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쌤의 이번 주 방송 주제는 ‘특목고, 자사고 폐지논란에 대해서’입니다.

(아래의 내용은 KBS 1라디오 ‘김홍성의 생방송 정보쇼’를 통해 2017년 7월 2일 오후 4시 20분부터 약 12분간 방송된 방송원고 초안입니다. 생방송인 관계로 실제 방송 내용은 아래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1. 요즘 특목고, 자사고 폐지논란으로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혼란이 심한 것 같아요. 일반고를 보내자니 뭔가 아쉽고, 그렇다고 특목고나 자사고에 보내자니 폐지된다고 해서 불안하잖아요.

-> 요즘 중3 부모님들을 만나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바로 ‘답답하다’입니다. 고등학교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아직까지도 명확한 정책이 나오지 않아서 답답한 것이지요. 요즘은 어느 고등학교를 가느냐가 어느 대학을 갈지 결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등학교 선택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는데 고등학교 교육과정이나 대입정책이 발표되지 않아서 어떤 고등학교에 가야할지 선택기준이 없어져버린 겁니다.

2. 고등학교 입시는 언제부터 시작되나요?

-> 고등학교는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 특성화고 등으로 이뤄진 전기고등학교와 자율형공립고와 일반고 등으로 이뤄진 후기고등학교로 나누어지는데 다음 달인 8월부터 전기고등학교 입시가 시작됩니다. 대다수의 과학고들이 8월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하고, 자사고 중에서도 민족사관고(8.31~9.7)와 상산고(9.14~9.20)가 8월과 9월에 원서접수를 진행합니다. 그 후 광역단위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특성화고 등이 11월에 원서접수를 하고 마지막으로 12월에 후기고등학교인 자율형공립고와 일반고가 원서접수를 진행합니다.

3. 그렇다면 특목고나 자사고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지금 본격적으로 입시준비를 하고 있겠네요?

-> 네. 그렇습니다. 특목고나 자사고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이라고 해서 1단계에서 내신성적과 출결점수로 일정인원을 선발한 후 2단계에서 면접을 통해 최종합격자를 배출합니다.

이 때 내신은 대부분의 특목고, 자사고에서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 반영하는데 2학기가 시작되면 중간고사 준비를 해야 되다 보니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면접 준비는 미리 시작하는 학생들이 많지요.

4. 그런데 교육부 장관이 임명되고 나서 특목고, 자사고를 폐지해버리면 입시준비 해놓은 것이 말짱 헛수고가 되는 것 아닌가요?

-> 고등학교 유형은 초중등 교육법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아무리 장관이라도 마음대로 없앨 수는 없습니다. 특목고나 자사고를 없애려면 초중등 교육법을 개정해야 되거든요.

게다가 특목고나 자사고는 5년 단위로 재지정 평가를 받는데 지금 모든 특목고, 자사고들이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0학년도까지는 특목고나 자사고가 유지되게 됩니다. 즉, 현재 중학교 2학년이나 3학년 학생들은 특목고나 자사고가 폐지되지는 않을지 걱정할 필요가 없지요.

다만, 현재 전기고등학교와 후기고등학교로 나누어져 있는 고등학교 선발시기가 하나로 통합돼서 특목고나 자사고도 일반고와 동일한 시기에 학생을 선발하도록 바뀔 수는 있습니다.

5. 특목고나 자사고가 2020학년도부터는 일반고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특목고나 자사고로 입학한 의미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요? 어차피 일반고로 전환될지도 모른다면 처음부터 일반고에 진학하는 것이 낫잖아요.

-> 많은 분들께서 그 부분을 걱정하시는데 고등학교는 입학할 때의 유형을 졸업할 때까지 유지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목고나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된다고 해도 이미 입학한 학생들은 특목고나 자사고 교육과정에 맞춰 공부하고 졸업하게 되지요.

하지만 특목고나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이미 입학한 선배들은 특목고, 자사고 학생이지만 새로 입학하는 후배들은 일반고 학생이 돼서 한 학교 내에 2개의 유형의 학교가 공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학교 내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지요. 특목고나 자사고로 입학한 학생들은 그에 맞는 교육과정이나 대접을 원할 것이고, 일반고로 입학한 학생들은 같은 학교 학생인데 왜 차별하냐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전환된 초기에 학교 내에 일반고 학생과 자사고 학생이 공존하게 돼서 갈등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6. 특목고, 자사고 폐지 논란이 많지만 지난 수요일(28일)에 서울시교육청에서 자사고(3), 외고(1), 국제중(1) 5곳을 모두 재지정했는데 그런 것을 보면 앞으로도 특목고, 자사고 폐지는 말만 있을 뿐이지 실제로는 계속 유지된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 이번 경우는 서울이라는 특수성과 내년에 있을 교육감 선거가 맞물려서 일어난 일일 뿐 앞으로도 계속 재지정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전국에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총 77개교가 있는데 그 중 약 40%인 30개교가 서울에 몰려있습니다. 특히, 자사고의 경우는 전국 46개 자사고 중 절반인 23개교가 서울에 몰려있지요. 같은 수도권이라고 해도 경기도는 자사고가 2곳 밖에 없는데 서울은 11배가 넘게 있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서울시교육감 입장에서는 특목고, 자사고를 폐지하겠다고 이야기 할수는 있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부담스러운 것이지요. 서울에는 특목고나 자사고 숫자가 많다 보니 자칫하면 내년에 있을 교육감 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거든요.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수는 전체 고등학생의 5% 정도 밖에 안 되지만 다들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다 보니 그 부모님들이 지역에서 오피니언 리더인 경우가 많아서 이 부모님들이 반발하면 교육감 선거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내년에 있을 선거 때까지는 특목고, 자사고 폐지에 대해 속도조절을 하거나 책임소재를 교육부로 넘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반면에 경기도 등 다른 지역들은 특목고나 자사고 숫자가 적어서 반발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다 보니 오히려 자신의 색깔을 더 강하게 드러내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특목고, 자사고 폐지를 추진할 수도 있고요. 즉, 특목고, 자사고 폐지 논란은 지역별로 다르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7. 지금은 특목고나 자사고의 대입실적이 좋지만 앞으로 수능시험이 절대평가로 바뀌고 논술전형도 폐지되면 특목고나 자사고에서는 대학 가기가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 입시정책이 바뀌면 대입실적도 바뀔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의 집단자퇴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고요. 실제로 과거에 대입정책이 변경되면서 특목고 학생들의 집단자퇴 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거든요.

특목고 초창기에는 특목고 학생들에게 비교내신제가 적용됐습니다. 특목고는 공부 잘 하는 학생들만 모여있다 보니 내신관리에 불이익이 있다는 반발이 있어서 특목고 학생들은 학교 등수로 등급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일반고 학생들과 수능점수를 비교해서 내신을 부여해줬지요. 특목고 내에서는 내신이 9등급이어도 수능점수가 일반고 1등급 학생들과 동일한 수준이면 내신을 1등급을 준 겁니다. 그런데 외고에서 비교내신제가 적용되지 않게 되자 1994년에 대원외고 3학년 학생 중 38%(588명 중 223명)가 자퇴를 해버렸습니다. 10명 중 4명이 자퇴를 한 것이지요. 이른바 제1차 특목고 집단자퇴 사건인데 이 사건이 있은 다음 해인 1995년부터 외국어고 학생들도 어문계열로 진학할 경우에 한해서 비교내신제가 적용됐습니다. 그 결과 대원외고가 1997학년도에 단일고교로는 최초로 서울대 합격자 200명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지요. 그러자 특목고가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져서 결국 서울대가 1999학년도 입시부터는 특목고 학생들에 대한 비교내신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제2차 특목고 집단 자퇴사태가 또 다시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1999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 최다 합격생을 배출한 집단은 특목고가 아닌 검정고시생들이 되었지요. 특목고를 집단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치른 학생들이 대거 서울대에 합격했던 것입니다.

8. 앞으로도 대입정책이 바뀌면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의 집단 자퇴사태가 발생할 수 있을까요?

-> 그런 상황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예전처럼 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은 3년 예고제라고 해서 대입이 치러지기 3년 전에 대입제도를 미리 발표해야 되거든요. 올해 발표될 대입정책이 현 중3 학생들이 치를 2021학년도 대입인 이유가 3년 예고제 때문이지요.

즉, 대입제도에 변화가 있다고 해도 현 재학생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테니 현재 특목고나 자사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나 부모님들께서는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단, 현재 고1 학생들은 제도변화로 인해서 재수가 어려워지는 만큼 한 번에 끝낼 각오가 필요하지요.

그리고 현재 중3 이하의 학생들은 대입제도 변화에 직접적인 대상이 되다 보니 8월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1학년도 대입정책을 지켜보시면서 어느 고등학교에 지원할지 결정해보시기 바랍니다. 고등학교 내신도 절대평가로 바뀐다면 묻고 따지고 할 것도 없이 무조건 특목고, 자사고에 지원해야 되지만, 수능만 절대평가로 바뀌고 내신은 상대평가를 유지한다면 따져봐야할 것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다음 주에는 특목고, 자사고 폐지와 관련해서 각 고등학교들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준비해보겠습니다. 특목고도 공립이냐 사립이냐, 자사고도 전국단위 자사고냐 광역단위 자사고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 캉쌤은 매주 일요일마다 kbs 1라디오를 통해 오후 4시 20분부터 만나실 수 있습니다. *

방송을 통해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나 궁금한 사항이 있으신 분들은 덧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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