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고입 면접에서 “수돗물을 잘꺼요”라는 대답으로 자사고에 입학한 그 학생이 방학되어 어머니와 함께 찾아 와서 부탁을 합니다. “저를 다시 추슬러주세요”

그 학생은 단지 고입면접을 히트쳐서 합격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성적도 좋았지요. 그 자사고 내신산출방식으로 중학내신200점 만점에 200점을 받았었고 자사고 진학의사를 조금 늦게 밝혀서 시작이 약간 늦었지만 수학선행학습도 확통 - 미적2까지는 반복학습하고 갔었고 덕분에 합격후 수학시험쳐서 배치하는 기숙사도 입소했고, 지난 중3겨울에는 과탐에도 몰입하여 생1.화1은 일회독하고 입학했었습니다.

“제가 솔직히 중간고사때까지는 처음으로 집을 떠나 기숙사에 입소하니 마음도 들뜨고 새친구들 사귀느라고 바쁘지요...... 교복입고 잠깐 밖에라도 나가면 다들 부러운 듯이 쳐다봐주는 맛에 우쭐하기도 했고. 그래서 안나가도 되는 데 일 만들어서 외출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공부시간은 줄더라구요. 그래도 해 놓은게 있는데 라고 생각했었느데 중간고사에서 난생 처음보는 성적과 등수를 받고서(내 아래보다 위가 많은..) 충격받았습니다. 특히 아무리 놀았어도 자신있어했던 수학은 난 시험시간이 부족해서 쩔쩔매는데, 같이 시험치던 몇 명은 다 풀었다고 미리 시험지 내고 나가질 않나, 전교400여명중 수학100점이 4%를 넘어서 1등급이 없다는 등(난 60점대인데..)... 생물1,화학1을 동시에 하는 과탐도 처참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시험난이도가 너무 낮아서 변별력이 없었다고 건의를 빙자한 개소리(?)를 하는 xx가 있질 않나(이대목에서 아이 무척 흥분)

올해 신입생중에는 유난히 과학고 떨어진 아이들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고 수업중에도 그 아이들의 포스(?)는 느끼고 있었지만, 수학/과학에서 이 정도로까지 차이가 나는 지는 생각을 못했었어요”

중간고사 치르고나니 벌써 반에서 4명이 전학신청을 하더랍니다. 이 학생도 전학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당시에 어머니는 실제로 우리에게 상담도 오셨는데, 딸아이 자사고 합격후 직장에서 1주일간 합격턱을 내셨다는 아버지가 절대 반대하며 그러셨답니다. “거기서 뼈를(?) 묻어라.”

그래서 기말때는 정말 열심히 했답니다. 수학 과학에서도 나름 훌쩍 오른 만족할 수준의(넘사벽의 그 아이들과 비교는 이미 포기하였기에) 점수를 얻기는 했지만, 공부를  쉬어서 그런지 다시 하려고 해도 에전의 열공모드로 복귀하는 게 너무 힘들더랍니다.

“그 영재고/과학고 떨어진 아이들과의 경쟁은 크게 신경 안쓰여요. 수학/과학이야 걔네들이 워낙 월등한건 인정하지만, 국어 영어는 우리 아이가 훨씬 낫거든요. 문제는 예전에 비해 우리 아이가 집중모드에서 너무 쉽게 이탈되어버린다는 것과 경쟁하는 아이들은 수준이 바뀌었는데 예전처럼 이정도면 되겠지라고 너무 쉽게 자기만족을 얻는 것 같아요. 본인도 예전처럼 누군가가 자신을 추스르고 관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니 방학기간중에 아주 빡세게(?) 굴려주세요”

8월5일 개학한다는 그 학생은 오전9시-밤12시까지 장소 옮겨가며 정말 독하게(?) 구르고 있습니다. 이 학생만 그렇게 하는게 아닙니다. 같은 반 친구들과 인증사진도 곁들여가며

sns로 난 오늘 얼마나 공부했다고 서로 감시하며 자랑하며 격려하며.. 그 학교 아이들은 다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약 2년 후 수능 점수가 이 학생들과 다르다면 분명 오늘 공부한 것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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