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자녀 영어 교육이다. 다들 어떻게 하면 영어 공부를 제대로 시킬까 고민이다. 안 시키면 안 될 것 같은 의무감과 경제적 부담감이 동시에 몰려온다. 게다가 새로운 정부가 내놓은 교육정책의 영어 교육 강화에 관한 메시지는 학부모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나 자녀교육에 있어서, 냉정한 말로 수학이나 다른 과목을 못한다면 대학만 못가면 되지만, 영어를 못하면 평생을 따라다니며 발목을 잡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가 없다. 

 이처럼 모두가 영어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도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뭘까? 첫째는 우리말과 어순이나 언어적 기원이 다르기 때문이고, 둘째는 평소에 별로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의 여러 언어들은 영어와 그 기원을 같이 하고 있으며, 주변국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왕래가 빈번하므로 사용할 기회나 필요가 우리나라의 그것에 비교가 안 된다. 결론적으로 한국 사람들에게는 배우기도 어렵고 쓸 일도 없으니 도무지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다. 첫 번째 이유야 어찌 할 수 없는 숙명이라지만, 두 번째 문제는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기에 희망적이다. 이것이 또한 자녀의 영어 조기 교육에 올인하는 이유라 하겠다.

 여기에 부응하여 시중 영어 사교육 업체들의 교수-학습법을 살펴보면 실로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된다. 방법에 따라 서비스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다. 원어민 강사가 가르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원어민과 한국인 선생님이 함께 가르치는 곳도 있고  한국인 선생님만 가르치는 곳도 있다. 또, 문법을 다루는 비중도 다양하고, 쓰기와 말하기 위주인지 듣기와 말하기 위주인지도 다르다. 학습지 형태의 교재에 기반한 서비스가 있는가 하면 어학원 계열의 면대면 수업에 의한 서비스도 있다. 최근에는 체계화된 영어학습 시스템에 기초한 온라인 혹은 멀티미디어 학습을 넘어 1:1 전화영어까지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기초가 없는 학생이 외국 교과서를 배우거나, 너무 조기에 문법을 배우거나, 영어 불사용 환경에 맞지 않는 지나치게 선진적인 교수법에 따라 공부하는 것이 꼭 바람직하지는 않다. 파닉스가 유행이라고 발음기호를 안 가르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어려서부터 조기교육을 받았다는 대치동 고등학생이 영어 교과서도 제대로 못 읽는 것도 현실이다. 특히나 너무 어린 학생에게 점수따기 시험을 강권하는 것도 문제다. 자칫 영어공부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우선 시기에 맞는 교육이 중요하다. 시기를 놓치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적은 효과밖에 얻지 못한다. 저명한 언어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언어를 습득하는 능력은 2~6세 때 가장 뛰어나며 13세 정도부터는 감소한다고 한다. 따라서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는 가능하면 모국어인 한국어를 습득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그 다음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중학교 1학년 정도까지가 실용적인 영어 공부의 절호의 시기로 보는 것이 옳다. 특히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입시영어로 선회할 수밖에 없는 현실까지 감안한다면 초등단계에서는 크게 걱정하거나 서두르지 말고 실용영어 위주로 교육하는 것이 좋다.

 특히 이 시기에는 자연스럽고 지속적인 노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영어방송이나 영화, 드라마, 외국인 친구, 등등 가능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영어에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짧은 기간의 외국생활이나 여행은 영어 공부에 대한 흥미 확보와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동기부여 차원에서 좋다. 필요가 의욕과 실행을 낳기 때문이다. 단, 더욱 진지한 연수나 유학 혹은 교환학생 제도를 생각한다면 1년 이상의 연속된 체류를 추천한다. 의미 있는 언어적 발전을 기대한다면 말이다.

 몇 가지 주의할 점도 있다.

 첫째, 듣기 말하기를 강조하되 특히 발음에 신경을 써야 한다. 어떠한 언어라도 내가 발음을 잘한다는 생각이 들 때 더 흥미와 재미, 관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원어민 강사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원어민 강사와의 면대면 수업을 듣는 것은 영어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데도 도움이 된다.

 둘째, 읽기를 너무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 영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로서만 활용하려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방송을 듣고, 뉴스를 보고, 신문을 읽고, 강의를 듣고, 토론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갖추어야만 진짜 영어실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의 간단한 읽기 훈련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외국에 유학간 학생들이 초기에는 말하기 듣기와 같은 회화에 어려움을 겪을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오히려 교재를 속독하는데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셋째, 자기 관리능력이 뛰어난 학생의 경우는 학습지를 활용하는 것이 좋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또 체계화된 영어 학습시스템에 기반한 영어 공부는 원어민 수업에 비해 생동감은 떨어질 수 있지만 계량화된 실력 향상을 기대할 때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넷째, 문법은 중요하고 꼭 공부해야 하지만 초등 단계에서부터 서두를 필요는 없다. 영문법은 중학교 1학년말 즈음부터 공부하면 된다. 그 전에 너무 조기에 문법을 공부하도록 하면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단기간의 목표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재미와 보람을 느껴야 한다. 따라서 눈앞의 결과나 변화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장기간의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영어공부는 한동안 빙빙 도는 느낌이 들다가 어느 순간 트랙에 올라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어느 순간 생겨난 철자감각이나 문법실력, 직독직해 능력, 듣기 말하기 능력 같은 것들 말이다. 따라서 꾸준한 공부가 절대적이다. 이러한 특징을 잘 알고 자녀가 힘들어할 때에 용기를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부모가 더 조바심을 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스스로 공부해서 이해하고 변화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마음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우리아이가 스스로 영어에 능통해지도록 가르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