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계신 부모님들을 만나보면 지역의 일반고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계시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됩니다. 학생들의 실력 뿐 아니라 학교나 선생님에 대한 불신도 상당히 크지요.

그렇다 보니 지방에서 공부 잘 하는 중학생들을 보면 타 지역 고등학교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공부도 잘 하고, 부모님도 교육열이 높으신 경우 타 지역의 우수한 학교로 유학을 보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우수한 학생들의 이탈이 계속되다 보니 지방 일반고의 입시실적은 계속 추락해가네요. 입시실적이 추락하니 학교에 대한 신뢰도 역시 추락하고요. 여기에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고등학교 평준화 등 결과의 평등을 외치는 진보교육이 가세하며 아이들의 학구열 역시 급속히 식어가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방의 우수한 학생들만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교육열 높은 부모님들까지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열 높은 부모님들이 지역에 남아 학교나 학원에 다양한 요구를 계속 해주셔야 학교나 학원이 성장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지방의 교육열 높은 엄마는 자녀교육에 관심있는 훌륭한 엄마가 아니라 입시에 목메는 극성엄마로 손가락질 받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래서 앞으로 서울과 지방의 학력 및 입시실적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력 뿐 아니라 학력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가속화 되겠지요. 올해부터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우선선발권이 폐지되어 고등학교 학군이 부활되면 어느 지역에 사느냐가 어느 대학을 가느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고요.

교육은 부모의 재력이 아니라 학생의 노력과 열정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게 해주는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교육이 계층이동을 단절시키는 절망의 지뢰밭이 되고 있네요.

지방출신의 평범한 서민가장으로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가슴이 아픕니다. T_T

추신. 어디서나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말은 부모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 앞가림을 하는 극소수의 엄친아, 엄친딸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일 뿐 우리집에 있는 자유로운 영혼들과는 전혀 관계없는 말이라 더 슬퍼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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