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규모의 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사 10년, 학원 운영 6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단 한번도 겪어본 일이 아니라 속상한 마음이 더 큽니다.

지지난주 수학 선생님이 45,000원이 분실되었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해도 관리소홀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제 지갑이 가방에 반쯤 걸쳐져 나와있는 걸 보았네요. 그 때만해도 손탔을거라는 생각은 못하고, 칠칠치 못한 저를 탓했습니다. 이틀 쯤 후 현금을 쓸일이 생겨 지갑을 열어보니 7만원 이상이 비어있는 겁니다. 워낙 정신이 없는 지라, 시간을 두고 얼마가 있었는지 사용한 곳은 없는지 숙고했습니다. 아닐거다 우리 아이들이 그럴릴 없다고 다짐하면서...

기말고사를 앞둔 이번 일요일, 수업을 마치고 인사까지 하고 나간 한 아이를 불꺼진 원장실에서 보았네요. 느낌이 이상해 수업하다가 살짝 나와보니, 원장실 문이 조금 열려있더군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아이가 책상 밑에 주저 앉아있었습니다. 무슨일이냐고 물었더니, 원장책상 밑에 있는 과자 빼서 먹으려 했다네요. 그 전에도 몇 번 그런 적 있다고....책상 밑은 제가 가방을 두는 곳입니다.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얘기하고 혹 선생님 지갑에 손댄 적 있냐고 물었더니, 엄마아빠 지갑에는 손대도 선생님 지갑에는 맹세코 손댄 적이 없다고 팔짝 뛰더군요. 다시는 아무도 없는 원장실, 연구실에는 드나들지 말고, 자기의 것이 아닌 것은 손 대지 말라고 타일러 보냈습니다. 아이가 가고 나서 보니, 원장실에 제가 모아둔 동전이 싹 사라졌네요. (그날은 가방을 안 가지고 출근했습니다.) 너무 황당하고, 속상하고, 분하기도 하고...

일단은 경고문만 붙였습니다. 지난 일에 대해 실수라고 믿고 싶고,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부모님 뿐만 아니라 경찰서에도 신고하겠다고요.

어느 아이이든 원래 나쁜 아이는 없다는 철학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환경과 부모의 교육철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아이의 어머니 독실한 종교인이시고, 심성이 여리고 곧은 분입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 또한 사회의 문제라 해야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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