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저녁을 먹고 그릇들을 씽크대에 넣으며,
  "여보~ 운동하러 나갈래요?"
집에 있으면 분명히 소파에 길게 누워 텔레비젼을 보거나.
아니면 컴퓨터 한대씩을 껴안고 모니터만 주시하겠지요...

남편은 가벼운 차림으로, 난 등산바지에 등산화까지 갖춰신고...
혹시 모르니 긴 우산 하나 옆에 끼고 집을 나섰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대로를 따라 쭉 걷다가 '교대'앞도 지나고
수많은 악기점과 그에 걸맞는 예쁜 카페등을 지나가면
드디어 웅장한 예술의 전당 입구가 나타납니다.
아참, 한 카페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있더군요...
은발의 노신사가 바이얼린을 연주하고 부인인듯한 여인이 피아노로 반주하고
젊은 청년이 또 다른 악기를...음~~ 뭐였더라...미쳐~~

예술의 전당 로비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음악당 앞으로 들어서니
'음악분수'가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벤치에 앉아 잠시 감상을 하고
'대성사'언덕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날이 어두워지자 절집은 길가의 연등에 불을 밝혀주었습니다.
약수 한모금 들이키고 대성사 언저리만 돌다가
산행은 포기했습니다.

때마침 빗방울이 뚝뚝 떨어져
급히 몸을 예술의 전당의 명소인 '모짜르트'로 옮겼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씩을 시키고
커다란 창 너머로 비내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정말 예쁘다...그리고 행복하다...'

남편은 비오는것을 걱정했지만 난 개의치않았습니다.
그저 '6월에 비가 많이 내리네..장마비처럼 오네...'
철없는 부인덕에 남편은 마누라 비맞을까봐
커다란 우산 받치느라 낑낑대고,
덕분에 옷과 신발은 흠뻑 젖었습니다.

아직도 비는 오지만
내겐 빗물 먹은 산자락과 찐한 커피 향만 남을뿐입니다..

Sharon-daichi
http://blog.daum.net/sharon-daichi/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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