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주말에 어버이날과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지방에 계신 부모님 댁에 다녀왔습니다. 모처럼의 부모님댁 방문이다 보니 외식을 하자며 소셜 사이트에서 음식점 쿠폰도 사가지고 갔지요.

그런데 역시나 떼쟁스키(5살), 손탄스키(3살)답게 음식점에서 떼를 쓰네요. 음식점에 놀이방이 있었는데 놀이방에서 놀겠다는 겁니다. 밥보다 노는게 우선인 놈들이거든요.

그래서 밥 먹고 놀아라 라고 혼도 내보고 달래도 보았지만 아직 생후 20개월 밖에 안 된 손탄스키가 드러눕기 신공을 펼치네요. 할머니, 할아버지도 계시니까 대놓고 떼를 쓰는 것이지요.

그러자 어머니께서 식사를 다 하셨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방에 가셨는데 잠시 후 떼쟁스키가 뛰어오네요. 어떤 형아가 떼렸다면서요. 그래서 따라가서 어머니께 여쭤 보니 꼬맹이들 놀도록 되어있는 놀이방에 초딩 고학년쯤 되는 남자애가 들어와서 만화가 틀어져 있던 TV 채널을 변경하여 무한도전을 보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놀이방 정중앙에 배깔고 누워서요. 그러자 꼬맹이들이 할 일이 없어져서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이 시끄러웠는지 초딩이 아이들을 떼리려고 몇 차례 겁을 줬다고 하네요. 실제로 떼린 것은 아니고요. 저희 어머니가 그 애한테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 했는데도 저희 어머니 말씀을 무시하고요.

그래서 제가 한 마디 할까 하다가 괜히 소란스러워질 것 같아서 그냥 애들을 데리고 나가려고 애들 이름을 부르며 들어가고 있는데 제가 온 것을 보고서도 애들을 계속 위협하더군요. 그 집 부모는 그냥 한 번 쓱 쳐다보고 자기들끼리 계속 이야기를 하고요. 그 순간 짜증이 확 나더군요. 그래서 한 마디 할까 싶었는데 떼쟁스키가 손탄스키 앞으로 양팔을 쫙 펴고 나서며 손탄스키를 떼릴듯 위협하던 초딩에게 대들더군요.

그러지마! 내 동생이야!!

집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치고 받고 싸우는 놈들이 어디서 이런 우애가 생겼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우애있는 형제로 만들고 싶어서 우애깊은 형제에 대한 책을 자주 읽어주며 형이 동생을 지켜줘야 한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가르쳐줬었는데 그게 효과가 있었나 보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대견해서 칭찬을 해주며 양팔로 떼쟁스키와 손탄스키를 번쩍 안아들고 놀이방을 나오는데 참 뿌듯하더군요. 그러면서 한 켠으로는 5살짜리 형도 3살짜리 동생을 지켜주는데 아빠가 다른 집 부모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아이들을 너무 안 지켜줬구나 싶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저희 어머니가 초딩네 엄마한테 한 마디 하시려는 것도 제가 말렸거든요. 괜히 시끄러워지니까 그냥 가자면서요.

어린 아이들은 참 순수합니다. 내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깊게 생각하지 않지요. 단지 그 순간 그 행동이 올바른지 아닌지만 생각합니다. 우리 어른들이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니까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불의에 항의할 줄도 알지요.

그런데 캉쌤은 참 순수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불의를 당하면 당당히 맞서라고 가르쳤으면서도 마찰을 빚기 싫어서 지켜보고만 있었거든요. 할머니가 손자들을 보호하려는 것조차 막으면서요.

겁이 많은 떼쟁스키이기에 자기보다 머리가 2개는 더 큰 초딩에게 대들 때 속으로 겁이 많이 났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을 지키려고 했던 떼쟁스키에게 참 감사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던 제 자신이 참 부끄럽네요. 그래서 며칠째 마음 속에 무거운 짐을 갖고 있다가 다시는 이러지 말자 라는 다짐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써봅니다.

앞으로는 내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거나, 잘못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귀찮거나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싫어서 잠자코 있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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