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학 과목의 차이 (별 ★★★★★)

1) 배우는 내용의 차이

 사실상 중학교와 고등학교 공부의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수학이다. 중학교 수학과 고등학교 수학의 배우는 내용은 연결 되는 부분도 많지만 전체적으로는 크게 차이가 난다. 우선 중학교 7,8,9-(나)에서 나왔던 순수기하 부분은 고등학교 때 해석기하로 바뀐다. 다소 과장하자면, 중학교 때 보조선 그리고 각도 찾던 순수기하는 고등학교의 좌표상의 해석기하로 바뀌면서 거의 쓸모가 없어진다. 또한 중학교 때까지 배웠던 내용의 심화뿐만 아니라, 중학교 때까지 전혀 배우지 않았던 행렬, 로그, 수열, 급수, 극한, 미분, 적분, 벡터 등의 새로운 개념도 배운다. (이과 기준)

2) 배우는 분량의 차이

 중학교 교과서는 여러 가지 교재들 중에서도 페이지 수가 비교적 여유 있게 작성된 책이다. 그래도 전체 3년치를 다 더해보면 800페이지 정도다. 이것을 3년 동안 고르게 배우므로 사실상 한 학기에 130페이지 정도다. 그러면 시험기간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한 학기가 평균 3.5개월임을 감안할 때 어림잡아 한 달에 40페이지 정도를 공부하면 된다. 

 상대적으로 고등학교 분량을 살펴보자. 문과는 10-(가)(나) 와 수1까지만 배우지만, 이과는 10-(가)(나), 수1, 수2, 심화(보통 미적분) 까지 배워야 한다. 그나마 일차변환, 복소평면 개념이 6차 교육 과정에서 7차 교육 과정으로 넘어오면서 빠져서 분량이 줄어든 게 감사할 따름이다. 잘 알려진 교재인 ‘수학의 정석’ 책을 살펴보면 페이지수만 1800페이지에 달한다. (이과생 기준) 이것을 6~7학기 동안 다 배운다고 가정하면 학기당 250~300페이지를 공부해야 한다. 역시 한 학기를 평균3.5개월 정도로 보면 한 달에 80페이지 정도를 공부해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고등학교 때는 교과서 이외에도 부교재로 다른 기본서나 문제집을 많이 선택하여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빼고 생각해도, 중고등 수학의 난이도 차이가 전혀 없다고 가정해도, 대략적인 계산으로 고등학교 때 공부해야 할 수학의 절대 량이 중학교 때의 두 배 이상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실로 엄청난 분량이다.

 온라인상으로 중고등 수학 문제를 제공하는 어느 업체의 총 문제수를 살펴보면 고등학교 수학 문제 풀(pool)이 중학교 문제 풀(pool)의 3~4배에 달한다. 이것은 절대량만 따진 것이고 문제의 난이도나 문제 하나하나의 풀이 길이를 생각하면 그 격차는 훨씬 더 벌어질 것이다. 일단 분량에서 고등학교 수학이 압도적으로 많다.

3) 배우는 속도의 차이

 이처럼 분량은 훨씬 많은데 진도를 나갈 시간은 2년에서 2년 조금 넘는 시간뿐이다. 3학년 중반부터는 학교에서도 입시 위주로 책정리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속도는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페이지 수 계산만으로도 두 배 이상이고, 개념의 복잡도나 문제의 난이도를 고려하면 그 차이는 더 심해진다. 실제로 학생들에게 체감하는 고등학교 수학 진도를 설문해 본 결과 75%의 학생들이 중학교 때 배우는 속도의 3~4배로 느낀다고 답하기도 했다. 

4) 배우는 난이도 차이

 중학교 때 들어본 적도 없는 기호나 개념을 고등학교 때 처음 배우는 내용이 전체의 50% 이상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체감하는 난이도는 당연히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수1이나 수2에서 배우는 내용은 내용 자체가 새로워서 난이도가 높게 느껴지고, 10-(가)(나)에서 배우는 내용은 중학교 과정의 심화이지만 심리적으로 고등학교 수학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난이도가 높게 느껴진다. 따라서 중학교 수학에서 고등학교 수학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려면 수1,2도 중요하지만 10-(가)(나) 를 차근차근 여러 번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일단 고등학교 수학 공부에 적응이 되면 수1,2나 심화를 배울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중고등학교 공부는 심리적 요인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에 이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5) 내신 시험문제의 차이

 중학교나 고등학교나 내신 시험의 기본적인 속성 탓에 수학도 배운 내용을 위주로 평이하게 나오는 편이다. 그러나 중학교 시험에 비해서 고등학교 때는 좀 더 복합적으로 개념이 조합되어 출제 된다. 따라서 단순히 푸는 법을 외워도 쉽게 풀기 힘들다. 또한 전형적인 유형의 문제(그 단원을 배우면 자주 만나게 되는 문제들) 풀(pool)이 훨씬 크다. 그래서 푸는 법을 외우기엔 너무 문제수가 많다. 결론적으로 내신 시험만을 위해서도 제대로 된 공부법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함을 알 수 있다.

6) 그 밖의 차이

수리 영역 시험의 등장

 언어 영역이나 외국어 영역과 마찬가지로 수리 영역도 내신 수학시험과는 속성이 다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접하게 되는 수리 영역 문제는 일반적인 교과서 내용을 직접적으로 적용한 문제도 있지만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들도 많다. 따라서 이미 공부하고 풀어본 문제와 유사한 문제들을 푸는 내신시험보다 차원 높은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 

배점 차이

 특히나 수리 영역을 풀 때 애매한 것 중에 하나는 문제들 간의 배점 차이다. (실제 수능 시험 문제는 원점수 기준으로 2,3,4점 짜리 문제들이 섞여 있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실제 시험 볼 때 굉장히 스트레스가 된다. 쉬운 문제, 아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고 어렵고 안 풀리는 문제를 나중에 푸는 게 보통의 시험 전략이다. 그러나 풀다가 시간이 모자랄  경우, 점수가 낮은 문제를 집중해서 공략하자니 큰 점수의 문제가 아쉽고, 큰 점수의 문제를 공략하자니 어려워서 못 풀면 쉬운 문제를 날려버릴 수 있으니 걱정이다. 따라서 수리 영역은 수학 실력 말고도 문제 풀이에 나만의 전략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후회는 결과 때문이 아니라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고 느낄 때 생긴다. 시간 배분이나 풀이 우선순위에 관한 전략 없이 우직하게 풀다가 시간 부족이나 어려운 문제 하나에 당해서 아는 문제도 못 푸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입시에서 성공하려면 수학을 잡아라

 중학교 우등생 사이에는 진짜 수학 실력의 차이를 알기가 어렵다. 학교 내신 시험 점수만으로는 진짜 실력 차이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물론 내신 시험에서도 약간 차이가 나지만 수리 영역에서는 결정적으로 차이가 난다.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고 어려운 문제들을 끙끙대며 풀어보고 노력했던 중학교 우등생은 고등학교 때 실력 발휘를 한다. 반대로 쉬운 문제 위주로 학교 시험 100점을 목표로 하는 중학교 우등생은 당장 수학 과목 때문에 고등학교 생활이 막막해지기 시작한다.

 이것은 입시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학생들 간에 편차가 많이 나는 과목의 대표 주자가 바로 수리 영역이다. 그해 수능이 쉽다면 모를까 안 그러면 백발백중 수학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특히나 중학교 우등생 중에 여학생들이 그 현상의 직격탄을 맞는다. 수직적으로 개념을 단계-단계 올라가는 수학적인 분야는 남학생들이 일반적으로 강하다. 반대로 수평적이고 병렬적으로 다양한 내용을 포용하는 언어적인 부분은 여학생들이 강하다. 그래서 남학생들이 물리나 수학을 잘하는 편이고 여학생들이 언어나 외국어를 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입시의 여신은 안타깝게도 수학을 잘하는 학생에게 미소를 보낸다. 결론적으로 중학교 우등생 중에 학교 수학 시험 결과에만 만족하는 학생들이나 수학을 기피하는 여학생들은 반드시 수학을 많이 해둬야 한다. 물론 이런 통념을 깨는 절대 실력자는 어디든 있다. 혹은 공부를 안 해서 이런 경향을 발견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는 평균적인 경향을 말하는 것이다. 

참고 Would you like to know more?

[ 중고등학교(이과기준) 수학 전체 내용의 그림

 중고등학교 수학은 수-식-방정식-부등식-함수-기하-확률통계 의 큰 단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그밖에도 굵직한 개념들이 많지만 일단, 미적분은 함수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보고, 수열은 수와 무한급수 및 적분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고, 행렬은 방정식을 푸는 데 필요한 도구 정도로 본다고 할 때 그렇다. 그림에서 빨간 글씨는 중학교 때 배우는 내용이다.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교재의 페이지수를 따졌을 때나 분량이 두 배 정도지 전체 그림을 그려놓고 보면 중학교 수학의 분량에 비해 고등학교 수학은 거의 6~7배가 넘는다. 그런데 배우는 기간은 도리어 더 짧다. 이 그림을 보면서 분량의 차이를 느낌과 동시에 개념들의 위치 관계를 잘 봐두자. 특히 고등학교 학생들은 이 그림을 이용해서 자기가 취약한 단원을 찾아보자. 그 다음 주변에 있는 내용들을 보충하기 위한 계획을 짜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