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쌤의 이번 주 방송 주제는 ‘문이과 통합에 대한 잘못된 오해 바로잡기’입니다.

현 중3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는 2018년부터는 고등학교에 2015 개정 교육과정, 속칭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적용됩니다. 그렇다 보니 중3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 중에는 문이과 통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네요. 그래서 이번 주에는 문이과 통합에 대한 내용을 준비해봤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KBS 1라디오 ‘김홍성의 생방송 정보쇼’를 통해 2017년 4월 23일 오후 4시 22분부터 약 10분간 방송된 방송원고 초안입니다. 생방송인 관계로 실제 방송 내용은 아래와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1. 내년부터 문이과가 통합된다고 하던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하는 것인가요?

->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이야기 하시는 것인데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문과와 이과로 나눠서 가르치다 보니 아이들에게 지식 편중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 이를 타개하고자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2018년부터는 학생들의 기초 소양을 높이기 위해 고등학교에서 ‘통합사회’나 ‘통합과학’같은 공통과목을 배우게 되지요.

그런데 사실 문이과 통합은 이미 시행 중입니다. 7차 교육과정이 시행된 1997년부터 문이과 구분이 폐지됐거든요.

2. 그런데 고등학교에는 왜 아직도 문이과가 나눠져 있는 것인가요?

-> 대입 준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등학교에서 임의로 나눠놓은 것입니다. 대학이 계열별로 다른 과목을 요구하다 보니 고등학교도 효과적으로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문이과를 나눠서 가르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즉, 대학이 바뀌지 않으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아무리 바꿔도 실질적으로 바뀌는 부분이 많지 않은 겁니다.

3. 그럼 내년에 문이과가 통합된다고 해도 교육과정의 변화는 별로 없게 되나요?

-> 물론 교육과정의 변화가 있기는 합니다. 내년부터는 고등학교 1학년 과목에 공통사회, 공통과학, 탐구실습이 추가되거든요.

그런데 이미 지금도 융합과학이라고 해서 고1 때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합쳐서 배우는 과목이 있기 때문에 교육과정이 완전히 새롭게 바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4. 그럼 수업방식도 큰 변화가 없나요?

-> 수업방식에도 변화는 있습니다. 대학생들처럼 수업에 대한 선택권이 늘어나거든요. 대학생들이 1학년 때는 전공 기초과목을 배우고, 2학년 때부터는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배우는 것처럼, 고등학교에서도 1학년 때는 문이과에 상관없이 기초교과목을 배우고 2,3학년 때는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춰 일반선택과 진로선택 과목을 이수할 수 있게 됩니다. 각 학교들은 학생들이 진로선택 과목을 3과목 이상 이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되지요.

5. 대학생들이 직접 시간표를 짜는 것처럼 고등학생들도 자기가 듣고 싶은 과목들로 직접 시간표를 짤 수 있게 된다는 것인가요?

-> 이론상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시간표를 직접 짤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교과교실제를 운영하기 때문이거든요. 대학은 교수님 숫자도 많고 교실도 많다 보니 다양한 수업을 개설해놓고 학생들이 교실을 옮겨가며 수업을 듣잖아요. 그런데 고등학교는 선생님 숫자도 적고 교실도 적다 보니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다 개설해줄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대학은 수업 중간에 비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교실을 얼마든지 이동해 다닐 수 있지만, 고등학교는 쉬는 시간이 10분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 전교생이 교실을 이동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복도도 좁고 계단도 많다 보니 아이들이 다칠 위험도 많고요.

즉, 교육과정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바꾸려면 학교 선생님이나 교실 같은 하드웨어도 같이 바꿔줘야 하는데 하드웨어는 그대로 둔 채 소프트웨어만 바꾸니까 아무리 바꿔도 효과가 크지 않은 것이지요. 따라서 학교 시설을 더 늘리거나 학생수가 줄어서 교실에 여유가 생기지 않는 한 고등학교에서 교과교실제를 통한 수업 선택권 확대는 한계가 있습니다.

6. 문이과가 통합되면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교육과정을 배우게 되나요?

-> 문이과 통합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그런데 문이과 통합은 문이과에 상관없이 기본소양을 강화하겠다는 뜻이지 모두 동일한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문이과가 통합되도 지망 대학이나 학과에 따라서 고등학교 때 배워야 할 선택과목이 달라지거든요. 예를 들어 의대 지망생이 이과 수학이나 이과 과학을 배우지 않고 의대에 진학했다가는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다 보니 고등학교 때 꼭 공부를 하고 들어가야겠지요.

그렇다 보니 문이과 통합이 되면 오히려 공부해야 할 과목만 늘어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문과의 경우 과학 공부를 안 해도 대학 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앞으로는 문과 학생도 과학 공부를 해야 되고, 이과 학생도 사회 공부를 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부분은 아직 수능 개편안이 발표되지 않아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올해 7월에 수능 개편안이 발표될 예정이니까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수능 개편안이 나오길 기다려봐야겠습니다.

7-1. 대학에서는 문이과 통합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나요? 문이과가 통합되면 대학에서도 문이과를 나누지 않고 선발한다고 하나요?

-> 대학에서는 이미 문이과 통합선발을 하고 있습니다. 이과 학생도 수능에서는 문과 과목 시험을 볼 수 있고, 수능 시험은 이과 과목을 봤지만 대학은 경영학과 같은 문과 학과에 지원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지원할 수 있다와 합격할 수 있다는 서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대입 수시모집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와 면접을 통해서 지원한 학과와 잘 맞는 학생인지 전공적합성을 평가하는데 이 때 계열이 다르면 아무래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지금도 대학은 문이과 통합선발을 하는 곳이 많지만 실제 합격은 자기 계열로 지원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7-2. 수시는 학생부 때문에 전공적합성 문제가 발생하지만, 정시는 어차피 수능 성적으로 뽑으니까 전공적합성이 안 맞아도 상관없지 않나요?

-> 정시는 수능 점수가 절대적이다 보니 학교생활기록부의 전공적합성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같은 계열일 때의 이야기이지 계열이 달라지면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예를 들이 대학들 중에는 문과 학생도 이과 학과에 지원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 준 곳이 많지만 이과 학과들 중에는 이과 과목을 응시한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대학이 많거든요. 그렇다 보니 이과 학과에 지원할 경우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이과 학생들이 더 유리하지요.

7-3. 문이과가 통합되도 외고나 국제고에서 의대를 간다던지 문과에서 공대를 가는 것은 여전히 어렵겠네요?

-> 네. 지원은 할 수 있지만 전공적합성이나 가산점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 보니 문이과가 통합되도 문과학생이나 외고 학생들이 의대나 공대를 가는 것은 여전히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8. 문이과 통합에 대한 오해들은 왜 생겨나고 있는 것인가요?

-> 수학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수학이거든요. 부모님들도 지도하기 가장 힘들어 하시는 과목이 수학이고요. 그런데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다 보니 수학의 변별력이 커지게 돼서 수학에 약한 학생들에게는 지금 비상등이 켜진 겁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지요.

여기에 사교육업체들의 마케팅까지 겹치면서 오해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요즘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재 중3 학생들은 고2 학생들에 비해 약 13만 명이 적거든요. 고1 학생들과 비교해도 6만 명 정도 적고요. 그렇다 보니 사교육업체들은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줄어든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지요. 그 시장이 바로 문과 학생들에게 이과 과목도 팔고, 이과 학생들에게 문과 과목도 팔자인 것입니다. 마침 교육과정이 바뀌다 보니 사교육업체들에게 시기적절한 명분이 생긴 것이지요.

9.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 기존에 공부하던 것과 크게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입시는 선발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굉장히 간단하거든요. 내가 대학 관계자면 어떤 학생을 선발할지 생각해보시라는 겁니다. 내가 공대 교수면 이과 수학, 이과 과학을 배우지 않은 학생을 과연 뽑고 싶을까 라는 식으로요.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공부하고,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금방 방법을 찾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교육정책이나 입시제도가 어떻게 바뀌든 대학이 원하는 학생은 항상 동일하니까요.

* 캉쌤은 매주 일요일마다 kbs 1라디오를 통해 오후 4시 22분부터 만나실 수 있습니다. *

방송을 통해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나 궁금한 사항이 있으신 분들은 덧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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