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학부모들과 상담하다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대표적인 질문이 바로 ‘눈으로 공부하는 우리 아이’ 에 관한 얘기다. 엄마는 암산으로 하지 말고 좀 손으로 착실하게 풀었으면 좋겠는데 아이는 학습지건 문제지건 죄다 눈으로 풀어버리니 고민이라는 것이다. 영어 단어도 눈으로만 외우려고 하고 당췌 손으로 쓰면서 외우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는 답만 맞으면 된다고 때를 쓰니, 요새 애들은 다 그런 것인지 본인의 자녀만 유독 그런 것인지 고민스럽다고 한다.

엄마로써 아이의 이런 공부태도가 걱정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유형의 아이들이 어릴 적 습관을 못 고치면 전형적으로 수학에서 계산실수가 잦고 쉬운 문제를 틀리며, 영어는 어휘력이 동년배의 학생들에 비해서 낮기 십상이다. 암산은 속도는 빠르지만 실수가 쉽고,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단순 계산이 줄고 이해와 적용이 중요한 화두가 되기에 더더욱 암산스타일의 공부는 점점 더 통하지 않게 된다. 게다가 나중에 아이가 문제가 틀린 것에서 그 이유를 찾아낼 풀이 흔적이 없는 것도 문제고, 서술형 문제가 늘어나고 있는 최근의 시험추세와도 충돌이 생긴다.

하지만 아무리 엄마가 얘기를 해줘도 잘 고치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 자기 딴에는 그게 더 좋다고 생각하니까 그러하다. 머리 회전이 느린 아이는 하라고 해도 그렇게 안하지만 빠른 아이들은 하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한다. 손으로 써서 푸는 게 너무 귀찮은 작업이라 여긴다. 물론 눈으로 푸는 것이 장점도 있다. 컴퓨터에 비유하면 눈으로 푸는 것은 메모리로 작업하는 것이고 손으로 푸는 것은 하드디스크로 작업하는 것이다. 월등하게 메모리로 작업하는 것이 빠르다. 단, 오래 저장되는 데에는 하드디스크가 유리하다. 손으로 푸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런 습관을 교정해볼 수 있을까? 첫 번째 방법은 현재 공부하고 있는 내용의 난이도를 높여주는 방식이다. 운전을 할 때도 한손으로 여유 있게 하다가 갑자기 위급 상황이 되면 두 손이 나가는 것과 같은 논리다. 지금 하는 공부내용이 너무 쉬우니까 당연히 손이 안 나가는 것일 뿐 내용이 어려워지면 결코 머리로만 풀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두 번째 방법은 오히려 눈으로만 공부하도록 권하는 방법이다. 자꾸 엄마가 손으로 풀라고 하니까 아이는 재미있어서 더 눈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오히려 눈으로만 하게하고 손으로 풀지 못하게 하면 모든 문제가 눈으로 풀 수는 없다는 사실에 직면한다. 자연스레 스스로 느끼고 손으로 풀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금지된 것을 원할 때가 있지 않은가!

예전에는 일명 ‘깜지’ 라고 해서 연습장이 까맣게 될 때까지 손으로 쓰면서 공부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나 요새는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고생에서도 손으로 쓰면서 공부하는 것을 귀찮게 여기는 학생들을 많이 본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편한 것 쉬운 것에 길들여져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손으로 쓰기만 하는 것은 효율이 떨어지고 생산적이지 않은 공부습관이기는 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손으로 쓰기도 하고 눈으로 생각도 하고 머릿속에 떠올려보기도 하는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오감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훈련만이 진정한 기억과 이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