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치강화를 위해 교육부에서 담당하던 유초중등 교육분야를 시도 교육청으로 이양한다고 합니다. 교육부는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과 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기능을 개편하고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의 교육은 일선 교육청에 맡기겠다는 것이지요.
(참고로 고등학교에 고등이라는 명칭이 들어있다 보니 고등학교 교육을 고등교육이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교육법상 고등학교는 중등교육에 포함됩니다. 대학 이상의 교육을 고등교육이라고 부르지요.)

그렇다 보니 앞으로는 각 시도별로 교육정책이 다르게 시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육감의 철학에 따라 지역별로 서로 다른 교육을 받게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론, 각 지역별 교육여건이 다르다 보니 지역의 상황에 맞춰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도록 일선 교육청으로 몇몇 권한을 이양할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입시는 출신지역에 상관없이 동일한 방식으로 치러지다 보니 지역별로 교육정책이 다르게 시행될 경우 학생이나 학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교육감의 철학에 의해 대학진학에 어려움을 겪게될 수도 있지요.

예를 들어 경기도의 경우 올해(2017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 및 석식 제공이 중단되었습니다. 아이들의 학습부담을 줄여주겠다며 시행된 정책인데 강제적인 야자 뿐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하는 자율적인 야자까지 할 수 없게 되어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박탈당했지요. 경기도는 고등학교들조차 9시 등교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자와 석식 제공까지 중단된 상태다 보니 서울 학생들과 비교해서 학습량이 절대적으로 줄어들게 되었지요.
(경기도 고등학교들 중에도 8시 이전까지 학생들을 등교시키거나 야간자율학습을 진행하는 학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학교들은 주로 특목고, 자사고 또는 지역 명문고들이지요. 그리고 그런 학교들과 다른 학교들의 입시실적 차이는 두드러지게 벌어지고 있네요. 공부는 결국 엉덩이 싸움이니까요.)

따라서 앞으로는 지역별 학력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게 되서 어느 지역에 사느냐가 어느 대학에 갈지 결정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재도 지역별 사교육 환경의 차이로 인해 학력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는 공교육의 차이도 더 벌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앞으로는 우리 부모님들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할 필요는 없지만 그것은 남의 집 아이들한테 적용하고 싶은 이야기일 뿐 우리 아이는 좋은 대학에 진학해서 좋은 직업을 갖기를 원하는 것이 부모의 솔직한 심정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학교에서 해주지 않는 역할은 부모가 대신해줄 수밖에 없지요.

정부나 교육청에서는 지속적으로 ‘학습부담 경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표심을 얻기 위해 학습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정작 우리 아이들을 선발해줄 대학에서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정부와 생각이 다른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의 말에 귀를 더 기울여야 할까요? 학생선발 권한은 누가 가지고 있는지, 내가 대학 관계자라면 어떤 학생을 선발할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금방 답을 얻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교육정책이 아무리 바뀌어도 ‘다른 아이가 붙으면 우리 아이가 떨어진다’라는 제로섬 게임의 룰이 바뀌지 않는 한 입시에서 바뀌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대학을 추첨으로 뽑지 않는 한 입시경쟁은 사라질 수 없는 것이지요. 따라서 목표를 낮출 수 없다면 학습량과 학습난이도를 함부로 낮추지 마시기 바랍니다. ‘순진하게 나만 낮췄더라’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뒤늦게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어질 때는 나에게 희망고문하던 그 사람이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을 테니까요.

추신 1. 정부나 교육감은 학습부담을 낮춰주겠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을 뿐 공부를 안 해도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합격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나 교육감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스스로를 희망고문하는 우를 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추신 2. 캉쌤은 요즘 강연할 때 지역의 학력분석을 곁들여가며 지역맞춤형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역별 학력분석을 하다 보면 지역간 학력격차는 물론이고 같은 지역 내에서도 학교간 학력격차가 크게 벌어져서 놀랄 때가 많습니다. 지역간 학력격차가 심화되는 모습을 볼 때는 우울한 기분도 들고요. ‘어디서든 나만 잘하면 된다’지만 그것은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독야청청할 수 있는 소수의 엄친아, 엄친딸에게만 가능한 일일 뿐 우리 집에 있는 자유로운 영혼들에게는 너무나 먼 이야기잖아요. 집중력이라고는 개미눈꼽만큼도 찾아보기 힘들어서 공부하라고 방에 넣어놔도 거실에서 하는 이야기 소리에 참견하고 대답하는 아이들이니까요. 아이를 바꿀 수 없다면 환경이라도 나빠지지 않도록 지켜야겠지요. T_T

추신 3. 자녀교육에 있어서 가장 많이 투자해야 할 요소는 돈이 아니라 부모의 관심과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남엄마들이 입시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아이들한테 투자하는 관심과 시간이 많기 때문이거든요. 학원 설명회 참석인원만 봐도 강남과 강북은 하늘과 땅 차이지요. 강남에서는 학원설명회가 거의 매일 몇 건씩 열리기 때문에 엄마들이 스케쥴 조절해가며 학원설명회를 쫓아다니고, 학원설명회들도 조기에 마감되서 참석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강북이나 다른 지역들에서는 참석자가 너무 없어서 아예 설명회 자체를 주최하지 않는 학원들이 대부분이지요. 전화나 문자를 통해 설명회에 와달라고 몇 차례에 걸쳐 애원을 해도 자리가 텅텅 비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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