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뉨과 몇 일간 많은 고민을 하다가 드디어 방금 전에 어린이집에 찾아가서 내일부터 그만 보내겠다고 이야기 하고 왔습니다.

민간어린이집이 시설도 크고 장난감도 더 고급 제품들이 많다 보니 막연하게 '민간어린이집이 더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좋은 곳일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보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기본으로 운영하는 가베나 하페, 몰펀 등 교구를 이용한 수업은 일체 없고, 선생님들도 모두 20대의 젊은 선생님들 뿐이고요. 게다가 더 황당한 것은 특별활동을 강매할 뿐 아니라 부모들에게 학용품을 보내라고 하더군요. 첫 아이라서 뭐가 뭔지 몰라서 원래 다 그렇게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다른 어린이집들에 상담을 갔다가 진실을 알게 되고 깜짝 놀랐네요. 역시 사교육자는 사교육자구나. 사교육자 눈에 아이들은 돈으로 밖에 안 보이는구나 싶어서요. (혹시 캉쌤처럼 눈 뜬 봉사처럼 당하고 계실 부모님들을 위해 정보를 드리자면 학용품 비용은 나라에서 보조가 나오기 때문에 학부모에게 요청해서는 안 된다고 하더군요. 특별활동의 경우도 점심먹고 낮잠까지 자고 난 오후 일과시간인 3시 이후에 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3시 이전에 데리러 갈 경우에는 특별활동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하고요. 그런데 지금까지 다닌 곳은 학용품도 보내라고 하고, 특별활동도 1시부터 운영을 해서 빠질 수가 없게 시간표를 짜놓았지요.)

공짜 점심은 없다라고 하더니만 시설이 크고 고급 장난감이 많다라는 것이 투자비 회수를 위해서 다른 부분의 비용 지출을 줄여야 된다라는 이야기가 되나 봅니다. 학용품을 학부모에게 떠넘기던지, 특별활동 강매를 하던지, 급식을 부실하게 제공해서 급식비를 아끼던지, 교사들을 전부 월급이 적은 20대 교사들로만 채용한다던지 하는 식으로요.

하지만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항상 마음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보니 이미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놓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잘 놀고 있는 떼쟁스키의 모습을 보고 나니까 원장이 돈 욕심도 많고 운영도 너무 성의없이 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어하지 않도록 그냥 계속 다니게 할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원장도 '앞으로 더 신경쓸테니 계속 보내달라'고 계속 사정을 하고요.

그런데 더 웃긴 것은 어린이집을 그만두는 사유로 '원장님이 우리 아이 이야기를 다른 엄마들한테 이야기해서 그 이야기가 내 귀에 들려오는 것이 싫다. 기저귀를 못 뗀 것이 자랑스러운 일은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진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이야기했더니 자기는 다른 엄마들한테 말을 옮긴 적이 절대로 없다고 딱 잡아떼더군요.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요. (지난 주에 마눌뉨이 떼쟁스키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더니 다른 아이들이 옆에 다 있는데서 마눌뉨에게 '떼쟁스키가 기저귀를 아직도 못 뗐다'며 '기저귀를 못 떼는 것은 아이의 발달이 느리고 부모가 아이에게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않아서 그런거니까 빨리 집에서 교육을 시켜서 기저귀를 떼어달라'라고 이야기했다더군요. 7명짜리 반에서 2명이 기저귀를 못 뗐는데 2명 부모 모두에게 각각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고요. 원장 생각에는 아이들이 어려서 그런 이야기를 해도 모를 것이다라고 생각했는지 아무 생각없이 이야기한 것인데 떼쟁스키는 그 말에 상처를 받았는지 그 이후로 기저귀에 손을 못대게 하더라고요. 기저귀가 빵빵하게 부풀어올라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데도 기저귀에 쉬야를 하지 않았다고 계속 우기면서요. 그래서 그 모습에 상처를 받은 마눌뉨이 원장에게 전화를 해서 '무엇인가 아이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있으면 아이들 없는데서 단 둘이 이야기하거나 전화로 이야기를 해달라. 그리고 우리가 집에서 기저귀 교육을 열심히 시킬테니까 어린이집에서는 아이한테 기저귀 떼라 라는 말을 하지 말아달라. 아이가 기저귀 이야기를 듣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고 이야기했더니 자기 딴에는 기저귀 이야기를 한 것 때문에 부모들이 빈정상했으니 다독여야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다른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기저귀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다. 방금 OO이 엄마한테 전화를 받았는데 그 집 애가 기저귀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더라.'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그리고 그 전화를 받은 엄마는 바로 저희 마눌뉨에게 전화를 해서 그 사실을 전달했고요.)

캉쌤이 알고 있기에 상담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원칙 중 하나는 바로 '피상담자의 신원보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상담을 하다 보면 이해를 돕기 위해서 다른 피상담자 사례를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경우에도 피상담자의 실명을 노출해서는 절대로 안 되겠지요. 그런데 그 원장은 그런 기본적인 규칙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 1년을 다녔다 보니 떼쟁스키가 어린이집 친구들과 친하게 잘 어울리고 있고, 담임선생님도 나이는 젊지만 아이들을 너무 잘 대해주고 계시기 때문에 과연 어린이집을 옮기는 것이 맞는가라는 의문이 드네요. 지금이라도 어린이집 원장한테 전화해서 그냥 계속 다니겠다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인지... 에휴.... 떼쟁스키야 미안하다...

긴 넔두리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_T

추신 1. 사교육자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교육자입니다. 사교육업체라는 곳이 돈을 목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주는 곳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 아이들을 너무 돈으로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사교육자 여러분들에게는 아이들이 스쳐가는 물주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이 인생의 전부이니까요.

추신 2. 이번 일을 겪으면서 스홀의 리뷰 기능을 더 강화해야겠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사교육업체에서 홍보용으로 배포하는 포장된 정보가 아니라 엄마/아빠들의 솔직한 의견들이 활발히 공유되어야 아이들을 돈으로 여기는 악덕 사교육자들을 퇴출 시킬 수 있을테니까요.

추신 3. 아빠들이 자녀교육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열심히 떠들기만 했을 뿐 바쁘다는 핑계로 막상 제 아이를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하고 부끄럽네요. '다른 집 애들만 챙기지 말고 강선생 애들부터 챙겨. 대한민국 교육을 살리는 것도 좋지만 내 가족부터 살려놓지 않으면 나중에 나이들어서 나처럼 후회해'라고 말씀하시던 모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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