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스홀에 교육청 예산문제로 인해 학력평가를 못 본다는 글이 올라왔을 때 설마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겠느냐 싶었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정말 현실이 되어 버렸네요.
고등학생들에게 학력평가란 전국단위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해보며 앞으로의 학습전략 및 입시전략을 수정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그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다니 정말 황당할 뿐입니다.
지방 학부모님들 중에는 서울교육청만 예산이 없어서 못 보는 것일 뿐 우리지역은 상관없다고 안도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입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발휘하는 서울 학생들이 빠진 학력평가는 학력평가로서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지요. 서울 학생들이 빠진 학력고사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아봤자 호랑이가 빠진 곳에서 토끼가 왕 노릇하는 상황에 불과할 뿐이니까요.
2014년 년간 예산이 7조 4천 억원이 넘는 서울시교육청이 6억원이 없어서 학력평가를 못 보겠다는 것이 도무지 믿겨지지 않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정말 돈이 없어서 못 보는 것인지, 아니면 학생, 학부모를 인질로 삼아서 뭔가 정치적인 딜을 해보려는 것인지 궁금해지네요.
하여간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이 무슨 난리 부르스인지.... 앞으로는 또 어떤 정책이 발표될지 두려울 정도입니다.
존경하는 교육감님, 제발 우리 아이들을 실험용 쥐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교육감님에게는 교육감님의 교육철학을 시도해보기 위한 교육혁신이자 교육실험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한 번 밖에 없는 소중한 인생입니다.
추신. 교육청 주관의 학력평가는 학생 1인당 응시료가 약 3천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익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실비만 받는 수준인데 교육청에서 이런 저렴한 시험의 응시를 막아버리면 결국 비싼 돈을 주고 사설 모의고사를 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마저도 공립학교들은 교육청 눈치를 보느라 거의 못 볼테고, 사립학교들 위주로 시험을 보게될 텐데 결과적으로 사교육비 증가,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학력격차 증가, 공립학교에 대한 불신 증가 등 부정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네요. 정말 교육청에 정말 돈이 없어서 학력평가를 못 보는 것이라면 괜히 비싼 사설모의고사를 보지 않아도 되도록 희망자에 한 해 1인당 3천원 수준에 불과한 교육청 학력평가 비용을 학부모가 내서라도 응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