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쌤의 이번 주 방송 주제는 ‘문이과 통합이 가져올 교육환경의 변화’입니다.

(아래의 내용은 KBS 1라디오 ‘김홍성의 생방송 정보쇼’를 통해 2017년 6월 4일 오후 4시 22분부터 약 12분간 방송된 방송원고 초안입니다. 생방송인 관계로 실제 방송 내용은 아래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1. 내년부터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바뀌는데 아직도 입시정책이 발표되지 않아서 아이들을 도대체 어떻게 가르쳐야 될지 혼란스러워요.

-> 현 중3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내년부터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라고 불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고등학교에 도입됩니다. 그런데 앞으로 교육제도나 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아직까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서 부모님들은 물론이고 학교에서도 진학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이 어떻게 바뀔지 알아야 준비도 시키고, 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알아야 어느 고등학교에 보낼지 결정할 수도 있을 텐데 정해진 것이 없다 보니 준비를 할 수가 없어서 답답한 심정이지요.

2. 내년부터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어떻게 바뀌는 건가요?

-> 일단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학점제가 도입됩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하에서는 1학년 때는 진로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이 공통과목을 배운 후 2학년 때부터 자신의 진로에 맞춰 선택과목들을 배우게 됩니다. 대학생들이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서 배우는 것처럼 내년부터는 고1 학생들부터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직접 선택해서 들을 수 있게 되지요.

3. 고1 아이들은 고등학교 수업이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를 텐데 시간표를 직접 짤 수 있을까요?

-> 대학생들도 1학년 1학기 시간표는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짜주는 것처럼, 고등학교에서도 1학년 1학기 때는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짜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차피 1학년 때는 다 같이 공통과목을 배워야 하다 보니 학생들이 시간표에 손 댈 수 있는 여지도 많지 않거든요. 그러다 2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 자신의 진로에 맞춰 선택과목들을 정해야 되지요. 그래서 앞으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최대한 일찍 그리고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로를 정해야 진로에 맞춰 수업시간표를 짤 수 있으니까요.

4. 진로는 얼마나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나요?

-> 직업 이름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모든 중고등학생들한테 진로를 명확하게 정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입니다. 아이들에게 ‘너는 꿈이 뭐니?’라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대답하는 애들이 태반이잖아요. 그래서 고교 학점제가 도입돼도 아이들이 진로에 맞춰 시간표를 짜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들이 진로에 맞춰 시간표를 짠다고 해도 아이들의 진로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학교에서 일일이 지도해주기가 어렵고요. 그래서 앞으로도 문과와 이과 같은 식으로 계열을 나눠서 가르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지금보다는 계열이 더 세분화될 겁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문과와 이과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나누어져 있는데 앞으로는 인문사회계열, 경상계열, 어문계열, 이공계열, 자연과학계열, 의학계열처럼 대학의 단과대학과 유사한 형태로 계열이 세분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5. 학생수가 많은 학교는 계열을 세분화해서 운영할 수 있지만 학생수가 적은 학교들은 그럴 수가 없을 텐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

-> 그래서 거점학교형 교육과정이나 학교연합형 교육과정 같이 새로운 형태의 교육과정 운영방식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거점학교형 교육과정은 특정 학교를 거점학교로 정한 후 다른 학교 학생들도 거점학교로 찾아와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주는 방식입니다. 학교연합형 교육과정은 인접한 학교들끼리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개설한 후 수업은 각자 자기 학교에서 듣지만 성적은 연합한 학교들과 함께 산출하는 방식이고요. 서울시교육청에서 일부 학교들을 대상으로 시범운영 중인 방식인데 진보교육감들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6. 우리 학교가 거점학교가 되면 굳이 다른 학교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되니까 학생수가 많은 학교들이 더 유리해지는 것 아닌가요?

-> 고교 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수가 많아서 선생님도 많고 수업도 다양하게 개설할 수 있는 학교가 당연히 유리해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도시에 있는 학교와 시골에 있는 학교의 교육환경 차이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지요. 도시에 있는 학교들은 학생수가 많다 보니 수업도 다양하게 개설할 수 있고, 대중교통도 잘 되어 있다 보니 다른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올 수도 있지만 시골에 있는 학교들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고교 학점제가 시행되면 도시에 있는 학교로 유학을 나오는 시골 학생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도시 내에서도 학생수가 많은 학교나 거점학교로 지정되는 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7. 아이들한테 직접 시간표를 짜라고 하면 진짜 필요한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점수 따기 쉬운 수업만 들으려고 하지 않을까요?

-> 수능시험의 경우 선택과목이 많다 보니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지금도 유불리가 바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특정과목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수능 제2외국어 영역의 경우 아랍어 응시자 비율이 무려 71%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전체 고등학교를 통틀어도 아랍어를 가르치는 학교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등급 받기가 쉽다는 이유로 많은 학생들이 아랍어에 몰리고 있는 것이지요. 고교 학점제가 시행되면 고등학교 내신수업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내신 절대평가와 함께 진행해야 되지요. 어떤 과목을 선택하든 나만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라는 믿음이 있어야 점수받기 쉬운 과목이 아니라 진짜 필요한 과목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8.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특목고나 자사고가 더 유리해지는 것 아닌가요?

-> 맞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특목고나 자사고를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습니다. 고교 학점제를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고등학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되는데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특목고나 자사고가 가장 큰 이익을 보다 보니 특목고나 자사고를 내버려두고서는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기가 어렵지요. 그래서 정부에서 특목고나 자사고를 아예 폐지하거나 우선선발권을 빼앗는 등 다양한 억제정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9. 교육정책이 하루 빨리 발표돼야 국민들의 혼란이 줄어들 텐데 언제쯤이면 정확한 내용이 발표될까요?

-> 교육부에서 7월에 발표하겠다고 했는데 교육부 장관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보니 7월 발표가 어렵지 않겠냐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교육부 장관이 임명돼야 정책방향을 잡고 그에 따른 공청회도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할 수 있을 텐데 아직까지 교육부 장관 후보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다음 주에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정해진다고 해도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되다 보니 여차하면 교육부 장관 임명 자체가 7월로 늦어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정책발표가 8~9월로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고등학교 입시에서 유례없는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특목고나 자사고 같은 전기고등학교 입시가 8월부터 시작되다 보니 8월 이후에 대입정책이 발표되면 대입제도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고등학교에 지원했다가 원서접수를 대거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거든요.

10. 그렇다면 정부에서도 최대한 빨리 입시정책을 발표하려고 하겠네요.

-> 교육부 장관을 임명하기에 앞서서 교육부 차관이라도 먼저 임명한 것을 보면 정부에서도 교육정책의 공백을 줄이겠다는 의지는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 중 하나가 특목고, 자사고 폐지이기 때문에 특목고, 자사고 지망생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무리를 하면서까지 정책발표를 앞당기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규정상으로 보면 대입정책은 3년 전에만 예고하면 되기 때문에 올해 11월까지만 발표하면 되거든요.

게다가 이번에 임명된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박춘란 차관은 교육부 역사상 처음으로 임명된 여성차관인데 행정고시 33기로 현재 교육부 내에는 행정고시 선배가 26기부터 모두 20여명이 있습니다. 행정고시 기수로 무려 8기수나 건너뛴 인사다 보니 교육부 내의 조직개편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교육정책들이 구체적으로 확정되고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서 현 중3 학생들의 혼란은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겠네요.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입시제도 변화로 인해 1년 선배들인 고1 학생들이 재수를 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현 중3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1학년도 대입은 전년도보다 수험생 숫자가 10~15만 명 정도 감소해서 대입경쟁률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도변화는 혼란스럽지만 수험생 숫자가 크게 줄어들어서 다른 학년들보다 대학 진학은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 캉쌤은 매주 일요일마다 kbs 1라디오를 통해 오후 4시 22분부터 만나실 수 있습니다. *

방송을 통해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나 궁금한 사항이 있으신 분들은 덧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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