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며 자주 뵈는 어머님의 따님이 이번 수능을 치셨어요.

알고는 있었으나 여쭐수가..... 그저 궁금만 하였는데 둘만 있던 중 먼저 말을 꺼내시네요.

머리 좋아 중등까지 공부 잘하고 고등 때는 내신은 별로였지만 모의고사가 잘 나와서

내심 믿는 구석이 있었던 딸...이번에 전문대까지 원서를 넣었다고....

너무나 실망하여 아빠는 아예 입을 다무셨고

딸아이는 후진 아이들과 같은 학교다니기 싫다며 재수를 하겠다고 하지만,

엄마로써 설렁설렁 하는듯 했던 딸을 도저히 신뢰할 수가 없어서

우선 일단은 어디에라도 합격을 하면 입학은 해 놓고 반수를 하는 쪽으로 굳어졌다고...

위로해 드리기도 뭣해서 그저 듣고만 있다가 차 한 잔 사드리고 왔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 전에도 들은 바가 있지요.

한마디로 섣불리 좋은 머리가 공부에는 독이 된다는 이야기...

어떤 선생님은 서울대 진학은 유전자의 문제라고 말씀하셨고 어떤 선생님은 좌뇌가 탁월히 발달한

아이야말로 갈수록 빛을 발해 서울대 진학의 대부분의 아이가 좌뇌발달형이라고 말씀하시고 하지만

사실 내가 시간이 갈수록 실감하는 이야기는 그 분들의 말씀과는 사뭇 달라요.

정말 탁월한 인재를 만나기란, 그리고 진짜 둔한 둔재를 주변에서 보기란 그리 쉽지도 않기 때문이지요.

요즘 너무나 흔한 무슨영재...영재원....영재 교육&*등이 실은 사실은 그리 영재도 아니고 흔하디 흔한 세상.

대부분의 우수한 아이들은 본인의 꾸준한 노력과 부모의 어릴적부터의 투자와 적절한 개입으로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머리 좋아보이는 아이도 실은 학습능력보다는 대처나 상황설정에

능한 경우가 더 흔한것 같아요.

우리집 이야기를 해 보자면 처음 공부스러운 것을 같이 시작한 아주 어릴 적...

기쁨도 컸지만 실망과 좌절이 더 컸어요.

뛰어나지도 않고 탁월하다는 느낌도 전혀 없던 울 집 딸아이...

틀릴만 하면 역시나 틀려주시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면 항상 힘들어하고

외우라고 뭘 주면 한참이나 걸리던 아이....

남편은 대충 하라고 하였지만 나의 성향상 한 번 하기 시작한거 그럴 수는 없었고 오히려 아이를 다독여

조금은 빡세게 격렬하게 공부 속으로 매진하였지요.

처음 두시간 힘들어하던 아이가 네시간, 여섯시간, 방학이면 열시간도 각종 공부에 흠뻑 젖게 하였고

과목을 바꿔가며 계획을 세워 하루일과가 끝나면 뻐근하지만 보람차게 몇 년을 보냈네요.

덕분에 한해가 갈수록 아이의 이해도, 암기력, 공부능력은 향상되었고

지금은 동네에서 나름 유명한 원래 잘하던 아이...라는 눈초리를 받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작년 받았던 지능 진로 검사에서 아이의 지능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사실 처음부터 높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어요.

아마 학습하는 동안 뇌도 갈아지고 닦여지고 발달한게 아닌가 싶고

실제로 올해 받은 검사에서 IQ는 8점이나 더 높게 나와 내심 우스웠어요.

인간이 하는 검사가 다 그렇지 뭐....

섣불리 하는 자랑이 아니라 나름 힘든 과정을 겪고 그 변화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에

감히 과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대다수의 아이의 두뇌가 실은 그리 다르지 않고 어떻게 관리하고 발전시키고 다듬어 나가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조금씩 변해가는것이지 애당초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에요.

그렇므로 지금 섣불리 울 아이는 안 돼...힘들어...라고 생각하시는 학부모님이 계시다면 그 생각을

빨리 지워버리고 긍정의 힘으로 극복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과정의 어려움은 적지 않으나 그 열매는 달디 달다고....

한마디로 어설피 좋은 머리로 적당히 하는 아이보다는 차라리 평범하거나 그 이하인듯한 아이가

미련할정도로 노력도 더 하고 딴짓도 덜하고 결국에는 더 높이 도달할수 있다는 사실...

결국 학습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섣부른 자만심, 적당주의,

그리고 몸에 배어있지 않은 공부습관이지 머리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 저의 중간 보고서쯤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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