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고나서 망각하게 된 사실은, 우리 아이가 평범한 아이라는 것과 아직 어리다는 것이다.

특히나 큰 아이한테는 어김없이 적용이 되는 착각인 것 같다. 어쩌다 아이가 평범하단 사실을 눈치채게 되어도 애써 모른척 한다. 게다가 큰 아이는 늘 다 커 있는 것 같다. 5살 때도 10살 때도 '넌 벌써 다 컸는데 그런 것도 못해?'라고 비난하며 기를 팍팍 죽인다. 그럴수록 아이는 엄마맘에 들고자 기대에 부응하고자 안간힘쓰며 노력하지만 아이한테 돌아오는 칭찬은 고작 '그정도는 해야지' 정도다. 아이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힘에 부친다. 노력해도 발버둥쳐도 엄마의 사랑은 돌아오지 않고, 어느덧 사춘기가 된 아이는 진짜 다 커버린줄알고 자신만의 길을 찾는다. 친구와 놀이에...

이 슬픈 현실에 그제서야 사태파악이 되기 시작한 엄마는 아이가 다시 엄마품으로 돌아오길 기다리지만 아이는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엄마가 별로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엄마는 어떡해야 아이의 마음을 돌릴지 몰라 심한 갈등을 일으키지만 이미 엄마에 대한 기대가 없어진 아이는 냉담하기만 하다.

주변에서 자주 봐온 큰 아이와 엄마와의 갈등이다. 정말 엄마로썬 절망감이 들지 모른다.

같은 엄마의 또다른 자녀, 작은 아이... 아기 때부터 엄마의 마지막 자식이라는 프리미엄을 부여받고 자라 늘 '이런 것도 할 줄 아네~'라는 탄성에 익숙해져있다. 어쩌면 이렇게 조그만 아이가 아장아장 걸을 줄도 알고 말도 하며, 게다가 엄마에게 장난감 달라고 요구까지 하다니... 정말 귀엽지 않냐며 마음 속 깊은 곳에 진정 아이의 행복만을 바라게 된다. 5살 때도 10살 때도 이 천사같은 아이에겐 엄마의 별다른 요구나 강요가 없다. 단지 아이가 하는 일을 늘 흐뭇해하며 혹은 대견해하며 마음껏 이뻐해줄 뿐이다. 아이는 자신에 대한 자신감으로 충만하게 된다. 뭘 해도 든든한 내 편이 있고 삐뚤어지지만 않으면 엄마는 항상 잘 한다며 칭찬해주신다. 엄마는 나의 기준과 기대감을 늘 충족시켜주셨다. 친구와의 놀이도 중요하지만 내가 할 일을 꼭 해놓을줄 알게 되었고, 조그만 일이라도 내가 먼저 알아서 하는 일이 있을땐, 엄마가 놀라움과 사랑을 아낌없이 주신다. 아이는 늘 잘 하고 싶고 노력하고 싶다. 지치지도 않는다. 보약과도 같고 마르지도 않는 엄마의 사랑과 칭찬이 언제나 기다리기 때문이다. 말썽장이 오빠(혹은 형, 누나)는 벌써 엄마 눈밖에 난지 오래다. 엄마는 늘 그때문에 한숨이시다. 난 저러지 말아야지...

'어째 이런 일이'다...

같은 엄마라도 아이는 달랐던 것일까? 물론 단지 큰 아이, 작은 아이의 조건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여러가지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큰 흐름은 아이가 엄마에게 기대하는 사랑과 칭찬을 충족시켰는지가 항상 문제였던 것이다. 5살이건 19살이건 엄마에게 들어서 기분 좋은 말은 똑같다. '그랬어?' '잘했네~' '역시 잘 할줄 알았어' '우리 아들이 최고네~' '네가 엄마 아이라서 행복해'... 설사 거짓말일지라도 마음껏 베풀어주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엄마만이 가진 특권이면서도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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