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절대평가나 내신 절대평가는 성적으로 줄세우기 하는 무한경쟁에서 아이들을 해방시켜줄 수 있는 교육정책입니다. 절대평가 하에서는 친구와 점수 1점을 가지고 싸울 필요가 없으니 더 이상 친구를 경쟁자로 생각할 필요가 없겠지요.

하지만 입시는 결국 제로섬게임(상대평가)이다 보니 제도를 아무리 바뀌어도 대단한 효과를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도가 어떻게 바뀐들 불합격자수는 똑같을 테니까요. 단지, 합격생과 불합격생의 위치만 바뀔 뿐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이 수시로 제도를 바꾸는 이유는 나에게 표를 줄 사람을 끌어오기 위해서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표를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불만을 자극하는 것이니까요. 그 불만이 올바른 것인가라는 문제는 차치하고요.

물론 교육은 평등해야 합니다. 하지만 교육에서의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어야 하지 결과의 평등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재력이나 정보력이 부족해서 아이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면 그것은 분명 제도의 잘못, 사회의 잘못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 힘을 합쳐 타파해야겠지요. 부모의 재력이 아닌 학생의 노력과 열정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는 교육평등세상 만들기를 목표로 캉쌤이 사비를 들여 8년째 스홀을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요.
(스홀 후원에 참여해주시는 분들께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인사를 올립니다. 스홀 가족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스홀은 벌써 문을 닫았을 거에요. T_T)

하지만 노력 부족을 제도의 탓, 사회의 탓으로 돌리도록 유도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노력의 가치를 왜곡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니까요.

앞으로 수능과 내신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계층은 지금까지 가장 열심히 노력해온 최상위권 학생들이 됩니다. 남들 놀 때 놀지 않고, 남들 쉴 때 쉬지 않은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겠지요. 그들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버리니까요.

아이들을 공부로만 몰아가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을 무한경쟁 속에 빠트려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그걸 이유로 아이들의 노력까지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추신 1.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수능의 변별력이 없어져서 대입 정시모집이 무의미해질 수 있고, 내신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내신의 변별력이 없어져서 학생부 교과전형이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논술 전형이나 특기자 전형까지 폐지하면 결국 남는 것은 학생부 종합전형 뿐인데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이 자기가 왜 합격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불합격한 학생들은 자기가 왜 떨어졌는지 알 수 있을까요? 많고 많은 대입전형 중 제도의 공정성을 가장 의심받기 쉬운 전형이 학생부 종합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생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생의 배경이 더 중요한 전형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생의 잠재력을 파악해주겠다라는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그 누구도 인정하기가 어려운 깜깜이 전형이 아닐까 싶네요. 서울과 지방, 강남과 강북, 특목고와 일반고의 학생부 기록내용이 얼마나 다른지 정치인들이 단 한 번만이라도 들여다 보면 좋겠네요. 그러면 수능과 내신 절대평가 전환을 통한 학생부 종합전형 확대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금방 예측할 수 있을 겁니다.

추신 2. 사회가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끊어야 된다고 합니다. 오르지 못할 나무라고 생각하면 위를 쳐다볼 일도 없다 보니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며 불만을 가질 일도 줄어들겠지요. 앞으로 도입한다는 절대평가 전환이 하향평준화를 통해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끊으려는 정책이 아니기를 기원해봅니다.

추신 3. 중학교 내신이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중학교 내신시험을 딱 한 번만 망쳐도 특목고, 자사고 진학의 꿈이 막혀버리게 됐는데 고등학교 내신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대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망쳐버리면 그 후로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SKY 진학은 영영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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