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국민학교 다닐 때 장학사 오던 날 기억하시나요?

학교 곳곳에 먼지 하나 날리지 않게 몇주전부터 전교생이 달려들어 청소에 여념이 없었쟎아요.

게다가 뭔가 보여주기 위해 학생들 동원해서 보여주기 식의 이벤트도 하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기도 하고 조금 어이없기도 했지요.

보여주기식 행정의 끝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그 느낌을 지금 다시 받게 되네요.

캉쌤주니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평가 인증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몇달전부터 선생님들이 엄청나게 신경을 쓰시기에 그런가보다 했거든요.

서류 준비할 것이 많다면서 원장 선생님이 아이들보다 그 준비에 여념이 없더라고요.

조금 씁쓸한 기분이었지만 뭐 원장 선생님이 아이들 직접 보는 건 아니니까..하고 넘겼거든요.

그런데 몇주전 부터는 아이들 담임 선생님들까지 정신이 없으시더라고요.

이번주에 평가를 내리는 분들이 직접 원에 방문을 하신다면서 몇번이나 반복해서 가정통신문에

각종 주의 사항과 이번주는 절대 지각, 결석 하지 말아달라고 적어서 보내셨더라고요.

캉쌤주니어는 습관이 되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어린이집을 가고 있지만

만약 아이가 아플 수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으면 지각이나 결석을 할 수도 있는데

평가 인증 기간에는 무조건 지각, 결석 안된다니 좀 그렇더라고요.

게다가 어제는 어린이집에 캉쌤주니어를 데리러 갔더니 아이들은 한 방에 몰아 놓고는

선생님들이 준비 하시느라 정신이 없으셔서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으시기에

제가 직접 들어가서 캉쌤주니어 옷 입혀서 데리고 나왔어요.

그랬더니 데리고 나올때가 되어서야 제가 온 걸 아시고 민망해 하시는데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얼마나 아이들이 방치되어 있었을지 걱정스럽기도 하고요.

대체 누구를 위한 평가 인증인지 아이들은 그냥 방치 되어 있고 선생님들은

평가 인증 준비에만 온 신경을 쓰고 있네요.

애효!! 이런 식으로 눈가리고 아웅해서 평가 인증 받는 것도 찜찜하지만

평가 인증 못 받으면 또 받겠다고 아이들 나몰라라 평가 인증에만 매달릴까봐 걱정이에요.

어린이집 엄마들도 이렇게 해서 평가 인증 받아 뭐하냐는 반응이에요.

어떤 엄마는 평가 인증 빨리 받아야 애들한테 신경 써 주지 않겠냐면서

선생님이 부탁한대로 이번 한주는 다 해줘서 빨리 평가 인증 받게 해주자고 하는데

이러려고 만든 평가 인증이 아닐텐데 여러모로 걱정스럽고 기분이 상하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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