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우선

씁쓸하다

우리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외고를 준비한 적 없고

3학년 올라오는 겨울방학 외고 간 선배들의 방문 간담회를 듣고

그 외고의 자율적인 분위기나 동아리활동 등에 혹해서,

다소 환상을 가지고

그 곳에 가고 싶어한다

우리 집은 가난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남편도 아이도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분에 넘치는 사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아이 성적에 목매달아 하지도 않았고

워낙 느긋한 아이 성품에

실은

남편도 나도 만족해해며

별 불만 없이

행복해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올초에 아이가 묻는다

엄마 나 **외고 가고 싶은데

가도 되냐고...

가도 되냐고...

이런 말을 아이한테 들으면

부모는 잠시

그동안 나쁜 짓 하지않고

살았는데도

괜시리 아이한테 죄스러워진다

아이 역시

그곳에 가려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걸 뻔히 알기에

묻는다

아이에겐

그런 걱정은 네가 하는 게 아니야.

그건 엄마아빠가 할 걱정이니

너는 가고 싶은 만큼

열심히 노력해보렴

하고 이것저것 알아보니

사회통합전형이라는 게 있고

기회균등전형이라는 게 있고

차차상위에 해당된다는 걸 알게됐다

그런데

고민은 그때부터인거다

작년 사회통합전형이 미달이었다면서

담임선생님께선

1순위는 

가능성이 높다고 하시는데

그걸

좋아해야되는걸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외고에 들어가기 위해 3년을 아니 그보다 더 오랜시간을 준비했을 수도 있을텐데

만약에 미달로 입학을 하게 되면

이건 그들 입장에서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에

솔직히 이상하게 자존심이 상한다

그러면서 또한편

구조적인 사회복지를 생각하게 된다

자본주의에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나, 차차상위가 그 경제적 조건에서

아이를 키우고 특목고나 자사고, 일명 돈많이 들어가고 대학진학률이 좋은 학교에

보낼 확률이 얼마나 될까?

말이 안되는거다. 태어날 때부터 그 집 아이는 게임에 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말 안되는 일을 우리 아이는 한다고 한다.

어찌어찌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겪을 현실은

아마 지금 생각보다 더 냉혹할 수도 있을것이다

외고가 그저 자율적인 분위기와 즐거운 동아리활동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

그 모두 입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거,

어쩌면 지금 해맑은 아이 얼굴이

현실을 알면 알수록

점점 찌들어갈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참, 씁쓸하고 마음이 무겁다

부모들이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일 것이다

아이가 행복해지는 것..

나도 그렇다.

그런데

이 선택이 정말 최선인가라는 의구심이 든다.

이건 우리에게 맞는 옷이 아니니

그냥 분수에 맞게

돈 안드는 일반고에 가라고

그래야 하는 걸까

그렇게 힘을 들여 대학에 들어가도

등록금 너무 비싸서

대졸자 상당수가 빚더미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그렇게 힘들게 대학 나와도

취직을 못하는 젊은이들이 넘치는

대한민국 

...

어제 학교에 다녀와서 느끼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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