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부터 자리에 앉혀 놓은 연습 매일 3시간, 영어는 중학교에 고등 과정을 모두 끝내고 수학은 선행과정을 미리 끝내는 로드맵에 내 아이를 맞추면, 그 끝지점에서 우리 아이도 트로피를 거머쥔 채 웃을 수 있을까?

<놀이학교-사립명문유치원-원어민영어학원-사립초-영어몰입교육-해외영어연수2년-특목고-명문대의 루트를 걷게 되면 우리 아이도 상위권 물에서 놀 수 있는 레벨이 될 수 있을까?

우리가 간과하는 가장 큰 두 가지가 있습니다. 부모의 언어적 환경과 아이의 기질.

따라 할 수 도 없고 흉내를 낸다고 되는 것도 아닌 아주 중요한 요인이죠. 일단, 부모의 언어적 환경을 살펴 볼까요? 두 번 말하면 입아픈 인터뷰들이 참 많습니다. 자녀와의 대화가 민주적이며, 자녀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지위언어, 책임감을 갖게 하기 위한 협의적 용어를 많이 쓴다고 합니다. 혹시 ebs에서 자기주도 성공 사례로 출연하는 아이들의 인터뷰에서 “부모가 막 때렸어요” “전 우리 부모를 원수로 압니다”라는 내용을 본 적 있으신가요? 대부분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고 대화를 많이 나눴으며 강압보다는 제안과 협의로 자신의 공부 의욕을 도왔다고 말합니다. 간혹 강제적으로 밀어 부친 경우가 있다하더라도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부모 또한 아이의 학습 과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고 어떠한 공부가 왜 필요한지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이들이었습니다. 매가 무서워서라기 보다 부모가 갖고 있는 언어의 힘과 실천력, 일관성에 승복한 것이죠.

나도 언어로는 안 밀린다 싶은 분도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조건, 똑같은 부모의 말이어도 아이마다 또 받아 들이는 것이 다릅니다. 태어나는 순간 순한 기질의 아이가 있는가 하면, 느린 기질, 까다로운 기질 등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죠. 부모를 굉장히 힘들게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강렬한 정서를 갖고 있어서 보상에만 민감한 경우, 느리고 느려서 꼭 한 학기가 지나야 남들 이해한 것을 따라 이해하는 경우, 까끌한 모서리만 찾으며 감각적으로 예민한 것을 찾으려는 경우, 낯선 상황이 익숙해야만 발을 딛는 경우, 도무지 달래지지 않는 아이도 있듯 모두 다 다른 기질을 갖고 태어 납니다. 게다가 이러한 기질은 그 예후가 안정적이고 예언 가능한 확률을 담고 있어서 축구 선수로 태어난 아이가 소설가가 되고, 소설가가 될 아이의 인자가 갑자기 축구 선수로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예를 들면, 시키지 않아도 달리기가 빠른 아이가 있고 반복시키지 않아도 따라 그리기를 잘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언어가 빠른 아이가 있고 수적 감각이 뛰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똑같이 가르쳤는데 암산으로 빨리 답을 생각 해 내는 아이도 있고 손가락 발가락 다 사용하고 열 번 넘게 반복해도 그제야 이해를 하는 아이가 있다는 뜻이죠. 십분만에 단어 20개를 외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10분동안 열 번씩 공책에 써 가면서 외워도 5개를 못 넘는 아이가 있습니다. 김연아는 스케이팅이 되었더도 김연아의 언니는 불가능했습니다. 부모가 더 노력하고 덜 노력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즉, 로드맵이 아이의 성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로드맵을 내 아이가 따라갈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서울대 로드맵, 연고대 로드맵, 심지어 하버드 로드맵도 실은 아무나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지는 인터넷 몇 번만 두드려도 혀를 내두르는 공부의 신들이 모두 나와 다 가르쳐 줍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많은 정보나 로드맵이 아닙니다. 내 아이를 먼저 잘 알고 인정하는 것, 내가 우긴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 먼저 생각 해 보고 좀 더 맞는 것을 찾아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 그것이 먼저입니다. 십분간 20개의 단어를 외우는 아이와 5개를 외우는 아이를 똑같은 시간을 주고 시험을 보게 하고 똑같이 달리라고 한다면 아이는 무기력을, 부모는 허망함만 느끼게 됩니다.

오히려 5개를 외우는 아이를 인정하고 5개부터 시작하여 6개, 7개씩, 그 아이의 출발점에서 시작을 하다보면 남들이 중간에 지쳐 꺾인 그래프를 만들 때 우리 애는 정그래프를 만들며 사선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교육에 그럴 여유가 어딨어?를 묻는다면 저는 다시 이렇게 반문하고 싶습니다. 그럴 여유와 관찰이 없기 때문에 똑같은 지점에서 꺾이고 똑같은 구덩이에 똑같이 빠지는 것이라고요. 정보는 내 아이를 관찰하고 난 다음, 아이가 먼저 앞장 선 다음, 필요하다고 하면 제시 해 주는 정도가 맞습니다. 아이는 바닷가에서 조약돌 갖고 놀고 있는데 부모 혼자 낑낑거리며 바윗돌 이고 와 봐야 쳐다 보지도 않습니다.

내 아이 상황을 제대로 관찰하여 돕겠다는 마음은 많은 것을 바꿔 놓습니다. 경쟁자가 남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와 과거가 항상 기준이 되기 때문에 더 나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부모 자녀 관계가 파괴되지도 않고, 무엇이든 포기하지 않는 회복 탄력성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나를 지켜 봐 주는 부모에게서 나오는 힘입니다. 그렇다면 그게 진정한 성공 아니겠습니까?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무엇을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회복 탄력성을 갖고 도전, 재도전을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 그 이상의 유산을 누가 물려 줄 수 있을까요? 한번 정해진 것을 그대로 따르는 삶을 사는 것은 이제 불가능합니다. 진취적이고 주체적으로 이곳 저곳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유목민의 삶이 미래의 진로입니다. 이 때 필요한 것이 회복 탄력성이고 부모가 자녀를 교육할 때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중요한 항목입니다.

제가 만나본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같은 말을 합니다. 최고의 대학을 가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해서 목표를 갖고 사는 삶을 알게 해 주고 싶다고 합니다. 피터지는 정보와 생업 포기한 라이딩, 월급 이상의 돈을 들여 투자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생각보다 그렇게 대학, 대학하며 목숨 걸 듯 덤벼드는 분들 많지 않습니다.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고 봅니다.) 아이 키우는 일이 괴로울 정도로 밀어 부치기는 하고 싶지 않으니 ‘인성 바르게, 자기 할 일 알아서 하며 선택한 대학’이라면 충분히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이 정도의 소박한, 행복한 정도의 길은 아이를 제대로 관찰하며 돕겠다는 마음에서부터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물론 부모도 자식에게 얽매이지 않고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면 금상첨화가 되겠지요.

자녀에게는 적당한 관심 정도만, 나머지는 나 자신에게 쏟는 비율로 황금분할을 하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적당하다는 것이 간 맞추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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