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스홀에 들어와봅니다. 많은 입시생과 부모님들의 글을 잠시나마 읽어보면서 제 2년간의 대학입시 준비를 회상했습니다.

저는 둘째가 1월생이라 학교를 연년생으로 보내면서 작년과 재작년에 입시를 치루었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두 아이 모두 “인서울에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두 아이 모두 재수 안 하고 원하는 전공에 합격” 했다고 만족합니다.

제가 스홀에서 많은 도움만 받았네요. 그래서 창피하지만 스홀 가족분 중 우리 아이들처럼 공부와 친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듯 하여 제 2년간의 대입준비를 참고로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그러니 공부 잘하는 아이를 둔 부모님은 이 글을 패스하시는게 좋겠습니다.(*^^*)

* 기대는 금물, 예상을 하자

아이 내신이 3등급 이하인 경우, 부모는 예상보다 기대를 갖고 입시를 준비합니다. ‘우리 애가 잘~하면 2등급 나올지도...그러면 00대도 합격권인데~’ 하고요. 두 아이 입시를 치루면서 가장 경계한 게 이런 기대를 하지 말자 였습니다.

알다시피, 1등급인 아이들은 대체로 내 아이보다 공부를 더 많이, 그것도 지독하게(?!)합니다. 따라서 내아이가 진짜 죽을 각오로 공부하는게 아니라면, 성적을 올리기 쉽지 않습니다. 그보다 내 아이의 현재 성적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엄마가 빨리 깨닫는게 중요합니다.

* 지원할 전공 or 대학을 미리 결정하자

아이가 지원할 전공이나 대학을 가능한 미리 상의해 결정해 둡니다. 내신이나 모의고사가 이런데~ 웬 배부른 소리냐~ 싶겠지만, 방향을 잡고 나아가는게 입시 막바지에 패닉에 안 빠지고, 대학입학 후의 만족도도 보장됩니다. 제 경우는 아이도 ‘엄마가 내 진로를 진~짜 열심히 고민하고 있구나’하는 마음에 소통도 더 원활해졌습니다.

* 수시/정시박람회

코엑스에서 열리는 수시/정시박람회에는 꼭 가보시죠? 해당 대학 입시관계자와 상담도 가능해서 탁 까놓고 상담했어요. 내 아이 성적이 좀 낮다고 부끄러워 마시고 ‘우리가 고객이다’하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상담하니 생각지 못한 방법까지 알려주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박람회 가기 전에 꼭 상담받을 학교를 10군데 정도 미리 정하고 돌고, 상담내용은 녹음해서 나중에 아이도 들려주고요. 말미에는 ‘하면된다~!’고 희망을 북돋아줍니다.

* 입시설명회도 출첵!

입시 설명회는 가능한 많이 참가해보는게 도움이 됐습니다. 아이 학교, 대학연합설명회, 사설학원 등등... 단, 내용과 함께 주최 측의 의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반드시 올해 대입에 성공하자는 곳인지, 재수를 유도하는 설명회인지 알아야 합니다. 설명회도 편식은 안 좋습니다. 골고루 듣다보면 어느 순간 설명회 내용을 분석해 소화시켜가게 되더라구요..^^;;;

* 과감한 포기도 필요하다

아이의 내신에 과감한 가지치기를 일찍 했습니다. 입시는 전략입니다.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만 하는 건 sky 대학 준비생 뿐이라 생각하고 아이가 가고자 하는 학과(학부)에서 필요로 하는 조건을 확인해봅니다. 저는 두아이 모두 일찌감치 수학을 과감히 포기하고 국어/영어/사회(과학) 등으로 선택과 집중을 했어요. 단, 수학 포기시 아이와 충분한 교감은 나누는게 학습의지를 유지시킵니다.

* “또 노냐?” vs “오늘도 고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아이의 사기를 올려주는 겁니다. “공부 안 하니?”,  “또 놀고 있니?” 등 채근하는 부모의 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첫째인 아들은 미술학원 끝나면 lol을 비롯해 각종 게임을 섭렵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고민끝에 “00야~, 학원 다니랴 공부하랴 힘들지? 엄마라도 좋으면 네 스트레스 풀어줄게. 학원 끝나고 전화주면 공원에서 데이트하자~”했죠. 그런데 공원에서 보내는 2-3시간동안 아들은 게임이야기만 끝없이 합니다. 캐릭터 설명에 조합이 어쩌구... 악세서리가 저쩌구... 아후~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구요. 그래도 “응,응~”하고 들어주었어요. 중간에 게임을 대부분 접더군요. 대신에 관심이 많은 xx 이어폰이 어쩌구~ 00헤드폰이 어쩌구~~하는데 이 역시 환장합니다... 1년 넘게 지났더니, 어느 날 혼잣말처럼 “에휴~ 열심히 공부해야지”하더라고요.

물론~ 죽어라~ 공부~! 는 안 하더군요.(부끄~) 대신 아이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허리가 빠질 정도로 실기준비를 하더군요. 그리고 원하는 산업디자인 학과를 갔습니다.

답답하시더라도 “오늘도 고생했지?”, “밥은 잘 먹었니?” 정도로 마무리하는게 아이들의 양심에 호소가 됩니다.

장황하게 썼지만 중요한 tip도 없는 다 아시는 이야기일겁니다. 그저 읽어보시고 입시를 앞두고 다시한번 마음을 잡아보는 계기 정도로 삼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참! 우리 아이들에게 약발이 받는 멘트가 있었습니다.

“입시는 성적순이 아니야~ 전략이야~ 너와 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최선을 다 해보자” 였습니다. (정말 성적이 안좋았거든요...ㅠㅜ)

스홀 가족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두손 모아 기원합니다.♥

이 글을 19명이 좋아합니다.

아이퍼니,강명규쌤,맹모님,샐리쌤!!,황토가마구이,ppanggaki,남동엄마,밤토실맘,엄브릿지,슈가루,천천맘,마이홈,현모양처77,norman,서울100,몽실9825,딸기우유맘,앙실이,고3.중3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