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쌤의 이번 주 방송 주제는 ‘수능 절대평가, 무엇이 문제일까?’입니다.

(아래의 내용은 KBS 1라디오 ‘김홍성의 생방송 정보쇼’를 통해 2017년 8월 6일 오후 4시 20분부터 약 10분간 방송된 방송원고 초안입니다. 생방송인 관계로 실제 방송 내용은 아래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1. 요즘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관련해서 논란이 많은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신중히 진행할 것을 제기했다면서요?

-> 이번 주 목요일에 이낙연 총리 주제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가 있었습니다. 이 회의에서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보고했는데 이낙연 총리를 비롯한 각 부처 장차관들이 수능 절대평가를 신중하게 진행할 것을 제기했습니다. 이낙연 총리는 대입 정책과 같은 교육정책은 학생과 학부모/대학이 승복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매우 신중하게, 때로는 천천히 가야한다고 이야기했거든요. 91점과 100점이 똑같은 1등급인데, 어쩌다 보니 91점을 받은 나는 대학에 합격하고, 100점을 받은 친구는 떨어졌다면 그 친구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도 이야기 했습니다. 이 총리는 이날 온라인 사이트에도 저는 단계적 확대를 제안했습니다. 교육부가 의견을 더 수렴해 결정/발표하기로 했습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알리기도 했지요.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공약사항에 대해 완곡한 반대의견을 표현한 것인데,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늘어나자 정부차원에서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국민인수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광화문1번가 등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 수능 절대평가 반대를 외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고, 오프라인에서도 반대집회가 열리는 등  수능 절대평가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거든요.

2. 정부에서는 수능 시험을 왜 절대평가로 전환하려는 것인가요?

-> 현재 수능은 상대평가 방식입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내 친구가 나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으면 나의 노력이 빛을 잃게 되지요. 그렇다 보니 아이들은 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무한경쟁에 내몰리게 되서 학업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부모님들도 사교육비 부담이 크고요. 게다가 일선 학교들도 수능에 초점을 맞춰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교과서는 내팽게치고 수능 시험이 연계되서 출제되는 EBS 교재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수업하지 않고 아예 EBS 방송을 틀어주는 학교들도 있고요. 그렇다 보니 학생들의 학업부담도 줄여주고, 사교육비도 줄여주며 학교 수업도 정상화 시키기 위해 수능 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것입니다.

3.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과도 연관이 있지요?

->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라고 불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도입됩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1학년 때는 문이과에 상관없이 공통과목을 배우고, 2,3학년 때는 고교학점제라고 해서 대학생들처럼 고등학생들도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직접 골라서 듣게 되지요. 그래서 2015 개정 교육과정 하에서는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수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납니다. 배우는 과목이 늘어나다 보니 수능 시험 과목도 늘어날 수 있고요. 그런데 수능 시험과목이 늘어날 경우 과목간 난이도 및 응시하는 학생들의 실력 차이가 발생해서 공정성 문제가 대두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수능에서 사회탐구 과목은 9과목 중 2과목, 과학탐구 과목은 8과목 중 2과목을 학생들이 선택해서 응시하는데 과목간 난이도와 응시하는 학생들의 실력이 달라서 어떤 과목에 응시하느냐가 대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거든요. 내가 선택한 과목이 다른 과목보다 어렵게 출제되거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몰리면 다른 과목을 선택한 친구들보다 점수도 낮고 등수도 낮게 나올 수밖에 없어서 대학진학에 불리해지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선택과목수가 크게 늘어나는 2015 개정 교육과정 하에서는 과목 선택에 따른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수능시험 뿐 아니라 내신에서도 절대평가 전환이 필요합니다.

4.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동점자가 너무 많이 발생하지 않나요? 그러면 대학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어려움이 많을 텐데요.

->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7월 3일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학년도 수능이 절대평가로 치뤄졌다면 전 영역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수가 무려 1만 4,501명이 된다고 합니다. 2016학년도 수능의 경우 1만 3,289명, 마그마 수능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어렵게 출제된 작년 수능의 경우도 전 영역 1등급 학생수가 4,704명이나 나오게 되지요.

대학 한 곳당 모집정원이 약 3천 명 내외니까 2015학년도나 2016학년도처럼 수능이 쉽게 출제될 경우 전 영역 1등급 학생수가 상위 4~5개 대학 모집정원만큼 나온다는 것이지요. 실제 대학입시에서 수능 성적은 정시모집에 주로 활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수능 절대평가 전환 시 전 영역 1등급을 받는 인원이 상위 15개 대학의 정시모집 인원만큼 나오게 되서 상위권 대학들은 정시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주장하는 일부 단체들은 동점자가 많이 발생해도 추첨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면 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추첨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면 입시결과에 승복하기가 너무 어려워지다 보니 대입에 추첨제를 도입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히려 대학들은 면접이나 본고사 등 다른 형태의 입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지요.

5. 수능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수능 준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니까 사교육비 절감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단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수능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능 준비를 위한 사교육비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수능부터 영어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영어 사교육을 줄였거든요. 고3 학생들 뿐 아니라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까지도 영어 사교육을 줄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영어 사교육비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문을 닫거나 과목을 전환하는 영어학원들도 많이 발생했지요.

하지만 수능에서 영어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다른 과목의 영향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보니 국어나 수학 등 다른 과목의 사교육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영어를 눌렀더니 다른 과목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도 전체적인 사교육비가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능이 약화되면 내신이나 학교생활기록부, 면접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고 대학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본고사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교육비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대학진학에 대한 열의가 근본적으로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6. 수능은 패자부활전의 역할도 큰데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뒤늦게 정신차린 아이들에게 더 이상의 기회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

-> 학교 내신의 가장 무서운 점은 한 번 기록되면 자퇴를 하지 않는 한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쯤 되면 내포자라는 아이들이 나옵니다. 내신포기자의 줄임말인데 2학년 1학기까지 내신을 망치고 나면 그 다음부터 학교 시험을 아무리 잘 봐도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없다 보니 내신이나 동아리 등 학교생활을 아예 포기해버리는 것입니다. 그 후 내포자는 2가지 부류로 나뉘게 됩니다. 흔히 대포자라고 불리는 대학포기자로 전락하거나, 수능이나 논술 등 내신의 영향력이 적은 전형에 몰입하는 학생으로 나뉘지요.

그런데 앞으로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수능의 영향력이 매우 낮아지기 때문에 내신을 단 한 번만 망쳐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현 중3 학생들부터는 대입 논술전형도 폐지되다 보니 망쳐버린 내신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지거든요. 현재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 입시를 보면 내신의 영향력이 너무 커서 중학교 2학년 때 영어과목에서 내신 B등급을 한 번이라도 받으면 중3 때 아무리 열심히 해도 특목고나 자사고 합격이 거의 불가능해지는데 앞으로는 대입에서도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앞으로는 내신을 망쳤다며 자퇴나 전학, 유급을 하거나 아예 대입준비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이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 하면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니 지난 일은 잊고 이제부터 최선을 다해보자’라는 교육적인 말을 더 이상 해줄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7. 수능 절대평가 전환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데는 학생부 종합전형이나 학교에 대한 불신도 한몫하지 않을까요?

->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반대하는 이면에는 학생부 종합전형과 학교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습니다. 수능이 무력화되면 내신과 학생부를 기반으로 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일부의 사례라고는 해도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해 납득하기 어려운 합격 사례들이 발생하면서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신뢰가 많이 사라진 상황이지요. 학생부 종합전형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정성평가다 보니 입시결과에 승복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게다가 동일한 학생이라도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학생부 기록내용이 달라지게 되서 이 부분도 수긍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선생님한테 밉게 보여서 학생부에 안좋은 내용이 기록되는 보복을 당하는 학생들도 있거든요.

따라서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려면 학생들을 평가할 대학과 아이들의 학생부를 관리해 줄 고등학교에 대한 신뢰부터 먼저 쌓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결과를 승복할 수 있을 만한 신뢰와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시제도를 바꾼다면 혼란과 불신만 초래할 수도 있으니까요.

* 캉쌤은 매주 일요일마다 kbs 1라디오를 통해 오후 4시 20분부터 만나실 수 있습니다. *

방송을 통해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나 궁금한 사항이 있으신 분들은 덧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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