부 간소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내신의 영향력이 급증해서 아이들이 고등학교 내내 피 말리는 내신경쟁을 치러야 합니다. 지금도 내신 때문에 공책도 안 빌려주는 아이들이 있는데 앞으로는 더 심해지겠지요. 그리고 내신관리를 위한 사교육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수능은 EBS로 해결할 수 있지만, 내신은 학교별로 교과서가 다르다 보니 인터넷 강의로 해결이 안 되거든요.

11. 세 번째는 뭔가요?

-> 재수생 증가입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되면 이미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까지도 대입에 다시 나설 수 있거든요. 특히,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지방 일반고 출신의 내신 최상위권 학생들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된 대학에 다시 지원할 수 있지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폐지되면 수능 공부를 다시 하지 않아도 되니까 부담없이 다시 지원해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가 시행될 예정인 2020학년도부터 현역 대학생들이 대입에 다시 쏟아져 나올 수도 있지요. 이럴 경우 현 고1,고2 학생들은 엎친데 덮친 격이 됩니다. 본인들은 교육과정 및 수능제도가 바뀌어서 재수를 하기가 어려워졌는데 선배들은 예전에 잘 받아놓은 내신 가지고 대입에 다시 나설 수 있게 됐으니까요.

12.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가 정말 시행될까요?

-> 대학들도 서로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정부에서도 6월에 선거가 있다 보니 무리하게 몰아부치기 힘든 상황이고요. 어쨋든 대학들이 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해야되는 2020학년도 대입전형안 제출기안이 원래 어제까지였는데 다음달까지로 연기됐습니다. 따라서 다음달에 2020학년도 대입전형안 제출이 마감되야 조금 더 자세한 상황을 알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6월에 선거가 있다 보니 선거결과에 따라 2021학년도 대입전형은 또 다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중고등학생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께서는 수시로 발표되는 정부의 교육정책을 유심히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새로운 정보가 입수되는 대로 김홍성의 생방송 정보쇼를 통해 신속히 전해드리겠습니다.

* 캉쌤은 매주 토요일마다 kbs 1라디오를 통해 오후 4시 47분부터 만나실 수 있습니다. *

방송을 통해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나 궁금한 사항이 있으신 분들은 덧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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