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기숙사에 들어가 있는 아들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굳모닝"

단 세 글자의 어찌 보면 무미건조한 내용인데
이 녀석이 어째 시간이 나서 문자를 다 보내주네 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더군요.

"굳모닝^^ 화팅!! 아들♥"
답장을 보냈습니다.

퇴근 후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문자 왔더라. 굳모닝 딱 석 자 보냈더라. 이넘 시키."

"아침에 잠잘 시간 쪼개서 보내준 게 어딘데 고맙게 생각해요."
아내가 말하더군요.

마음으로 고맙고 반갑게 생각했지만 아내에게까지 그런 말을 듣고
나니 괜히 심통이 나는 겁니다.

"그래, 내가 고마워죽는 줄 알았다! 아이고 고마워라~ 고마워 죽겠네~"
... 유치하게 이러고 말았습니다.

새벽 1시에 취침해서 6시 30분에 기상하는 기숙사 생활이 힘들고 피곤한
걸 알기에 문자 한 통이 이렇게 부모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모양입니다.

아내는 아이가 고등학교 기숙사로 떠난 후 지금도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운동화를 현관에 꺼내 놓고 싱크대 위에는 아이의 사진을 붙여 놓고
주말만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저도 말은 안 하지만 보고 싶긴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니까요.

.......

중년의 나이인지라 잠들었다가 한 번 깨면 쉽사리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어젯밤, 물끄러미 아내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여전히 내 눈엔 이쁜
아내의 모습에 억지로 팔베게를 해주고는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내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같이 살아준다는 것, 같은 공간 속에서 밥을 먹고 출근길을
배웅해주며 따뜻한 밥을 내어주는 아내가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
다고 지난 밤 팔베게를 해주며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여보 사랑해요.

맞습니다. 저는 팔불출입니다.

........

일주일 만에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별일 없죠?"

"그래. 내는 별일 없다. 어데 아푼데 없나.마이 힘들제."
"oo엄마랑 자주 통화한다. 아무 걱정 마라. 아침 꼭 챙겨 묵으라."

"예."

"oo이 공부한다고 힘들낀데 집에 오면 잘 챙겨 먹이고 너도 아픈데 없게
몸 잘 챙기라."

"전화 자주 못 드려서 죄송해요."

"아이다. 바쁜 거 다 안다. 괘안타. 너나 몸 챙기라. 아무 걱정 말고."
"드가라. 퇴근해서 빨리 쉬어라. 괘안타."

"예. 끊을게요."

.......

왜 그럴까요.
내 새끼에게, 아내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을 거리낌없이 하면서 어머니께는 그 말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몇백 년 사실 것도 아닌데 전화 한 통이 뭐가 어렵다고 그걸 매일 못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제가 아들녀석에게 바라는 것처럼 어머니도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불현듯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많이 표현하고 살아야겠습니다.
아이에게, 아내에게 그리고 모진 세월 견디며 키워주신 어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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